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천 : 영상과 액션은 좋지만,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영화
중천이란 이름을 처음 접한 건 아마 지난 CJ중국영화제 심포지엄 때 김성수 감독이 발언 시간 때 였을 것이다.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내게는 김성수 감독의 <무사>는 괜찮은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랬던 만큼 그가 제작하는 영화라는 그 점 때문에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운이 좋게 <중천의 밤>을 본 뒤 기대감은 더욱 커졌었다. 시사회 반응이나 여론 반응을 일제 살피지 않고 오직 내게 충실히 해서 보기 위해 그 자체로 본 영화다.
STORY
통일 신라 시대 말기 귀신들이 횡횡할 무렵, 한 마을에 아귀들이 들이닥친다. 이때 그들을 구한 건 반란을 일으켜 역적이 된 처용대의 유일한 생존자 이곽.하지만, 그의 목에 붙은 현상금으로 인해 마을 사람에게 오히려 사경에 헤매이게 된다. 그들을 피해 폐허가 된 집에 들어가는데 ...
눈을 떠보니 중천이란 곳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자신의 정인이었던 연화과 똑같은 모습을 한 천인 소화를 만나게 된다. 위기에 처한 그녀를 구한 이곽은 그녀의 모습에서 연화의 기억을 떠올리려 한다.
소화를 통해 중천에 반란이 일어났고, 그 중심에는 한때 자신이 몸 담았던 처용대의 대장 반추를 비롯한 그의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화와 동료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곽.
소화와 옛 동료의 결전에서 위기에 처한 소화를 보며 검을 든 이곽. 과연 그는 어떻게 할 것인가?
중천의 볼거리
-인상적인 세계관
영화 속 세계인 중천은 이제껏 우리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세계를 선 보인다. 이전의 우리 영화에서의 사후 세계를 다룬 영화 중에서 기독교적인 세계관이 아닌 우리 정서에 걸맞는 공간을 맞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이 영화에서 제일 인상적인 면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영상
영화 자체에서 보여지는 영상은 매우 아름답다. 이는 예고편에서도 그러한 면을 느낄 수 있었지만, 실제 영화에서도 아름답게 보여진다. 이 자체만 놓고 보면 과연 이런 걸 생각해내었다는 것 자체가 존경스러웠다.
-진일보한 액션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액션 자체에 그 매력이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자체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대결 씬을 보이면서 액션적인 면은 더욱 진화한 감을 보여준다. 다만, 일부 장면을 보면 와이어와 특수효과를 쓰고 있다는 것을 눈에 보이게 그대로 주는 장면이 있기도 해 아쉬움이 느껴진다.
중천의 아쉬움
-영화의 기본은 이야기인데, 그 많은 설정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
일단 이 영화의 기본적인 문제는 이야기 자체이다. 영화에는 주어진 영상 이외에 기본적으로 전체적인 흐름이 보여야 한다고 본다. 정작 이 영화는 그러한 기본적인 흐름을 보여주는데 있어 인색하다. 영화 자체에서 지향하는 점이 분명한데 그러지 못한 건 이런 영화를 하는 데 오는 기본적인 학습 부족 또는 자기가 쳐 놓은 그물에 빠진 것이라고 본다.
1. 세계관에 대한 설명 부족 중천이라는 세계가 있다고 치자. 그러면, 그 세계의 어디인지 적어도 자막을 넣든 지, 대사로 사전 설명을 하던 지 그렇게 해도 좋을 건데, 처음에는 약간의 설명이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다 이 곽과 소화 두 사람이 여행을 하는 간단한 사전 설명 조차도 제대로 없이 어설프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솔직히 이건 정말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닐까! 물론 내가 못 알아들은 건지 모르지만, 분명한 건 명확하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이다,
이는 배우가 지닌 관객에 대한 대사 전달력이 부족해서 오는 것과 영화 스텝은 알지만, 실제 영화에서 표현되지 못한 것이라고 본다.
2. 인물간의 관계와 구도 설명 부족
아무리 좋은 액션을 선보인다 해도 그에 대한 이야기가 빈약하면, 영화에 대한 느낌이 줄어든다. 영화를 보면서 이러이러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뻔히 보이는 데도 그에 대한 건 약간의 대사와 약간의 영상 만으로는 너무 부족한 건 아닌 지 생각해봐야 했다.
