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배우들은 연기변신을 꿈꾼다. 기존의 캐릭터에 자신이 갇히는 것은 배우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고 자칫 잘못하면 배우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배우들은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나"를 위해 많은 고통을 견디며 수양을 쌓아야 한다. 영화의 "대박"이라는 흥행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갈채를 그리고 개런티 상승과 명예를 가져다 주지만 한편으로 그들은 또 다른 사람으로의 변신으로 대중에게 보답하기 위한 고통의 시작을 알리는 것과 같다.
"박중훈"..그는 우리에게 많은 변신으로 한국배우로써 뿐만 아니라 허리우드 진출과 각종 세계 영화상 수상으로 세계적 배우의 가능성을 증명 시켜 주었다.
<그들도 우리처럼>에서는 냉소적인 "성철"의 역할을,.. <마누라 죽이기>에서는 어설프고 어리숙한 살인을 벌이는 봉수역을,.. <투캅스>에서는 코믹스럽고 타락한 형사의 역할을 완벽히 소화해 냈다. 특히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는 살인범을 쫓는 카리스마 넘치는 우형사역으로 영평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러한 그가 이번엔 잔혹한 연쇄 살인마에 도전하였다. 한 부부(추상미, 김주혁)가 속초로 여행을 떠나며 만난 M(박중훈)이 너무나 행복해 보인다는 이유로 이 부부를 죽이려 한다는 줄거리의 <세이 예스>는 '비극적 스릴러'라는 슬로건 아래 박중훈의 연기변신이 주목받는 영화이다. 이 역을 소화해 내기 위해 회색 렌즈를 착용하고 체중을 줄이는 등 많은 노력의 흔적을 많이 찾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좁은 소견이지만 박중훈의 잔혹한 살인마역은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다. 기존의 코믹한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일까?
영화를 보며 너무나도 심각한 장면인데도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아니면 그것이 영화의 컨셉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기존의 공포영화의 양식을 너무나 충실히 따랐다 특히 '정현'이 마지막 장면에서 행복해 보이는 한 부부의 차에 올라타 "너희들 얼마나 살고 싶어?" 라고 묻는 장면으로 M의 살인 방식을 똑같이 따를 것이라는 복선은 이를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다.
아쉬움이 남는 점은 이 영화가 관객의 상상이나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너무나 많은 점을 있는 그대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