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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뜩이는 지금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2012년 4월 16일 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봄이 왔다. 두꺼운 외투 안에 방치돼 있던 매력을 발산할 시간. 스트라이프 셔츠에 최신 유행이라는 ‘돌체 오어 가바니’ 청바지를 입는다. 시크한 패턴의 재킷까지 걸치면 우아하고 정제된 댄디 룩 완성. 여기에 영국에서 공수해 온 무스, 아니 왁스를 머리에 발라 올백으로 넘기면 퍼펙트. 이제 여자들의 마음을 ‘저스트 텐 미닛’안에 얻는 건 시간문제, 라고 납뜩이는 생각한다. 15년 전 힙합보이였던 납뜩이는 현재, 인기 섹스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출연 중인 TV·라디오 프로그램만 수십 건. 그가 인터넷에 기고하고 있는 섹스 칼럼은 하루 50만 페이지뷰를 기록할 만큼 반응이 뜨겁다. 2009년 출간된 <그대는 왜 쌍년이 되려 하는가>와 <이웃 동네 독서실 여자를 탐하지 말라> 에세이집은 현재까지도 스테디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납뜩이가 섹스칼럼니스트의 세계에 뛰어든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재수하는 것도 서러운데 공부까지 열심히 해야 해?”라고 일갈하던 납뜩이는 정직한 아이였다. 그는 정말 공부를 설렁설렁했다. 그 결과, 수능 점수는 바닥을 기었다. 점수에 대강 맞춰 들어간 지방 변두리 대학의 철학과가 그의 적성에 맞을 리 만무했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씀에 강의실을 뛰쳐나가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대학에는 그를 원하는 무리들이 있었으니, 갓 사랑에 눈을 뜬 혈기왕성한 청춘들이었다. 그들은 ‘연애 상담의 달인’ 납뜩이를 찾았고, 납뜩은 ‘툭 기술’, ‘뒤에서 보기’, ‘차게 굴기’ 등의 이론을 전수하며 학교에서 유명세를 얻었다. 아, 이제와 밝히지만 납뜩이는 성은 ‘마’씨다. 그러니까 그의 피엔 <방자전> 마노인 유전자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타고난 언변을 무기로 연애 카운슬링의 세계에 뛰어드는 순간, 납뜩이의 ‘나쁜 남자 포텐’이 터졌다. 재수시절 사귀던 싱숭이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한 납뜩은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미팅, 소개팅, 채팅, 헌팅, 번개팅을 가리지 않았다. 수많은 여자를 만났다. 그리고 그녀들의 ‘쌍놈’이 됐다. 한때는 난잡한(?) 생활로 여자들에겐 공공의 적이, 남자들에겐 우상이 되기도 했다. 납뜩이는 늘 자신만만했다. 자신이 여자의 마음을 잘 안다고 믿었으니까. 독서실의 생숭이와 재회하기 전까지는 정말 그렇게 믿었다.

생숭이를 다시 만난 건, 건축학개론 수업에서였다. 군 제대 후 학교에 복학한 납뜩은 절친 승민(이제훈)의 추천으로 건축학개론을 신청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신입생으로 입학한 생숭이와 재회했다. 도서실의 앳된 중3 소녀는 어느덧 성숙미 물신 풍기는 여인이 돼 있었다. 두 사람은 건축학개론 과제를 함께 하며 가까워졌다. 생숭이는 자신이 고3때 즐겨들었던 음악이라며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를 들려줬다. 두 사람은 CD 플레이어로 나오는 <난 알아요>에 맞춰 리듬을 탔다. 납뜩이는 생숭이의 모든 것이 알고 싶어졌다.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여자를 안다고 자신만만했던 승민은 생숭이를 만난 후 제정신이 아니었다. ‘손목 때리기’ 따위에 마음이 설레였고, ‘만나면 뽀뽀뽀’인 줄 알았던 뽀뽀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 순간 납뜩이는 과거 승민이에게 해줬던 카운슬링이 미안했으리라. “손목 때리기? 븅신, 그럼 여자가 아구창 돌리기 할 것 같냐?”고 비난해서는 안 됐다고 납뜩은 느지막이 후회했다. 시간이 갈수록 생숭이를 향한 납뜩이의 마음은 커졌다. 고백하자! 납뜩은 소주 한 병 나발 불고 생숭이의 집 앞에 찾아가서 전화기에 대고 다짜고짜 “집 앞이다 잠깐 나와” 그러고는 딱 끊었다. 생숭이가 나오자 납뜩은 벽을 딱 짚고 뭔가 얘기하려다 그냥 돌아서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쓸쓸한 뒷모습이 컨셉이니까. 하나, 둘, 둘의 반, 둘의 반의 반… 그의 이론대로라면 이쯤에서 생숭이가 자신을 불러야 마땅했다. 하지만 생숭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뒤를 돌아보니, 생숭이 옆에 과거의 여인 싱숭이가 서 있었다. 생숭이가 꺼낸 건 딱 한마디였다. “꺼져줄래” 싱숭이와 생숭이가 친자매였다는 사실을 안 건, 이틀 후. 이 모든 게 싱숭이의 복수였음을 안 것도 그때였다. 시련의 아픔은 쓰고, 후유증은 오래갔다. 하지만 깨달음도 컸다. 납뜩이는 더 이상 글로 배운 이론만을 내세워 남의 연애사를 흔들지 않았다. 그렇게 납뜩은 연애에 보다 성숙한 남자가 됐고, 여자의 마음을 아는 게 아니라 알려고 노려하는 남자 됐고, 진정한 마음으로 어드바이스를 해 주는 섹스칼럼니스트가 됐다.
에필로그

