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벌> <왕의 남자>에 이어 또 다시 시대극에 도전하는 이준익 감독이 사극에 갖는 감회는 남달라보였다. “기존 사극의 엄숙함과 진지함을 과감하게 던진 <황산벌>이 사극 장르에 미친 영향이 분명이 있다”는 말로 입을 연 이준익 감독은 “<평양성>은 앞으로 찍힐 사극에 영향을 줘야한다는 생각으로 찍었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전주 오픈 세트장에서 열린 <평양성> 현장공개 당시, “이 영화 망하면 은퇴하겠다”고 말한 폭탄발언(?)에 대해서도 심경을 드러냈다. “은퇴 발언 후, 사람들이 자꾸 은퇴계획을 물어 본다”며 “하지만 이번 영화가 재밌으니 은퇴할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황산벌>에 이어 다시 김유신 장군을 맡은 정진영은 8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가 됐다. “<황산벌>에서의 김유신이 카리스마 있는 장군이었다면, <평양성>에서는 늙고 치매기까지 있는 장군”이라고 캐릭터를 소개한 정진영은 “하지만 치매가 있어도 안에는 꿍꿍이가 있는 영악한 인물”이라며 김유신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거시기’ 이문식은 이번에도 고생이 많았다. 황산벌 전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지만, 8년 만에 다시 군대로 끌려온 것. 전에 없던 러브신이 생겨 즐겁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이 역시 생각만큼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러브신이 있다고 해서 기뻤는데, 막상 시나리오를 보니 기쁘지 않았다”며 “선우선씨에게 구타당하는 씬이 많았다”고 볼멘 소리를 냈다. 이에 이문식과 러브라인을 형성한 갑순역의 선우선은 “때리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다”고 맞받아쳤다. “이준익 감독에게 독설을 듣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에 수애 씨와 한지혜 씨에게 독설을 많이 했다가 질타를 많이 받으셨는지, 나에게는 독설보다 조언을 많이 해 줬다”고 감독을 감쌌다.
<평양성>으로 스크린에 데뷔하는 이광수는 신라 장군 ‘문디’로 분했다. “첫 영화인데다가 베테랑 선배님들이 많아서 부담이 많이 됐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힌 이광수는 그러나 “막내라서 귀여움을 받으며 촬영을 마쳤다”는 말로 깔끔한 뒷수습을 했다. <동이>에 함께 출연한 정진영의 추천으로 영화에 캐스팅된 사연도 밝혀졌다. 정진영이 “재미도 있고 투지가 있는 친구여서 광수를 감독님께 추천했다”고 밝힌 것. 처음에는 이광수를 반대했다는 이준익 감독은 “3편을 찍게 된다면 절대 빼놓아선 안 되는 역”이라고 이광수의 스크린 도전에 힘을 실어줬다.
한편 연개소문 큰 아들 남생 역을 맡은 윤제문은 졸지에 ‘큰바위 얼굴 배우’가 됐다. 연예계의 대표적인 ‘얼큰남’ 정찬우가 친근감을 표시한 것. “가장 큰 투구를 달라고 했지만 작아서 쓰지 못했다”는 말로 좌중을 웃긴 정찬우는 윤제문이 등장하자 자신과 머리 크기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친형제처럼 굴었다. 윤제문은 이에 “큰머리 윤제문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임기응변으로 제작보고회 현장을 다시 한 번 즐겁게 했다. <평양성>은 오는 27일 개봉한다.
● 한마디
혼자만 멋진 수트로 드레스 업한 이준익 감독님을 배신자라 하려다가, (같은 날 오전에 열린)‘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기자회견’ 참석 사진을 보고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의상이 똑 같군요. 당신은 단벌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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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6일 목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2011년 1월 6일 목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