● 한마디
한국영화산업에서 보기드믄 SF 영화의 개봉을 환영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척박한 한국 SF 장르의 거름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먼저 김지운 감독은 존재론적인 주제를 지나치게 사적인 방법으로 공적인 영역에 풀어낸 느낌이다. 좋게 말하면 묵직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흥행에는 쥐약이다. 의외의 재치로 배꼽을 뽑아내는 건 임필성 감독이다. <남극일기> <헨젤과 그레텔>에서와는 사뭇 다른 B급 유머를 ‘안드로메다’급으로 구사한다. 단, B급스러운 재치는 있되 이야기상의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아쉽다.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건, 봉준호 감독이다. 이건 칭찬이기도 하고 비판이기도 하다.
(무비스트 정시우 기자)
한국영화에서 시도된 적 없는 장르영화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던 <인류멸망보고서>는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이 큰 영화다. 6년 전 한국영화에서 최초로 시도된 좀비물 <멋진 신세계>는 장르적인 컨벤션 속에 한국 사회의 다양한 모습들을 녹아내려는 시도가 조금은 과한 듯 느껴진다. 로봇 SF <천상의 피조물>은 김지운 감독다운 비주얼과 세련된 연출 스타일이 인상적이지만 지나치게 현학적인 대사들이 넘쳐나는 감이 없지 않다. 멸망 이후의 새로운 시작을 그린 <해피 버스데이>는 황당무계한 설정에 발목이 묶여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잘 와 닿지 않는다. 6년 전 류승범과 고준희의 풋풋한(?) 모습을 비롯해 다채로운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그나마 작은 볼거리. 특히 봉준호 감독의 연기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경제투데이 장병호 기자)
2012년 4월 3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