3. 이야기 전개에 대한 기본적인 장면 설정 부족
이야기를 진행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설정샷이 있어야 하는 걸로 안다. 최소한 인물의 의상이 왜 바뀌는 지, 어디서 무엇을 이용하는 지 정도 넣어주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이마저 이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다. 물론 보면 안다. 하지만, 이걸 빼버리니까 어색하게 보여진다. 이러한 기본적인 요소 하나 하나들이 영화의 재미를 반감 시키는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역시 캐스팅이 문제
1. 배우들의 연기 호흡 및 캐릭터 이해력과 연기력 부족
또 하나 영화의 약점을 가지게 하는 것은 바로 배우간의 호흡과 캐릭터에 대한 이해력과 연기력 부족이라고 본다.
TV에서 불고 있는 사극 열풍을 보면,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강점을 지닌 영화였다. 하지만, 유념해야 하는 것이 바로 그에 준하는 배우 들의 연기 호흡과 연기력이다.
주로 현대 드라마들을 해왔던 배우들은 사극과 같은 영화에는 그 약점을 드러내기 쉽다. 실제 이 영화에서의 배우들 간의 호흡은 약점이 너무 많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그런 면에서 주요 배우들이 이런 류의 영화를 접한 경험이 적다는 것이 문제다.
영화 속 주연인 연화, 소화 역을 맡고 있는 김태희는 트랜디 드라마와 학원물을 해 왔기에 실제 사극 경험이 전무하다. 그런 그녀가 이 영화의 주인공일때,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있었다. 주연으로서 영화에 대한 경험이 없고, 유사 장르 드라마 역시 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어울리는 건 분위기였다.
실제 그녀가 맡은 역할은 내용상 1인 3역에 가깝다. 이 경우, 3역의 개성이 살아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연기력과 함께 정우성과의 연기 호흡은 영화 내내 불안정하게 보여진다. 결국 시도는 최악의 모습으로 영화에서 보여진다.
이외의 다른 배우들 역시 비록 기대주인지는 모르지만, 영화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잘 살린 개성있는 연기를 보이지 못했다.
2. 괜찮은 조연 없는 영화는 좋은 영화 못 나온다.
영화를 살리는 데는 주연 만큼이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조연이다. 이 영화에서는 그나마 개성있는 조연은 단 둘. 그 이외는 없다. 실제 그들이 펼치는 연기력은 좋다. 다만, 그들이 보이는 연기와 다른 배우들의 연기력의 간극이 너무 크다. 또한, 영화 상의 흐름에 있어 리듬감이 제대로 나타나질 못한다. 그로인해, 영화는 너무나 경직되어 있다.
차라리 캐스팅에 있어 그러한 배우들을 더 기용하는 편이 이 영화를 더 잘 살리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용 전개를 주인공 위주로 하는 것도 좋지만, 인물 간의 구도에 따른 균형감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매우 아쉽게 느껴졌다.
중천을 보고
- 영상과 액션은 좋지만,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영화
이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과 세계관, 그리고 액션 만큼은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영화 속 에피소드가 저마다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어 이를 보고 있기에 매우 갑갑하게 느껴진다. 영화를 보면서 실제 이들이 하려는 이야기는 많지만, 정작 그 방향과 그에 따른 전개가 갑갑하게 느껴진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보면 안다. 영화에서 생각하는 기본적인 것에서 오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이야기 간의 구도에 있어 너무나 주인공 중심의 단조로운 이야기 패턴은 이미 요즘에 그리 잘 통하는 영화가 아니다. 소위 블록버스터는 다양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가 함께 나와 하모니를 이루는 것이 필요한데, 이 영화는 그러한 하모니를 내기에는 배우들의 개개인의 역량이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최근에 밀어닥친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칭해지는 영화들에서 보여지는 것들은 특히 영화 속의 기본이라할 수 있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서로간의 호흡, 캐스팅, 시나리오가 부족해 보이는 것이 자주 보이곤 한다.
눈에 확 뜨이는 시각적인 효과는 한순간의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지는 모른다. 오랜 기간동안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배우들의 연기, 이야기, 영상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시각적인 면은 관객의 눈은 사로잡을 지는 몰라도 이외의 것들은 너무 미흡해 이를 보고 좋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내게 있어 그 화려함과 아름다움은 좋았지만, 그 속의 기본이라할 수 있는 면이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결국 최근에 실패하고 있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전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영화로 보여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