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어떤 기자의 말처럼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위트적 요소 - 예컨대 괴물에서는 빗불에 튀기는 바이러스 균 - 들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배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작 살인의 추억에서도 보여졌던 이상한 기류의 인간애가 무언가 거부감을 느끼게 만드는 영화이다.
영화의 제목이 "괴물"인데 괴물은 보이지 않는다.
이 괴물이 영화적으로 공포스러울려면 어떤 설정이어야 하는가 말이다. 딸을 잡아간 괴물을 찾아 헤매는 가족들은 괴물에 대한 공포가 전혀 없어도 되는 것일까? 그저 자신의 눈 앞에 괴물이 나타날때 도망치는 설정만으로 괴물을 두려워한다고 우길수 있는 것일까? 영화적 설정으로 보면 괴물에 대한 공포가 느껴지지 않는것 만으로도 완성도가 부족한 영화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야기의 전개적 실패!
이 영화를 지탱하는 스토리에는 큰 오류가 느껴졌다. 괴물이 사람들을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잡아가는... 그래서 괴물이 사람을 자신의 은신처에 싸아두는 설정이다. 이러한 설정 덕분에 송강호의 딸이 살아있을 수 있었지만, 그래서 딸을 찾으려는 가족들로 이야기가 꾸며지지만 가족애에 몰입한 관계로 나머지가 없는 심심한 영화로 여겨진다.
괴물이라는 비현실적 캐릭터는 얼마든지 달라져도 괜찮을 영화엿다.
예컨대 공산당으로... 잔인한 살인마로... 그저 감독은 괴물을 만들어 냈을 뿐이다. 그 다음 이야기는 한국 역사에서 수없이 보여졌던 한국 영화의 가족애와 다를바 없다.
영화적 흐름을 갈가먹는 너무나 설정적인 캐릭터들도 그렇지만 마지막에 등장하는 도시의 노숙자나 바보스런 연기의 송강호는 나로하여금 짜증까지 읽게 만든다. 이러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가족간의 헤쳐모이는 과정도, 영화의 엔딩인 괴물이 죽임을 당하는 과정도, 영화에서 스쳐지나가는 시간들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대상이 어떠튼 간에 보다 진솔하게 괴물이 만들어진 과정이 보여졌다면, 또 가족도 괴물에 대한 공포가 조금이라도 보여졌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고...
이 영화...
무엇보다도 씁쓸한 감정이 남는 것은 이런 류의 심파가 여전히 한국사회에 어필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때문이다. 심파라는 말이 기분나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사실이 그렇다. 괴물"이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괴물에 대한 공포가 느껴지지 않는... 그래서 괴물은 없고 가족만 보이는 영화, 결과적으로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가족애의 끈끈한 사랑 이었던가?
그런데 이 영화가 대박을 낼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영화가 개봉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대세 때문일까? 아니면 일본에 시나리오가 팔린 까닭일까?
좋은 감독, 한 사람을 읽은것 같아서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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