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짐 캐리의 코믹연기도 좋아하지만
트루먼 쇼 에서 본 그의 연기가 인상적이었고 주변 지인들의 기대감 또한 아주 높았기에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만난다는 설레임으로 이터널 선샤인을 만났다.
영화의 대략적인 줄거리나 내용 등을 알고 보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보게 될 영화에 대한 내용은 가급적으로 피하고 있는데 그것이 이터널 선샤인을 본 뒤의 씁쓸함을 더해 주지 않았나 싶다.
아무것도 지우지 못한 채 괴로워하는 남자와 다 잊고 싶어서 모든 걸 버린 여자의 이야기..
보는 내내 생각했다. 갑작스레 다가온 사랑, 특별하다고 자신했던 나만의 사랑이 어느새 시간이 지나고 색이 바래 후에 그 특별함이 퇴색되어 버리면,
처음 특별하게 생각했던 것에 비례해 괴로움이 더 커져버리면
정말로 저렇게 다 지워버리고 싶어질까.
사랑을 하면서 누구나 괴로운 순간엔 그 사람과 있었던 모든 일들, 기억들, 심지어 그와 만났던 순간까지도 마치 처음부터 그 사람을 몰랐던 것 처럼 지우고 싶은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영화는 아마도 그 짧고 평범한 의문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누구나 했을 법한 어쩌면 그저 그런 밍숭한 상상에서 출발해 보고 있는 동안 어느새 씁쓸함의 극치에 이른다.
이 영화에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은 이유는 설레임-사랑-갈등-후회-눈물 이라는 일반적인 로맨스 구도 (물론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를 보며 흔히 느끼는 감정의 형태를 바꾸어놨다는 것이다.
나만 그랬을까. 보고 난 뒤의 그 막연한 씁쓸함은 평생 담배를 입에 대 본 적도 없는 필자에게 담배 한 모금의 유혹을 남긴 영화였다.
한동안은 이 씁쓸함을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이 사랑이 끝난 후에 한동안 다른 사랑을 찾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사랑하고 난 뒤의 후회가 아닐까.
이터널 선샤인을 보고 난 후라면 아마 그 후회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잊혀지는 것 처럼 슬픈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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