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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기억보다 이터널 선샤인
kharismania 2005-11-18 오후 10:44:10 2288   [11]

 


  사랑하는 이와의 추억은 언제나 아름답지만은 않다. 특히나 그 사랑이 끝난 직후에는 더더욱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던 별빛같은 추억들이 세상에서 가장 서글픈 기억으로 별똥별처럼 쏟아져 내려온다.

 

 사람의 기억은 망각의 다리를 건너야만 잊혀지지만 그건 결국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잠시 기억의 틈새에 묻혀 몸을 가릴 뿐 영원히 그 형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기억을 지워내고 싶을까.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후 그와의 기억을 지워낼수만 있다면 그건 우리의 삶을 좀 더 행복에 가깝게 다가서는 방식이 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조엘(짐캐리 역)의 무난한 일상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는 이유없이 출근길에 타야 할 기차를 버리고 겨울바다로 떠난다. 그리고 그는 그 곳에서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 역)과 우연히 만난다.

 

 영화의 출발이 되는 시작은 패트릭(엘리야 우드 역)의 영문모를 질문과 함께 엉키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화는 비로소 다시 시작한다. 관객에게 물음표 하나씩을 던져주며 영화는 잔잔한 여정을 떠나기 시작한다.

 

 처음 시작하는 연인의 풋풋함은 시간이 지나고 서로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기 시작하면서 익숙함이 되고 결국 서로의 겉껍질을 모두 벗겨내고 나면 진부함으로 퇴색한다. 서로를 잘 알게 되었다고 느껴질 때쯤 서로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의 공터에는 실망과 무료함이 채워진다.

 

 첫키스의 황홀한 짜릿함이 두세번의 섹스뒤에는 잊혀지듯 그렇게 서로에 대한 첫 기억과 감정은 진행되어 가는 현실아래에 가려져 버리고 아득해지는 것이리라. 그리고 아득해지는 처음만큼 끝이 가까워지는 것일지도 모를테다.

 

 우리는 서로 잘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성격차이라는 이유로 이별을 맞이한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생각과 개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이다. 그리고 그러한 배려는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별은 그러한 관심과 노력이 무뎌지고 지쳐갈 때 즈음 불쑥 찾아온다.

 

 지우고 싶은 기억이 모두 다 지워지면 마냥 홀가분할 것만 같던 그와 그녀는 사라진 기억으로 혼란스러워한다. 머리는 기억을 지웠는데 심장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 떨리는 가슴의 흔적을 심장은 마저 지우지 못했으리라. 더욱이 기억을 지우는 과정에서야 자신의 결정을 되돌려보려는 조엘의 노력은 눈물겹다.

 

 이영화는 생각보다 관객을 혼란시킨다. 시간의 배열을 재배치 함으로써 관객에게 의도적인 혼동을 주고 조엘의 기억과 현실을 덮어씌움으로써 기억이 무너져가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구성은 결코 그러한 기억의 상실은 편안한 삶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은연중에 말하고 있다.


 이 영화는 현실적이지 않은 소재를 통해 현실적인 충고를 하고 있다. 기억을 지워가는 과정을 통해서 조엘이 잊어가고 있던 아름답던 추억이 플래쉬백되면서 하나씩 흩어진다. 그리고 그러한 기억의 상실에서 조엘은 자신의 아름다웠던 사랑을 다시 하나씩 되찾기 시작함과 동시에 영원히 잃어버린다. 기억을 지운다는 것은 현실의 아픔을 지우는 데는 유용하지만 인생에서 아름답던 지난 추억들을 송두리채 빼앗어가는 것이라고 이영화는 말한다. 아름다운 기억 속에는 사랑하던 클레멘타인이 있고 그녀와의소중한 추억들이 살아있다. 추억이 있기에 다시 되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현실의 아픔을 지우기 위해서 다시 되돌릴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까지 지워버린다면 그건 이별의 아픔보다도 더욱 가슴 아픈 일이 아닐까.

 

 짐캐리의 연기는 눈부시다. 이제 나이에 따라 늘어가는 그의 주름살만큼 그의 코믹스러운 표정연기는 예전같지 않을테다. 그가 단지 코믹한 배우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예전 '트루먼쇼'에서도 증명되었고 전작인 '브루스 올 마이티'에서도 예고된 바 있다. 그는 이제 단지 웃길 줄 아는 배우에서 연기할 줄 아는 배우로 확고한 자신의 위치를 잡아가고 있다. 그리고 단지 그건 노력만이 아닌 사실로 입증되어가고 있음은 그의 연기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영화에서 매리(커스틴 던스트 역)의 대사 중 등장하는 영국의 시인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의 격언 "행복은 순결한 여신만의 것일까? 잊혀진 세상에 의해 세상은 잊혀진다. 티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살. 여기엔 성취된 기도와 체념된 소망 모두 존재한다(How happy is the blameless vestal's lot? The world forgetting, by the world forgot.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Each prayer accepted and each wish resigned.)" 이 격언에서 추출된 이 영화의 제목만큼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평범하면서도 심오한 고찰을 보여준다.

 

 기억상실의 과정은 그들을 서로 지웠지만 그들은 다시 만났다. 시작과 끝에 다시 재회하는 연인의 모습을 끼워넣은 것은 현실의 상처앞에서 쉽게 이별을 선택하는 연인들에 대한 되돌림의 충고아닐까. 서로에 대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길들이는 것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할 줄 아는 사랑이야말로 진정 서로를 사랑하는 길이라고 이 영화는 넌지시 가르쳐주고 있다.

 

 영화는 그다지 슬픈 장면이 없음에도 슬프다. 이는 조엘의 기억이 상실되어가는 과정에서의 그의 후회에 대한 안타까움인 동시에 우리가 쉽게 포기했던 지난 사랑의 막연한 후회감떄문은 아닐까. 사랑은 머리가 아는 가슴으로 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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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선샤인(2004,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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