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참석한 이병헌은 현재 촬영 중인 <조선의 왕(가제)>때문인지 전보다 길어진 헤어스타일을 선보였다. 전편에 이어 선과 악이 공존하는 ‘스톰 쉐도우’를 연기한 이병헌은 캐릭터에 대해 “100% 내 취향이라서 도전한 것은 아니었다”는 솔직한 말로 입을 열었다. 동양배우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할 때 맡는 전형적인 액션 연기를 염두에 두고 한 말로 보였는데, “아직까지는 할리우드에서 선택받는 입장이지만 나중에 내가 원하는 시나리오를 고를 수 있는 입장이 되기 위해서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스톰 쉐도우는 자칫 회색분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좋은 의미로 따지면 고독하고 쓸쓸한 파이터 같은 느낌이라 마음에 들었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촬영 시스템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할리우드는 효율적이지만 무섭다”고 털어놨다. “한국은 배우의 컨디션에 따라서 촬영 일정 조율이 가능하지만 모든 것이 정해진 대로 타이트하게 움직이는 할리우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 할리우드의 경우 계획대로 움직이는 점에서 합리적인 반면, 인간적인 정은 덜하다는 평이었다.
미국 촬영에서 이병헌이 부담을 느낀 것 중 하나는 언어다.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과 연기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말한 그는 “자다가도 툭 치면 대사가 줄줄 나올 정도로 완벽히 대사를 준비했는데, 현장에서 스태프에게 발음을 지적당해 신인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당시의 고충을 전했다.
여러 부담감들 속에서도 그에 대한 미국내 인지도는 부쩍 증가한 눈치다. 예고편 크레딧 가장 위에 이름을 올린 것에서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는데, 이에 대해 이병헌은 “이해 안 되는 일”이라고 쑥스러워하며 “분량에 비해 잘 포장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최근 브루스 윌리스가 자신의 연기에 대해 극찬한 것에 대해서도 “영화 홍보성 멘트인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원래 미국 배우들이 칭찬에 후하다”고 털어놓았다. 이 날 이병헌은 시종일관 겸손한 자세로 질문에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1편에서 보여준 완벽한 몸매를 2편에도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1편에서는 상대적으로 마른 체형이어서 이번엔 근육을 크게 만들었다”며 “함께 공연한 락(드웨인 존슨의 애칭)을 의식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 입으로 내 영화가 재밌다고 말하는 건 낯간지러워서 잘 못한다. 그렇지만 1편보다 훨씬 더 재밌을 것 같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3년 만에 찾아온 <지.아이.조 2>는 인류를 위협하는 악당 자르탄과 그에 맞서는 전투부대 ‘지.아이.조’ 군단의 대결을 그린다. 전편의 채닝 테이텀, 시에나 밀러가 빠진 대신 브루스 윌리스, 드웨인 존스가 합류했다. 국내 개봉은 오는 6월 21일.
2012년 4월 25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