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어, 해리” 11년 지기 ‘해리포터’를 떠나보내며
2011년 7월 7일 목요일 | 유다연 기자 이메일

2001년, ‘머글’ 앞에 등장한 해리

2001년 12월, ‘머글(마법을 못 쓰는 일반인)’들이 상상으로만 그리던 해리가 눈앞에 등장한다.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통해서 말이다. 이마에 번개모양의 흉터가 있고 동그란 뿔테안경 너머로 똘똘한 눈빛이 반짝이는 소년,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우리가 상상하던, 혹은 상상 이상의 해리였다. 가끔 거들먹거리지만 기본적으로 유순한 해리의 단짝, 론 위즐리(루퍼트 그린트)와 얄미울 정도로 야무져서 오히려 사랑스러운 ‘뽀글머리 책벌레’ 소녀, 헤르미온느(엠마 왓슨) 역시 책에서 톡 튀어나온 것만 같았다.

상상이 재현된 것은 캐릭터뿐만이 아니었다. 움직이는 계단, 4차원적인 그림 등 호그와트를 중심으로 한 신비로운 마법세계는 영상으로 살아났고,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마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자 했던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켰다. 시각적 재현이 불가능 할 것만 같았던 원작의 마법을 구현해낸 영화 속 CG는 그야말로 마법 같았고, 이러한 디지털 효과는 당연하게도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기술력이 더해져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시기적으로도 잘 맞아떨어졌다. ‘잘 팔리는’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 블록버스터 ‘반지의 제왕’이 비슷한 시기에 영화화되며 해리포터와 경쟁, 시너지효과를 낳기도 했다.
해리포터의 힘

해리포터 시리즈는 개봉할 때마다 이슈를 몰고 왔다. 그중 빠지지 않는 것은 ‘해리포터 독주’ 식의 흥행과 관련한 내용이다. 영화의 흥행이 극장 수를 다수 확보한 물량공세와 배급력 덕분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런 걸 감안하더라도 <해리포터> 시리즈가 놀라운 성적 및 성과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시리즈 중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첫 번째 시리즈, 한 편만 보더라도 그 힘은 놀랍다. 2001년 개봉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국내 관객만 425만 명이 관람했다. 그리고 미국 내에서 총 3억 1,757만 5,550달러(한화로 약 3,382억 1,796만 750원)의 수익을, 전 세계적으로는 9억 7,473만 3,550달러(한화로 약 1조 380억 9,123만 750원)의 흥행수익을 냈다. 작년 개봉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에 이르기까지 10년에 걸쳐 보자면, 해리포터 시리즈는 총 60억 달러(한화로 약 6조 5000억 원)가량의 흥행 수익을 거둬들였다.

높은 흥행수익과 더불어 해리포터 판타지가 특별한 것은, 마법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현실감 있게 잘 버무렸기 때문이다. 신비하고 거대한 이야기의 시작은 영국 런던, 친척집에 얹혀사는 특별할 것 없는 한 소년이다. 그러나 여기에 판타지가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입체화된다. 그 판타지는 나와 닮은(혹은 내 어릴 적 모습을 닮은) 평범한 소년이 알고 보니 마법의 재능을 타고났더라는 것. 동시대적 배경이라는 현실감을 바탕으로,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품었을법한 마법에 대한 동경을 자극해 설득력을 얻은 대중적인 판타지가 바로 해리포터 시리즈다.
쑥쑥 크는 아이들, 깊어지는 다크판타지

해리포터 시리즈는 판타지·어드벤처·성장이 결합된 총체적 블록버스터다. 캐릭터 및 배우들의 성장, 몇 차례 감독의 교체와 함께 해리포터 이야기는 진화했다. 아기자기하고 신비로운 판타지 동화로 출발했던 <해리포터> 시리즈는 갈수록 어둡고 심각해져갔다. 점점 어두워지는 분위기 변화는 이야기 전개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흥미로운 마법으로 가득했던 호그와트는 악의 세력에 잠식당하고, 등장인물들도 그 힘에 굴복당하거나 죽어 갔다. 악에 맞서던 해리도 지쳤는지 사춘기를 맞아 심한 내적 갈등을 겪는다. 영화는 바로 그러한 부분에 집중한다. 관객들은 성장하고 갈등하는 해리에게 공감하며, 점점 살이 붙는 스토리를 기꺼워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한 편 한 편 늘어 갔고 그와 함께 시간 또한 흘러갔다. 실제 해리포터와 같은 11세에 해리포터 역으로 등장한 다니엘 래드클리프를 비롯해 루퍼트 그린트, 엠마 왓슨 등 또래 배우들은 나이를 먹고 성장해 갔다. 해리와 친구들은 변성기를 맞았고, 외모 또한 부쩍 어른스러워졌다. 한편, 시리즈 1·2편에서 ‘덤블도어’로 열연했던 리차드 해리스가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2002) 출연을 마지막으로 사망, 마이클 갬본이 뒤를 잇기까지 캐스팅 난항을 겪기도 했다. 출연자 사망, 감독 교체, 배우들의 진학문제 등 여러 가지 변수로, 당초 1년마다 나오기로 한 영화는 제작기간이 조금씩 늦춰졌다. 그리고 어린 배우들은 제작기간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쉴 틈 없이 성장했다. 매 시리즈마다 전편과의 묘한 갭을 만드는 해리와 친구들을 보는 관객들은 안도감(전편과 동일한 주인공에 대한)과 함께 당혹스러움(전편과는 사뭇 다른 그들의 외모에 대한)을 느꼈다. 물론, 관객 역시 해리와 함께 나이를 먹어갔다.
4명의 감독, 8편의 이야기

총 8편의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를 거친 감독은 모두 네 명이다. 첫 테이프를 끊은 감독은 세계적인 제작사 ‘1492픽쳐스’의 공동대표이기도 한 크리스 콜럼버스. <나홀로 집에 1·2> <미세스 다웃파이어> <스텝맘> 등을 만든 그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을 연출한다. 그의 손을 거친 해리포터 시리즈 1·2편은 거대한 이야기의 발단답게 그야말로 아기자기한 마법동화의 세계로 구현되며, 원작에 충실했다는 평을 받는다.

