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명의 감독과 다섯편의 옴니버스영화의 만남을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다섯이란 개념이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는 듯
하다. 감독들만의 특유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듯한 에피소드
마다의 특징이 오히려 이 영화의 공통적인 주제 '에로스' 를
상징하면서도 영화의 분위기를 죽이고 있다. 관객들의 관심도
를 집중시킨건 상업적인 뉘앙스가 풍기는 포스터와 예고편에서
이미 배우들의 노출도 수준을 각인시켜주면서 였을듯 하지만
직접 속알맹이를 들여다본 영화의 내용에 '피식' 헛웃음을 짓고
극장을 나서는 또 다른 나의 내면을 보는듯한 다른 관객들의
모습을 마주하는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쉽지 않다. '에로스'
라는 허세에 치우쳐 결국 공감대와 대중성이란 것은 조금도
표출시키지 않은채 짧게 토막난 다섯 에피소드의 릴레이는
철야작업을 하는 것보다 힘겹고 지루함과의 싸움을 이겨내야만
영화의 관람을 마칠수 있다. 물론 다섯 에피소드 모두가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다섯 에피소드에서
바뀌는 주인공들의 패턴과 장면의 전개등이 특이성이 전혀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남자의 속내와 외적으로 작업걸기
위해 접근하는 대화법을 드러내는 첫번째 에피소드
'His Concern' 은 참신한 느낌과 함께 다소 이색적인 느낌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듯 하다. 마지막에 그녀의 속내를 드러내는
반전적인 요소도 짧지만 재미있는 연관관계를 드러내면서
깔끔히 마무리 된다. 그런대 두번째 에피소드부터 영화는
줄다리기를 시작한다. '나 여기 있어요' 부터는 숨바꼭질을
하는듯한 남편과 삶과 죽음의 경계를 떨친 아내의 사랑을
표현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는
분명히 전달된다. 하지만 쾨쾨한 냄새가 나는 걸레가
아무리 빨아도 꾸정물이 계속나오는 듯한 느낌이랄까...
고전적이면서도 식상한 느낌에서 오는 지루함이 시작된다.
세번째 에피소드 '33번째 남자' 에서는 배종옥분의 새로운
변신을 보여주는 듯한 연기와 약간의 코믹한 요소, 그리고
뱀파이어라는 소재에 눈길은 가지만 이 에피소드도 지루함
을 달래주지 못한다. 그리고 네번째 에피소드 '끝과 시작'
은 짧은 옴니버스영화로는 어울리지 않을뿐 아니라 캐릭터
들에 대한 이해도를 제공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더욱
'에로스' 라는 주제와는 머나먼 이야기라는 느낌이다.
남녀간의 성적인 접촉이 있다고 '에로스' 라는 주제에
부합된다는건 상당히 저속적인 느낌을 줄 뿐이라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프로이트가 말했듯 자기 보존
본능, 종족 보존 본능, 자기애, 대상애등을 내포하고
있는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기위해 큰 통일을 만들어내
려는 충동이라는 개념이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각각의
에피소드에 '에로스' 에 해당되는 다양한 개념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그 '에로스' 에 해당되는 요소들을 제대로
표출해낸 에피소드는 개인적인 관점에서 첫번째 에피소드
밖에 없는듯 하다. 다섯번째 에피소드는 이른바 10대
청소년들의 스와핑 교제에 대한 이야기는 두번째 에피소드
만큼 지루한 느낌을 준다.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관객
과의 소통을 원하는 영화들이 아니라 관객들이 감독들의
의도를 알아서 찾아내어 즐기라는 개념이 강한 것에서
비롯된다. 짧은시간안에 에피소드내의 캐릭터들에 대한
공감과 이해에 대한 불친절한 배려없는 전개는 지루함과
영화의 집중도를 떨어트리는 요소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큰 잘못된 초점은 홍보의 방향과 어긋난
영화내용들이었다. 상업적인 부분에서의 성적인 느낌과
과감한 노출, 강렬한 에로스등을 홍보했던 것과는 달리
영화는 불친절하고 에로스적 요소도 찾아서 이해하면
다행인 난해하면서도 쉽게 다가설수 없는 비대중적인
비상업적인 영화내용이었던 것이다. 이 옴니버스
영화들, 오감도의 공감을 느끼려면 엔딩크레딧의
나레이션조차 되새김질하면서 속의미를 찾아보려는
관객자신의 무한한 열정이 필요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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