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전 저의 관전 포인트는 과연 영화의 내용이 책과 비슷할 것이냐,
아니면 일본 드라마와 비슷할 것이냐 였습니다.
일본 드라마가 워낙 재밌다고들 하여 사실 미리 관람하지 않았습니다.
괜히 드라마 먼저 봤다가 영화가 재미없어질까 싶어서요.
그런 면에서 미리 책이나 드라마를 접하신 분들은
반전의 재미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을 듯 합니다 ㅎㅎ;;
영화는 기본적으로 스릴러이나 무서운 장면이 마구 등장하지는 않아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일관된 표정의 두 남여 배우 때문에
저 또한 오히려 담담하게 사건의 나열들을 바라볼 수 있었던 듯 합니다.
초반의 사건의 나열은 책처럼 14년 전과 현재를 번갈아 보여줍니다.
그 것은 어느 한 사람의 시선이기도 하고
혹은 다른 누군가의 기억이기도 합니다.
그 흩어진 기억들을 하나의 연결선 상에 올려놓게 되는 정점은
조민우 형사의 실종부터가 아니었나 싶어요.
조민우 형사의 실종이 한동수 형사(한석규 분)를 각성시키고
다시 이 사건에 뛰어들게 만들었으니까요.
제가 책을 읽고 난 후기에 이상한 사랑 이야기 라고 생각했었는데
영화로 다시 봐도 한 사람을 이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요한은 그렇게 철저히 미호의 그림자로 숨어지내며
미호의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더러운 것은 제 손으로 치워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그 과정들이 상당히 축소되어 그려졌지만
책을 읽어보면 정말 놀라운 사건들의 연속입니다.
영화에서는 이 모든 일이 미호의 사주로 이뤄지는 듯 보이는데
책에서는 어느 한 쪽이 부추긴다는 느낌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는 요한이라는 캐릭터가 정말 안쓰럽게 다가옵니다.
아버지의 일로 인해 어떠한 트라우마를 갖게 되었고
그 죄책감을 안고 미호를 끝까지 지켜주려 합니다.
어쩌면 그에게 공소 시효가 끝나는 날은
미호와의 사랑이 떳떳하게 시작되는 행복한 날이라기 보다
업보를 내려놓는 시점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마지막에 한 형사를 향해 우리 두 사람만 없어지면 된다고 했던
요한의 대사는 절절하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런 요한에게 마지막이라며 의뢰한 일은
미호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던 것 같아요.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드는 방법이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 진심으로 섬뜩했으니까요.
자신의 치명적인 상처를 타인에게도 똑같이 주고 공감대를 만들다니
정말 왠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방법 같아요;;
개인적으로 이민정님 캐릭터는 정말 안타깝습니다 ㅠ_ㅠ
이민정님 역은 책 속에서 유키호가 결혼할 남자의 사촌 동생 역할이었던 것 같은데
이 캐릭터의 역할이 영화에서나 책에서나 굉장히 중요했건만
영화 속에서는 매우 겉도는 느낌이 들었어요 ㅠ_ㅠ
정확히 무엇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사 톤도 뭔가 일체가 되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어서
캐릭터에 감정 이입이 안 되더라구요 ㅠ_ㅠ
영화 보면서 이를 어쩌나- 싶었습니다 ㅠ_ㅠ
영화가 책과 크게 다른 점이 있었다면
한 형사가 요한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점입니다.
14년 전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미호와 요한을 지키지 못했던 것,
요한의 그림자 생활을 더 일찍 알아채지 못했던 것,
그런 그의 방황을 더 빨리 멈추게 도와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사죄였죠.
책을 읽고 나서 마음이 계속 답답했던 건,
결국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을 상처입히고 어둠으로 내몰았다는 점이었어요.
한 형사는 그 모든 것에 대한 사죄를 요한에게 하죠.
그 것은 책을 읽었던 독자라면 모두가 하고 싶던 말이었을 거예요.
아쉬운 점은 러닝타임이 참으로 늘어집니다 ㅠ_ㅠ
러닝타임이 135분인데 미호와 요한이 서로 아는 사이였다는 것을
영화 속에서 눈치채게 되는 시점부터 점점 늘어져 버리더라구요 ㅠ_ㅠ
책은 오히려 뒤로 갈수록 바짝 잡아당겨 줬는데
영화는 어째 뒤로 갈수록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것은 제가 책을 미리 읽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ㅠ_ㅠ
영화든, 책이든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야기인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실마리가 다 풀리고 나면 카타르시스와 함께 해방감이 느껴져야 하는데
마음 한 켠이 여전히 묵직하고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그 만큼 안타까운 이야기였어요.
손예진님이나 고수님의 노출을 감행한 열연에 꽤 놀랐고
한석규님의 차분한 연기는 처음 우려와 달리 역시~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이제 전 드라마를 달려볼까 합니다 ㅎㅎ
또 어떤 스타일로 이 이야기가 그려질지 기대가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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