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사랑의 이야기라지만 실험정신 가득한 난해한 사랑 이야기
신께서 인간에게 선물하신 축복인 性. 그러나 우리는 유교적 문화 배경과 지극히 개인적이고 비밀스런 점 때문에 공유하거나 공개되기를 꺼리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많이 개방되고 익숙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도 성을 다루는 작품은 항상 논란에 대상이 되고 화제의 중심에 서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엠마뉴엘>, <개인교수> 등을 어른들 몰래 보면서 성에 대한 환타지를 그렸고, <연인>, < 나인 하프 위크>, <투문 정션>같은 거장들의 작품은 퇴폐적이지 않으면서도 아름답게 성을 꿈꿀 수 있게 해 준 에로틱 영화의 최고 작품들이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성에 대한 작품들이 많이 제작, 발표되면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만 파격적인 베드씬이나 충격적인 성의 묘사등으로 세인들의 관심을 받은 작품들 외에 외국의 예술의 경지에 선 에로틱 아트를 만나기는 아직까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갈증을 채워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라 본 <오감도>는 '에로스 그 이상의 사랑 이야기'를 하겠다는 다섯명의 감독이 바라보는 각기 다른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짜릿한 사랑, 애절한 사랑, 자극적인 사랑, 치명적인 사랑, 도발적인 사랑이 감독의 다양하고 색다른 시선으로 사랑 이야기를 풀어 갑니다.
첫번째 이야기인 'his concern'을 시작으로 두번째 이야기 '나 여기 있어요', 세번째 이야기 '33번째 남자', 네번째 이야기 '끝과 시작' 마지막으로 다섯번째 '순간을 믿어요'를 모두 본 느낌은 갈수록 난해하고 어려운 영화였다는 것입니다. 자극적인 性만을 바라고 본 것은 아님에도 각각의 이야기는 쉽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남자의 독백으로 전개되는 독특함과 함께 낯선 남녀가 만나 사랑으로 발전되어 가는 심리를 흥미롭게 그려 낸 작품이었지만 그 작품에 이은 작품들은 하나씩 넘어갈 때마다 높았던 흥미는 갈수록 떨어져 버리더군요. 영혼, 호러, 환타지 등의 장르를 넘나들며 <오감도>는 감독들의 개성을 살린 色다른 시도의 실험적 영화라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작품을 보고 저처럼 실망하는 관객이 있다면 이는 육체적 관계와 성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만을 기대한 것에 대한 실망감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 원초적인 기대치 때문이라면 다른 작품도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영화 감독의 높은 지적 능력과 성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따라가지 못한 부족함에 대한 자괴감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좀 더 솔직하고 우리가 공감하는 사랑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바램에 대한 아쉬움의 실망으로 느껴지는 건 아닐까요? 아니면 에로스라는 단어로 인해 이번 영화가 性에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라 속단의 안과응보일지도 모르죠. 설사 그런 이유라고 해도 사랑에 대한 감독의 이야기는 너무 파격적이고 난해합니다.
유일하게 배종옥의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가 기억에 남는 것은 그나마 농염한 성 행위를 보았기 때문이라기 보다 이런 작품에서 그녀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이 더욱 더 돋보였습니다. 첫번째 이야기가 준 흥미와 재미를 잘 살리고 각 작품의 공통점과 연결고리를 갖게 하여 좀 더 공감가는 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라면 어땠을까요.... 동성간의 키스나 유명 여배우의 파격적인 정사장면으로 관심을 끌기 보다는 현실성있게 부부나 연인들이 궁금해하고 알고 싶은 성에 관한 이야기를 영화에서 다루어 주었다면 어쩌면 그것이 에로스 이상의 사랑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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