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이제 이런 수준의 괴수 영화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감개무량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국민을 잡아먹으며 살아가는 토종괴수가
일상 생활 공간인 한강 고수부지를 휘젖는 장면 하나 만으로도 '괴물'은
흥미 진진했습니다. 그러나 제목과 달리 영화속 괴물은 극의 전면에 나서지 않더군요
이 녀석은 박강두씨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하나의 사건만 제공하는 역할이고
사실 영화 '괴물'은 고수부지에서 매점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 였습니다.
그래서.... 헐리우드가 내놓은 '고질라' 류의 초대형 괴수 영화에 익숙했던 저에게 있어
'괴물'은 좀 특이하고 당황스러운 구석도 있었죠...
영화속 괴수는 대략 양서류의 돌연변이인듯 하게 생겨먹은 녀석이고
덩치는 콘테이너 박스정도 입니다.
따라서 고질라 처럼 전투헬기와 맞짱 뜨거나 빌딩을 부술 정도는 아니지만
이 녀석 정말 무시 무시한 카리스마를 뽐내더군요 가끔 뛰어가다 미끄러지고 나뒹굴며
나름대로 '귀여운' 모습도 보여주고요 ^^;
영화의 장르를 언급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관람하실 분들에게 약간의 참고 사항으로 말씀 드린다면
재난영화라고 볼 수는 없겠습니다. 코미디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그러나 즐겁게 웃을만한 웃음이라기 보다는
뭔가 부조리하고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웃음이 주는 묘한 여운이 남는 그런 영화입니다.
블랙 코미디라고 하면 적절한 표현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우리가 흔히 접해오던 괴수영화도 아니고 그런 스타일과 결말을 고집하지도 않기에
일부 관람객 분들에게는 불만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제가 관람을 마치고 나올때 '이게 뭐야' 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새로움이라는 것은 항상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기 마련이었던가요....
마지막으로 이건 사족인데요.....
저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한국영화의 규모와 이야기, 다양한 소재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관람 문화는 실망스럽더군요
자기가 먹은 팝콘과 음료수 용기를 버리고 나가는건 그렇다치고
관람도중에 당당하게 전화를 걸고 받으시는 '용감한 관람객' 이 여전히 존재하더군요
영화를 보러 온건지 전화를 하러 온건지....
제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고 옳은 것이라 강변할 생각은 없지만
저같은 경우 영화를 볼때 전화기를 꺼둡니다.
저의 영화관람을 방해받고 싶지 않고 또 다른분들의 영화관람을 방해 해서도 않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전화 통화를 하는 '자랑스런 문화시민들' 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비애감을 느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