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도'
이상의 시 제목으로 더욱 유명한 이 제목과 상체를 거의 노출한듯한 포스터는 관객의 시야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에로스적이면서 퇴폐적이지 않은 깔끔하고 밝은 포스터 분위기를 기대하고 영화를 봤다면 딱 실망하기 좋은 영화다. 벗기기도하고 의도적으로 가리지도 않아 야하긴 야한데도 그다지 많이 야하지 않은 느낌을 준다. 다섯가지의 짧은 단편들의 모음인 이 영화는 상업적인 느낌보다 영화제스러운 맛을 가지고 있다.
첫번째 단편은 'his concern'
우연히 기차역에서 만난 이쁜 그녀에게 반한 그 남자.
시각적으로 다가온 사랑의 감정이 결국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여자인 나로써는 첫눈에 반한 사랑이 완전히 시각적인 측면에서 시작했다는 점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남자들의 세계는 그런가보다. 아무튼 그들은 그렇게 시작했으며 그것이 사랑이든 아니든 결국 함께 하고야 마는데...... 과연 이것이 사랑일까? 아니면 불시에 찾아온 욕구를 해소한 것인지 혼란스럽다. 사랑의 시각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기에는 먼가 부족하다.
두번째 단편 '나, 여기 있어요'는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그나마 돋보였던 작품. 부부의 애틋함이 보기 좋았다. 병든 아내와 그녀를 보살펴주는 남편의 연기를 보며 부러울만큼 각별해보였다. 아내가 죽은 후 남편과 아내의 각각의 시선처리가 더 애잔하게 보였던 영화
'33번째 남자'는 배종옥의 정사씬이 꽤 충격적이었다. 의외로 노출이 과감해서 잠시 할말을 잃었다. 웃음과 약간의 공포를 느끼게 해주려고 했던 것 같은데 배우들의 연기력에 비해 스토리가 다소 못미쳐서 매우 안타까운 영화였다. 둘 다 살릴 자신이 없었다면 유머나 공포 중 한가지를 부각시키는게 더 좋았을 것 같은 영화.
'끝과 시작'은 묘한 분위기의 두 여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인 영화였다. 김효진의 연기력이 의외로 좋았다.(?) 개인적으로 영화속에서의 카섹스는 남녀간의 매우 급하고 자극적이고 흥분되는 동물적인 성욕을 제일 잘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 장면이 왠지 압권이다. 카섹스도중 차창너머로 헤드라이트의 불빛을 보는 김효진의 눈빛이 마음에 든다. 이성의 사랑과 동성의 사랑이 교묘히 어울어지는 이 영화는 먼가 마음을 불편하게 하면서도 마음에 들게 하는 구석이 있다.
마지막 '순간을 믿어요'라는 단편.
아주 어이없는 이 단편은 커플 스와핑을 시도하는 고등학생들의 하루를 담았다. 그런 짓을 도대체 왜 하는 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런 방법으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같이 영화를 본 분과 함께 느낀 점은 이쁘고 얌전한 것들이 호박씨는 더 잘 깐다는 것이었다.(^^;; 영화보면 공감할거다)
배우들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영화홍보를 하는 모양인데, 홍보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영화를 봤다가는 엄청 실망할 것 같은 영화. 상업성을 버리고 본다면 조금이나봐 봐줄만 하다. 근데 요즘 도대체 동성끼리의 키스신들이 왜케 많은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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