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는 한 명일 수밖에 없는 냉혹한 경쟁의 세계. 설날 연휴 극장가 최후 승자는 CJ다. CJ가 배급한 <댄싱퀸>은 20일부터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까지 전국 110만 4,390명을 동원하며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명절에는 역시 코미디’라는 법칙이 적중한 것일까? 그보다는 황정민과 엄정화가 보여준 환상의 호흡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대중문화계에 불고 있는 복고열풍도 <댕신퀸>에겐 호재였다. 1980~1990년대 복고풍 코드로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한 게, 흥행에 일조했다.
흥행 1위는 <댄싱퀸>이지만, 화제성에 있어서는 <부러진 화살>이 앞섰다. ‘석궁사건’이라는 실화를 소재로 한 <부러진 화살>은 같은 기간 81만 3,532명으로 2위에 올랐다. 손익분기점 50만 명을 훌쩍 넘어선 결과다. ‘제2의 도가니’라는 호칭과 SNS를 통한 입소문이 <부러진 화살>의 흥행을 견인했다. 이 시점에서 주목할 건, <부러진 화살>의 흥행을 견인한 SNS가 논란도 양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지영 감독은 “90%의 실화를 바탕으로 10%의 허구를 가미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진중권이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부러진 화살> 논란? 영화는 허구에 불과합니다. 그것을 현실로 착각하면 안 되죠”라는 글을 올리면서 영화의 리얼리티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 <부러진 화살>의 향후 흥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사뭇 궁금하다.
설 연휴를 강타한 강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배급사는 롯데엔터테인먼트다. 롯데가 배급한 <페이스 메이커>는 연휴 동안 26만 7,277명이라는 다소 치욕스러운 스코어를 기록했다. 작년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로 설 극장가를 호령했던 김명민에게도 뼈아픈 성적이 아닐 수 없다. 불과 1년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엄태웅이 장가가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250만 명을 동원하면 장가가겠다”는 엄태웅의 공약은 실천 여부도 확인하기 전에 물거품이 됐다. 화앤담이 배급한 <네버엔딩 스토리>는 같은 기간 15만 5,914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엄태웅을 장가보내기 싫은 팬들이 일부러 영화를 멀리했다고? 설마! 영화를 탓해라. 안일한 기획이 <네버엔딩 스토리>의 암울한 엔딩을 자초했다.
2012년 1월 25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