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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을 채우는 류승룡, 눈물샘 채우는 관객 7번방의 선물
jksoulfilm 2013-02-04 오후 7:57:15 892   [1]

 

 

★★★★ 별점을 채우는 류승룡, 눈물샘 채우는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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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지금 이 순간이 꿈이라면 살며시 너에게로 다가가 모든 걸 고백할텐데...” 익히 들었던 만화 세일러문의 주제가가 영화관 가득 울려 퍼지면 용구(류승룡)와 그의 딸(예승)은 노래를 따라 부르고 율동을 선보인다. 영화는 시작부터 부녀의 관계, 애달픈 부성애의 코드를 투영하고, 코미디 영화로서의 매너도 충실히 지킨다.

사실 한국 코미디 영화에서 웃음과 감동을 버무리는 스토리와 연출은 흔하다. 그래서 오히려 진부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7번방의 선물]도 마찬가지. 진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2시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을 꿋꿋이 메워내는 류승룡을 비롯한 명배우들의 연기와 울지 않을 수 없게 가슴 저미는 스토리가 관객의 가슴으로 오롯이 안착했다. 올해 연말에 있을 주요 영화 시상식에서 남우주연 후보 한 자리는 류승룡이 이미 차지한 것 아닐까? 그만큼 훌륭한 그의 연기. 그를 받치는 다른 배우들의 연기 역시 손색없다.

교도소 7번방에 수감된 용구(류승룡)는 6살 지능의 지적장애인이다. 그는 딸 예승(갈소원)이 갖고 싶어하는 세일러문 가방을 사주려다 오해와 음모의 늪에 빠진다. 그리고 ‘어린이 성추행범’이라는 치욕스런 오명을 쓰게 된다. 말도 더듬거리며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능이 6살에 멈춘 그가 어린이 성추행범이라니. 쉽게 납득되지 않지만 용구의 앞에서 죽은 여자아이가 경찰청장의 딸. 갑작스런 딸의 죽음을 사고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경찰청장은 용구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그를 벌함으로써 딸의 죽음을 위로하려 한다. 용구의 죄명을 들은 7번방 교도소 식구는 처음에는 용구를 괴롭히고 못살게 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용구의 착한 본성을 알게 되고, 그와 또 다른 가족이 되어간다. 예승이를 보고 싶어하는 용구를 위해 예승이를 교도소 안으로 들여오는 소양호(오달수)와 다른 교도소 선배들. 한 때의 실수로 7번방에 모여 있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사람들이다. 사건에 숨겨진 음모로 인해 사형집행 선고를 받은 용구. 용구를 아는 모든 이들이 하나같이 말한다. “이대로 그를 떠나보낼 수 없다.”고...

 

 

[7번방의 선물]은 ‘연초, 겨울’의 계절적 특수를 노린 기획영화 성격이 짙다. 매년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박용우의 [파파], 차태현의 [과속스캔들]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당시 영화관에 갈 때 주머니에 손을 집어 놓고, 입에서는 입김이 나오지 않았던가? 추운 계절에 마음을 녹이는 따뜻한 영화. [7번방의 선물]이 탄생한 배경이다.

‘기획영화’는 다른 말로 바꾸면 완벽한 상업영화라는 뜻인데, 이것은 영화의 1차적 목적이 관객수 확보, 흥행에 있음을 말한다. 예전에는 이런 기획 영화들이 죽을 쑤는 경우도 흔치 않았지만 요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관객의 수준이 매번 기획사의 기대를 웃돌아 점점 기획영화에도 작품적인 내실이 기해지고 있는 것이다. [7번방의 선물]은 차분히 잘 기획된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다양한 캐릭터로 필모그래피 이력을 알차게 쌓아온 류승룡을 캐스팅한 것부터, 빛나는 조연 군단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 주구장창 부성애 코드를 관객의 뇌리에 남게 한 이환경 감독의 연출과 스토리까지. 다분히 기획적임에도 밉지 않은 구성의 영화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7번방의 선물]은 연출, 연기, 이야기의 3박자가 좋다. 우선 [각설탕], [챔프] 등으로 따뜻한 영화를 줄곧 만들어 온 이환경 감독의 물오른 연출력과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이전 그의 작품이 관객에게 감동을 강요하고 지나치게 무겁고 슬픈 분위기 속에서 되도 않는 유머를 섞었다면 이번에는 다르다. 이전 작품을 반면교사 삼은 듯 코미디와 슬픔의 황금비율 배합을 선보이며 2시간을 부드럽게 진행시킨다. 여기에는 무수한 캐릭터를 거쳐 온 조연 배우들의 덕이 크다. 오달수, 김정태를 비롯한 조연 배우들은 기껏 한두 가지의 설정을 보임에도 존재감은 누구와 겨뤄도 뒤지지 않고, 예승 역을 나눠 맡은 갈소원이나 박신혜의 연기도 인상 깊다.

이야기의 개연성을 심하게 따지는 관객에게 [7번방의 선물]은 다소 억지스럽고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눈살 찌푸릴 수 있다. 교도소 안에 어린여자아이가 한두 번 방문에 그치는 것이 아닌 결국에 그 안에서 같이 생활하는 것. 예승이와 용구를 기구에 태워 그들에게 자유와 행복을 선물하려는 이들의 노력은 눈물겹지만 현실적인 관점에서 개연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이는 감독도 이미 고려한 부분. 감독은 예승이와 용구의 만남을 잦게 함으로써 감정의 결을 촘촘히 쌓아올리고, 예승이와 다른 교도소 죄수들의 유대관계를 설정하려했고, 또 기구를 탄 용구와 예승이가 철조망에 걸렸을 때 그 누구도 어찌할지 몰라 멍하니 지켜보는 장면에서는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과 지위를 떠나 마음 깊이 그들의 행복을 빌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비현실적인 설정을 따뜻한 판타지로 봐줄 수 있는 시선. 감독이 기대한 관객의 수준은 이 지점을 타깃으로 했다고 해석된다.

용구 역을 맡은 류승룡은 등장부터 확실한 캐릭터를 구축한다. 바보스럽지만 귀엽고, 슬픈 표정 속에도 미소를 담고 있는,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바보 연기. 그 어떤 바보 캐릭터가 이처럼 사랑스럽고 애달프게 표현될 수 있을까? 보는 내내 탄성을 자아내는 그의 연기는 영화 절정에 다다른 지점에서 관객의 눈물을 심하게 터뜨린다. 연신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를 외치며 고개를 있는 대로 숙이는 용구. ‘누가 그를 이대로 보낼 수 있을까? 정작 죄송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생각하게 한다.

충무로의 스타시스템이 예전만 못하지만, 연기를 잘하는 배우의 작품은 꾸준히 관객을 불러모은다. 최근의 경우로 보면 ‘하정우, 김윤석, 최민식’ 정도가 그렇다. 이제 이 리스트에 류승룡을 올려도 될 것 같다. 그의 연기를 보고 있자니 ‘믿고 보는 배우’ 타이틀이 전혀 아깝지 않다.

[7번방의 선물]은 영화 자체가 관객에게 선물인 셈이다.

P.S

영화 틈틈이 흐르는 세일러문 주제가가 용구의 마음과 같아 내내 가슴이 아팠다.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아빠가....지금 이 순간이 꿈이라면...살며시 너에게로 다가가 모든 걸 고백할텐데...”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딸에게 말하지 못한 아빠의 심정. 이 시대 모든 아빠들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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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방의 선물(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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