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주의
영화 내용의 일부가 들어있으므로 안보신분은 읽지마십시오.
각종 사이트 예매율 1위에 빛나는 영화 <중천>.
김태희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판타지 불모지의 명예를 씻어줄 것이란 기대 아래 드디어 빛을 보았다.
하지만, 그 안에 담겨진 이야기는 오직 사랑.
이곽과 소화, 정우성과 김태희를 뺀다면 중천은 없다.
반추가 이승의 문을 열면서까지 세상을 바꾸려고 했던 이유가 그의 입에서 나온 대사와 한두컷의 줄거리뿐이었고
이곽의 목숨을 당장에라도 앗아가버릴 것만 같았던 웅귀, 웅걸 형제는 나무 사이를 날아다닐 뿐이다.
또한, 유일한 여자 퇴마사라며 한껏 카리스마를 조성했던 효는 그녀가 무엇때문에 반추를 따라 변혁을 꿈꾸게 된
것인지조차 망각한채 이곽이라는 남자를 얻기위해, 조금이지만 노력했다.
(이곽의 라이벌처럼 등장하는 여위는 보류.)
하지만 가장 황당했던 것은 엉성하기 그지 없는 스토리와 대사, 거기다 조금 웃기기까지 한 김태희의 연기.
중천의 장르는 판타지/액션/드라마.
물론 이 요소들은 조금조금씩 들어있다. 특히 판타지, 비쥬얼에선 나도 할말이 없다. 훌륭하다.
액션에서도 군말이 없을 듯 보이나, 끝부분에서 이곽이 원귀들을 상대로 장기자랑을 하며 자신은 겨우 한번 베이면서 성으로 진입하는 장면은 내게 이 영화가 정말 판타지구나라는 깨달음을 주었다.
사실 이 영화는 액션이라는 장르에는 부적합한 듯 하다. 아무리 센 적이라도 이곽은 망설임없이 부숴 없앴고,
소화는 그 아래 보호를 받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끝냈다.
모든 정황상으로 보아 이 영화의 장르는 판타지/드라마/멜로 인듯 싶다.
중천에서 이곽과 소화의 사랑을 뺀다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그들의 사랑이 가볍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타이틀을 중천으로 잡은 만큼 중천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반추와 대립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으면
좋았을 걸하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또한, 무사로써의 이곽을 좀 더 인간적으로 담아냈더라면 좋았겠다.
그는 종종 '세상을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지켜야한다'는 자신의 소신을 말했지만
소화를 바라보는 애절한 눈빛과 형제같이 지냈던 쌍둥이 형제를 베어버린 사랑에 묻혀버렸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김태희의 데뷔작이자 한국 판타지의 가능성을 열어준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기대를 하고 봤던 만큼 실망도 크지만, 비쥬얼로 위안을 삼겠다.
하지만, 내게 남아있는 중천은 조금은 심심했던 영화 전반적 스토리와 눈요기에 좋았던 김태희의 얼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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