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잘 살려내거나 뛰어난 영화를 만나기 힘들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진 소설이라면 관객들은 보면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원작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비교하게 된다. 소설은 인물들도 많이 나와 복합적인데 반해 영화는 두 인물에 핵심을 맞추기 위해 과감히 생략되어 집중도가 높아진 느낌이다. 미호나 요한 정적인 캐릭터라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살짝 걱정했지만 손예진의 미호 고수의 요한은 원작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발산해서 소설과 같지만 더 깊어진 인물들로 표현되어 있다. 미호가 승조의 딸이 자신의 과거를 밝혀 사람들에게 조롱꺼리가 되자 치를 떠는 모습은 소름돋을 정도로 실감이 났다. 그것이 원작을 읽으며 내가 느끼지 못하는 부분을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원작영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135분이라 다소 길게 느낄 수 있지만 늘어지는 부분이 없이 잘 이어지는 전개에 몰입되어 어느덧 결말부분에 이르게 된다. 처음에는 손예진이나 한석규의 연기를 많이 기대했었지만 의외로 요한의 고수가 가장 원작과 매치율도 좋고 연기가 훌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