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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자들의 도시> 개봉차 알아봤다. 은막에 펼쳐진 활자의 세계!
2008년 11월 25일 화요일 | 유지이 기자 이메일


문자보다 영상에 익숙한 세대라지만, 여전히 스토리텔링에서 영상은 문자를 바라보고 있다. 역사라고 해봐야 기껏 백년을 갓 넘겼을 뿐인 영화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한 문자와 스토리텔링에서 경쟁하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일까. 하지만 영상의 가능성을 확장한 많은 작가들이 새로운 영화를 통해 문자와 다른 영역을 발견해왔다. 가끔은, 두 영역이 흥미롭게 만나는 경우도 있었다.

문자를 이용한 스토리텔링, 소설을 영화로 옮긴 경우야 너무도 많아 단순한 나열이 불가능할 정도다. 각색물의 경우, 영화보다 역사가 짧은 컴퓨터 게임이나 역사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만화의 경우와는 비교가 안된다. 보통은 그래서, 각색한 영화가 원작에 못지 않은 경우부터 접근하곤 한다.

원작만큼, 혹은 그 이상

 할리웃 대표 키스 씬
할리웃 대표 키스 씬
매체와 화법이 전혀 다른 영화와 소설이 같은 이야기를 똑같이 훌륭하게 하기는 쉽지 않다. 보통, 원작을 소설에 두고 있는 영화는 아쉬움의 대상이기 마련이고 원작을 영화에 두고 있는 소설은 상업적인 부록이기 쉽다. 그럼에도 원작소설 못지 않은 영화로 인정받는 각색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재능이 영감과 감각을 불태웠던 지난 100년간 그만한 작품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널리 알려진 할리웃 영화 중에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지명도에서 단연 으뜸이다.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당대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주목받는 뉴스였고, (최고의 남자배우로 레드 버틀러 역에 내정되어 있었던 클라크 게이블에 비해) 무명의 영국 출신 여배우 비비안 리가 스칼렛 오하라 역에 캐스팅되며 단번에 대스타가 되기도 했다. 화려한 의상과 웅장한 프로덕션까지 할리웃 스튜디오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작품 중 하나라는 점에서 원작 이상을 완성한 영화. 영미권에서 벗어난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오히려 영화쪽이 더 유명하기도 하다.

명제작자 데이빗 셀즈닉이 진두지휘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감독의 개성을 느끼기 부족하다면, 존 스타인벡의 소설을 영화화한 존 포드 감독의 〈분노의 포도〉같은 작품도 있겠다.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존 스타인벡은 〈분노의 포도〉 이외에도 제임스 딘 주연 영화 〈에덴의 동쪽〉이나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구명선〉을 비롯한 수많은 할리웃 영화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뛰어나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같은 영화가 너무 멀리 있다 느껴진다면, 가장 최근의 경우를 기억해도 좋겠다. 규모와 환상적인 배경 때문에 영화화되지 못했던 수많은 판타지 소설을 영화화 붐으로 이끈 장본인이자, 원작팬마저 만족시킨 괴력의 작품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능히 ‘원작급’ 포스를 가지는 각색 영화로 꼽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빼어난 특수효과와 프로덕션 디자인이 원작을 잘 이해하고 있는 재능있는 감독을 만났을 때 얼마나 훌륭한 결과로 나올 수 있는지 더할나위 없는 사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원작보다 비범한, 특별한 필름

