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룰만한 재능을 가진 여성이 세상을 멋지게 살아나간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헐리우드에서 성공한 몇 안되는 여류 감독 중 하나인 페니 마샬. 따뜻하고 훈훈한 그리고 휴머니즘이 가득 담긴 여성다운 섬세한 작품을 많이 선보여온 감독. <빅(Big)>, <그들만의 리그 (A League of Their Own)>, <사랑의 기적 (Awakenings)>, <르네상스 맨(Renaissance Man)>, <프리쳐스 와이프(Preather’s Wife)> 등 그녀의 작품은 어딘지 사람냄새가 나는 작품들이 많았다. 그런 그녀가 오랜만에 신작을 들고 왔다. 영화의 제목은 <라이딩 위드 보이즈(Riding in cars with boys)>. 꿈 많고 재능이 있던 소녀, 베브. 소설가가 되고 싶어하던 그녀. 경찰관인 아버지와 평범한 주부의 딸. 하지만 15살 어린 나이에 그녀는 임신을 하게 되고 고등학교를 중퇴, 미혼모가 되기 싫어 자신의 이상과는 거리가 먼 철부지 남편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똑똑한 딸을 자랑스러워 했던 아버지는 그녀에게 실망하고 아버지와는 멀어져만 간다. 자신의 꿈을 포기할 수 없던 베브는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열심히 공부하지만 그녀를 둘러싼 환경은 그녀의 꿈을 자꾸만 꺾어 버리는데…
<라이딩 위드 보이즈>는 실화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15세부터 35세까지의 젊고 재능있는 소녀가 느낀 한 순간의 기쁨으로 인해 가족에 실망을 주고 자신의 인생의 무너짐을 느끼고 그렇게 안주할 뻔 하지만 비전 없는 삶을 탈출하기 위해 싱글맘의 길을 선택하여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이야기를 생기 발랄하고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베브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의 현실을 상징한다. 여성에게 있어서 결혼이라는 건 꿈의 포기와 일부 연결된다. 가정의 주부로 한 아이의 어머니로 생활을 하기 위해선 한동안의 사회생활은 포기해야 한다. 물론 사회에서 성공만이 근본적인 성공이라곤 말 할 수 없지만 사회 속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 여성이라면 주부의 사명 때문에 그것을 대부분 포기하게 된다. 그렇게 생활하다 보면 여성은 가족 속에서 자신의 꿈은 잊은 체 가족의 평화를 위해 꿈을 잊고 결국엔 그렇게 생을 마감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화 속 주인공 베브는 꽤나 활달하고 진취적인 성향을 지녔다. 갑작스런 임신과 결혼으로 인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여야 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도 그녀는 공부를 하기를 원했고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꿈을 버리지 않는다. 남편의 계속된 실망스러운 행동에도 가정을 지키고자 그를 위해 그녀의 꿈을 접는다. 그녀는 남편과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여성을 될법했다. 하지만 영화는 진취적인 그녀의 성향을 드러내는 결단력 있는 여성을 그린다. 미국 여성이어서 일까 ? 그녀는 결국 싱글맘을 택하고 그렇게 원하던 작가가 된다. 책을 낸 것이다. 그러니까 영화 속 베브는 꿈을 가진 모든 여성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로 하는 지를 보여주며 현실의 여성이 실행하지 못하는 용기있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서 일부의 여성들에게 대리만족의 효과를 주기도 한다. 물론 다분히 미국적인 정서이고 너무도 현실적인 느낌의 내용이지만 영화는 다분히 희망적이다. 영화 속 베스는 가정을 무척이나 소중히 여긴다. 아버지를 사랑하며 남편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며 자신이 유지하지 못한 가정 때문에 상처 받은 아들에게 미안해 한다.(물론 겉으론 무뚝뚝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이지만 그 내면은 아들에게 굉장히 미안해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여자라 그런진 모르겠지만…) 그녀가 남편을 떠나 보낸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뿐 여성들에게 가정을 버리고 꿈을 이루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가족간의 사랑이 중함을 이야기 하고 부모 자식간의 사랑이 얼마나 따뜻한지 보여준다. 너무나 현실적인 영화의 내용에 사람들은 특히 여성들은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비애 같은 것을 느낄 법도 한데 영화는 전혀 그런 분위기로 흐르지 않는다. 시종 유쾌하고 경쾌하며 희망적이다. 오히려 여성들에게 꿈을 버리지 말고 또한 가정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함께 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영화는 여성 감독이자 훈훈한 휴먼 드라마를 많이 만들어온 페니 마샬이 연출을 해서 더욱 빛이 나는 느낌이다. 여성의 시각으로 풀어간 여성영화이기 때문에 여성의 입장에서 많은 부분 공감을 할 수 있었고 그 섬세함과 시종 밝게 유지된 이야기가 무척이나 좋았다. 또한 15세 소녀에서부터 30대 후반의 여성을 연기한 드류 베리모어의 연기도 무척이나 좋았다. 이젠 그녀도 예쁜 여배우라기 보단 관록이 묻어나는 진정한 여배우가 되어가는 느낌이랄까….
여담. 영화의 원제가 Riding in cars with boys이다. 직역을 하면 소년들과 차들을 타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3명의 소년(?)과 차를 타고 사랑을 주고 받는다. 처음과 마지막엔 그녀의 아버지, 영화의 이야기를 풀면서는 그녀의 아들과 그리고 영화의 중간엔 그녀의 남편과 차 속에서 일(?)을 벌이게 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곳이기도 하니 영화의 내용과 정말 잘 맞아 떨어지는 꽤 멋지게 지어진 제목이 아닌가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