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맨 먼저 드는 생각은 정말 많이들 컸다는 것. 바로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트로이카, 다니엘 래드클리프(해리 포터 역), 루퍼트 그린트(론 위즐리 역), 엠마 왓슨(헤르미온느 역) 말이다. 키가 훌쩍 큰 것은 물론이요, 외모도 부쩍 어른스러워진 그들을 보노라니, 새삼 세월의 의미가 농도짙게 다가왔다(4편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선 얼마나 더 클지…).
아다시피 4년을 꼬박 1, 2편을 연출하는데 보냈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자녀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과감히 3편의 메가폰을 알폰소 쿠아론 감독에게 넘긴 뒤, 그 결과를 놓고 수많은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고 있었던 상황. 하지만 그에 대한 기대치는 무척이나 높았었다.
조앤 K. 롤링은 쿠아론의 전작 <소공녀(A LITTLE PRINCESS)>를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로 꼽을 정도요, 3편에서 제작만 담당한 콜럼버스 감독은 ‘그는 젊은 배우들과 호흡이 매우 잘 맞는다. 이 영화에선 그 점이 특히 중요하다. 쿠아론 감독은 현존 감독 중 비쥬얼에 가장 장점을 가진 감독 중 한 명이고, 스토리 텔링에도 특별한 감각을 갖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자 또한 쿠아론이 연출했던 <이투마마>를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에 궁금증이 하늘을 찌를 태세였다. 앞서 아역 배우들의 외적인 느낌을 언급했는데, 영화 얘기로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전작들에 비해 화면 연출이 세련됐고, 음울한 기운이 많이 발산되는 편. 콜럼버스 감독이 아이들 취향에 근접해 있다면, 쿠아론은 어느 정도 그들의 구미를 맞추면서도 장면장면 묘한 일탈성이 엿보인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외우기 바빴던 갖가지 마법 주문이랄지 귀여운 에피소드들을 아기자기하게 풀어내는 맛은 콜럼버스에 비해 덜하다고 느껴진다.
더욱이 가장 커다랗게 다가온 느낌은 강약의 부재. 소설을 스피드하게 압축했지만 포인트를 확실히 정한 건지 회의적이다. 특히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하이라이트 대목인 시리우스 블랙, 스네이프 교수, 루핀 교수, 피터 페티그루가 총집결돼, 숨겨진 과거의 진실이 밝혀지는 부분에선 소설을 너무 생략한 나머지 스토리 연결이 힘들 지경이다(소설을 읽지 않았거나, 읽었어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사람들은 대략 난감해진다!).
말하자면, 한 장면 한 장면은 나쁘지 않지만, 뭔가 긴장을 유발시키는 리듬감이 부족한 것. 그러다 보니, 3편에서 새로 가세한 배우들도 어쩡쩡하게 등장했다 어쩡쩡하게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 뛰어난 연기파 배우 게리 올드만이 ‘시리우스 블랙’ 역을 맡았지만, 이 영화에선 캐릭터도 배우도 보이지 않고 있고, 새로 덤블도어 교장 역을 맡은 마이클 갬본은 2편까지 나온 리차드 해리스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 굉장히 낯설다. 그나마 ‘트릴로니 교수’ 역을 맡은 엠마 톰슨이 귀엽게(?) 변신한 정도.
뭐, 기자의 개인적인 느낌은 아쉽기 그지 없으나, 해외 평단에선 적잖은 찬사를 받고 있는 상태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통틀어 비평적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개봉 4주째 미국 박스오피스 누적 흥행 수입이 2억 1천 1백만 달러 이상. 우리나라는 쪼금 오래 기다렸는데 오는 7월 16일 개봉할 예정이니, 해리의 팬들이여! 약간만 더 기다려보시길.
취재: 심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