 40년전에 상상한 2001년 우주
40년전에 상상한 2001년 우주
게중에는 아예 원작 이상의 작품성을 갖는 영화도 있다. 영화를 만드려는 감독과 원작자에 해당하는 소설가가 같은 작품을 함께 기획했기 때문에 완벽한 원작 ? 각색 관계로 보기에 적절하지 않기는 하지만 스탠리 큐브릭의 걸작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SF영화 역사에 남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물론 거장 아서 C. 클락의 소설도 좋지만 클락의 소설 중에는 평작이라는 중평. 원작이 문학적으로 그리 빼어나지 않은 논픽션이었으나 각색을 하며 무게감을 얻은 영화로 태어난 경우도 있다. 미국 국민영화 중 하나로 꼽힐 만한 〈대부〉 시리즈가 그렇다. 원작 〈대부〉는 마피아 내부를 다룬 문제작이었으나 미국 문학을 대표할만한 작품으로 꼽기는 힘들다. 하지만 〈대부〉는 당대의 인기도 인기거니와 현대 미국 영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남았다. 비슷하게 칙릿 소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역시 소녀적인 치기가 넘치는 원작보다 성숙한 시선을 보탠 영화판이 더 훌륭하다는 평을 얻는 경우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경우까지 합치면 더 많아진다. 스티븐 킹의 중편 소설집 〈사계Different Seasons〉는 많은 스티븐 킹 팬이 좋아하고 때로 가장 빼어난 작품으로 꼽기도 하는 이야기로 즐비하다. 소설집에 포함된 작품은 각각 영화가 되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쇼생크 탈출〉이다. 워낙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덕에 영화가 소설을 뛰어넘는 사례로 꼽히기도 하지만, 훌륭한 원작에 더 점수를 주는 경우도 못지 않게 많다. 속칭 ‘한니발 3부작’ 중에 가장 흥미진진한 소설 〈양들의 침묵〉 또한 소설을 뛰어넘는 각색 영화로 꼽히는 경우. 한창 원작자 토머스 해리스가 소설을 쓸 때는 원작 소설을 편드는 경우도 많았으나, 함량이 떨어져 아쉬운 〈한니발〉과 작가 자신이 ‘한니발 3부작’에 함몰된 〈한니발 라이징〉으로 망가진 원작자보다는 안소니 홉킨스와 조디 포스터 조합이 시간이 지날수록 빛나는 영화 〈양들의 침묵〉이 더 높은 점수를 얻는 추세다.

영상과 문자 사이에서 초점을 찾다


장르 컨벤션을 가지고 기품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낼 줄 아는 페르난도 메이렐레스가 줄리언 무어, 마크 러팔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같은 안정감있는 배우와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면 기대할 만 하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깊고 안정적이었던 전작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원작이 노벨문학상 수상자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라면 좀 갸우뚱하다. 이번에 개봉하는 (할리웃 제목은 심플하게 바꾼 〈Blindness〉였지만) 동명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 이야기다. 단순히 스토리텔링 뿐 아니라 문학적으로 아름다운 은유와 상징을 영화에도 옮겨 놓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행간에 지적인 조각을 심어놓았던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스릴러로 옮긴 영화판이나 원작의 서정성을 잃고 액션활극이 되어버린 〈저주받은 자들의 여왕〉같은 경우가 그랬다. 메이렐레스의 전작 〈콘스탄트 가드너〉 역시 원작소설이 있었지만 첩보물의 대가 존 르 카레의 작품이었고, 감독은 이 차가운 이야기를 멜로드라마로 접근했다. 상징과 은유가 넘실대는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도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의 감각이 통할까?

세상 모두가 이유없이 눈이 머는 악몽, 영화관에서 이 악몽이 얼마나 밀도 높게 영상으로 옮겨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콘스탄트 가드너>처럼 원작에 버금가는 영화로 재창조 됐으면 좋으련만..아니면 어쩔 수 없고...

2008년 11월 25일 화요일 | 글_유지이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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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ung718
잘보고가요~   
2010-09-07 11:30
iamjo
최고인듯   
2010-07-17 23:30
kisemo
잘봤어요~   
2010-04-22 17:56
theone777
재밌었다   
2009-09-21 01:36
mckkw
반지의 제왕이 최고인 듯   
2009-02-05 15:54
joonhobang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2008-12-04 21:14
hn14hn
대단한 영화입니다!!   
2008-12-03 19:29
mvgirl
원작이 있는 작품은 활자와 영화의 차이는 좀 있는듯...   
2008-11-3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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