해리포터 세 번째 시리즈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에서 감독은 알폰소 쿠아론으로 교체된다. <소공녀> <이투마마> <위대한 유산> 등 전작들을 통해 비주얼에 강점을 보인 알폰소 쿠아론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영화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마법은 비장함이 강조됐고 액션 씬은 화려해진다. 이러한 분위기 변화에는 해리와 친구들의 성장 그리고 점점 깊어지는 이야기 전개도 한 몫 한다. ‘성장’과 ‘전개’에 초점을 맞춘 알폰소 쿠아론의 연출이 특히 빛을 발한 지점은 해리가 히포그리프를 타고 호그와트 주위의 산과 호수를 가로지르며 자유롭게 활공하는 씬이다. 와이드앵글의 힘과 알폰소 쿠아론의 스타일리시한 감각이 정점에 달하는 이 장면은, 대자연 속 마법의 장대함을 보여주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후 2005년, 네 번째 시리즈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서 감독의 바통은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연출한 바 있는 마이크 뉴웰에게로 넘어간다. “해리와 친구들이 현실을 기저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라고 출연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듯, 아이들은 또 한 번 성장한다. 아이들과 함께 영화도 성장한 탓일까. 격렬한 액션 씬, 더 어두워진 분위기, 죽음과 같은 소재 탓에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시리즈 최초로 전체관람가가 아닌 12세 이상 관람가(미국: PG-13세 이상, 영국: 12세 이상) 판정을 받는다. 한편,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CGV 아이맥스의 첫 상영작으로도 이슈를 모은다. 그리고 이 시리즈에서 ‘해리포터 군단’에 새로 합류한 랄프 파인즈는 육체를 얻고 부활한 볼드모트를 그로데스크하게 소화하며, 케드릭 디고리 역으로 출연한 로버트 패틴슨은 이후 <트와일라잇>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다.

다섯 번째 시리즈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2007년)을 맡은 데이비드 예이츠는 이달 개봉하는 완결편까지 네 편을 연달아 연출하며 해리포터의 대미를 장식한다. 영국의 TV 연출가이기도 한 그의 손을 거친 첫 해리포터 영화는, 시리즈의 5편 격인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데이비드 예이츠는 영화에서 원작의 ‘성장소설’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자 한다. 성장통을 겪는 해리, 사춘기 해리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어지는 여섯 번째 시리즈 <해리포터와 혼혈왕자>(2009)의 분위기를 요약하자면 ‘어둡거나 혹은 심각하거나’다. 등장인물들은 대체로 웃는데 인색해졌고, 영화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을 띤다.

2010년에 개봉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에서 영화적 ‘어둠’은 최고조에 달한다. 거대한 전쟁터로 변한 호그와트에서는 더 이상 예전의 설렘 가득했던 마법 수업이나 학생들의 발랄함과 활기를 찾아볼 수 없다. 전작들과 달리 이야기의 주 무대도 더 이상 호그와트가 아니다. 한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해리포터 시리즈로는 이례적으로 이야기가 1·2부로 나누어진다. 이는 그만큼 ‘이야기’에 공을 들이겠다는 의지로 읽혔고, 아니나 다를까. 해리의 17번째 생일을 알리며 시작한 만큼 영화는 ‘판타지’ 보다 인물 및 이야기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만큼 “어둡다”는 평이 많은 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해리포터 시리즈는 뒤로 갈수록 점점 어두워졌고, 동시에 점점 진화한 것이다.
잘 달렸다, 해리포터! 마무리는 ‘3D’로!

11년을 이어온 해리포터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은 이달 13일 개봉하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다. 이번 작품은 시리즈의 완결편이자, 무려 ‘3D’ 다. 그리고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전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에 이어지는 ‘후반전’이다. 영화는 죽음을 먹는 자들에게 점령당한 호그와트 마법부를 묘사한 전편에 이어, 해리포터와 볼드모트의 정면대결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관객과 함께 성장한 해리, 거대한 힘에 맞서 싸우도록 운명 지어진 해리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그래서 어떤 어른이 될지 그 끝을 알 수 있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한편, 3D 영상이라는 점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가 기대되는 이유다. 3D 영화가 그 특성상 애니메이션·판타지·어드벤처 등의 장르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는 어쩌면 진작에 3D로 구현되어야 했을지 모른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가 컨버팅한 3D 영상임에도 기대되는 까닭은, 작년에 개봉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 때문이다. 당초 3D로 개봉하려고 했던 1부는 “질적인 문제로 해리포터의 3D 제작을 취소하게 됐다”는 워너브라더스 측의 말과 함께 3D 개봉이 아쉽게 무산된 바 있다. 이러한 사정은 충분히 공들여 구현했을 2부의 3D 영상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11년을 이어온 해리포터 시리즈를 마무리 짓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마법 같았던 대장정의 마무리가 어떻게 매듭지어질 지 기대된다. 2부에 대한 ‘입문서’와도 같았던 1부의 충분한 탄력과 공들인 3D 작업 등에 비추어 기대해보자면, 아마도 다섯 번째 시리즈부터 꾸준히 메가폰을 잡고 있는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이 “내꺼 중에 최고”라고 외치지 않을까. 뭐, 아님 말고.

2011년 7월 7일 목요일 | 글_유다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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