늦은 밤, 납뜩이의 아이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린다. 승민(엄태웅)이다. 납뜩이는 승민이의 이 울음을 딱 한 번 들어 본 적이 있다. 15년 전, 그날.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승민은 파르라니 질린 얼굴로 납뜩을 찾아와 오열했었다. 지금 이 울음은 그 때의 그 울음과 농도가 같다. 납뜩은 직감적으로 승민의 이 울음이 서연(한가인)에게서 기인했음을 직감한다. 서연이 승민의 건축 사무실에 찾아온 사실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서연이 집 신축을 의뢰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승민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말로는 잊었다 하지만, 아직 서연이 승민 마음 한 가운데 방을 짓고 앉아 있음을 납뜩은 모르지 않았다. 납뜩이는 자신의 15년 전 과오를 보상받고 싶었다. 그때 자신이 사랑을 조금 더 알았더라면, 결코 서연이를 “쌍년”이라고 단정 짓지 않았을 테니까. 사실 과거 승민이 서연(수지)을 향해 날린 “꺼져줄래”라는 한 마디. 그 말을 코치한 것은 납뜩이었다. 납뜩은 이 모든 걸 바로 잡고 싶다. 울먹이는 승민이 있는 술집으로 차를 급히 몬다.

승민은 살짝 취해있다. 그런데 왜일까. 굉장히 편해 보인다. 마치 해묵은 숙제를 해치운 사람 표정 같다. “서연의 제주도 집을 완성하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승민이 드디어 입을 연다. 그리고 승민은 서연과 함께한 제주도의 마지막 밤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입맞춤을, 15년간 비밀로 간직했던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고 하나 둘 풀어낸다. 그리고 말한다. “믿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해서 믿는다는 걸. 조금만 더 사랑했다면 다 해결된 문제인데...”(<시라노: 연애조작단>의 병훈 대사 인용) 후회해도 번복할 수 없는 그 날의 실수를, 돌이킬 수 없는 그 안타까운 날들을 승민을 그렇게 조용히 견뎌내고 있다. 납뜩이는 서연을 잡으라는 말을 하려다가 도로 삼킨다. 추억은 추억일 때 아름답다는 걸 납뜩이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포장마차엔 마침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이 흘러나온다. ‘너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 만큼 의미가 될 수 있는지’

2012년 4월 16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10 )
olqmssk123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매번 납뜩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셔셔 좋아합니다~앞으로도 계속 납뜩할 수있는 연기를 보여주세요!!   
2012-07-20 14:08
jini838
납뜩아........... 더킹에서 그렇게 영웅되고나서 행복하니........ㅠㅠ전 아직도 아쉽네요 좀더 행복한 장면으로 엄마미소 짓게 만들어줄지 알았더니만은...............   
2012-05-28 20:53
dhko1119
이분 건축학개론에서 최고였어요. 납뜩이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보험왕 빵 터지네요 ㅋㅋㅋㅋ   
2012-05-21 01:34
aldk30
"납뜩이" 하하하..더킹에서의 모습과는 무척이나 많이 다른 모습이어서 영화를 보면서는 같은 인물 맞나 라는 의문을 갖기도 했다는 건축학개론에서는 무척이나 발랄(?)해 보였다는..역시,배우는 아무나 하는게 아닌듯했습니다..   
2012-04-30 13:28
dudfuf0102
더킹나왔을때 확달라진모습에 납뜩이인줄 몰랐습니다! 그저 신인배우인가..연기잘하네 잘생겼다~했는데 나중에서야 알게되서 완전 깜짝 놀랐었죠!!ㅋㅋ A급배우 유명배우가 되는날이 오길 기다립니다~!   
2012-04-29 20:49
freegod13
진짜 연기자라는 말이 잘어울리는..건축학개론이 그냥 수지 이제훈의 사랑얘기만 다뤘으면 재미없을텐데 조정석이라는 배우가 있음으로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드라마도 잘 보겠습니다   
2012-04-24 15:53
namekay
와 영화를 봤는데도 어렵네요...   
2012-04-22 21:53
lhl1220
이분 없었으면 재미 없었을듯 ^^   
2012-04-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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