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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줄기 캐듯 뭔가가 계속 나오는 데 흥미롭지가 않다... 특수본
ldk209 2011-12-01 오전 11:45:15 547   [0]

 

감자줄기 캐듯 뭔가가 계속 나오는 데 흥미롭지가 않다... ★★☆

 

※ 영화의 결론 및 중요한 설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약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경찰관 살해사건이 발생한다. 특별수사본부에 투입된 성범(엄태웅)은 특수본에 합류하자마자 시체 주변에 뿌려진 마약을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것이라 단정 짓는 범죄분석박사 김호룡(주원)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같이 하게 된 이들의 수사에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자는 현직 경찰 박경식(김정태). 그런데 박경식은 마치 알고 있다는 듯 특수본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고 박경식의 집을 뒤지던 성범은 자신의 팀장인 박인무(성동일)와 박경식이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발견한다.

 

제목만 보면 <특수본>은 마치 특별수사본부의 활약을 그리는 영화로 오인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특수본>은 경찰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가 아니라 반대로 경찰이 사적 이익을 위해 자본가, 깡패 등과 손을 잡고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를 밝혀내기 위해 뛰어다니는 성범과 호룡의 돌진도 범인을 잡아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식의 정의감에 의한 발로는 아니라고 보인다. 어쨌거나 황병국 감독은 <LA 컨피덴셜>이라는 장르적 형식 안에 <부당거래>라는 내용을 담고 싶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대해 정말 아무런 재미를 느끼지 못했으며, 영화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인물이 투입되고 상황을 발생할수록 오히려 흥미가 반감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선 캐릭터 활용의 문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너무 단순해 생각을 하지 않고 아주 쉬운 단서나 흔적조차 찾아내지 못한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최소한 의심할만한 상황이 계속 벌어짐에도, 그것도 특별수사본부의 형사들이 마치 안대를 한 경주마처럼 그저 앞만 보고 달린다. FBI에서 연수했다는 박사 호룡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감독이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유일한 여자 형사인 정영순(이태임)이 대표적이다. 도대체 이 캐릭터가 왜 필요했는지도 의문이거니와 첫 장면에 등장했다가 시종일관 사무실에서 자료나 찾는 역할로 잠깐 잠깐씩 등장하더니 중요한 순간에 멋지게 호텔방을 박차고 들어와 “왜 자기만 빼놓냐”며 항의한다. 정말 뜬금없다. 편집을 어떻게 해서 이런 뜬금없는 상황이 발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마지막 상황에 정영순이 필요했기 때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활용이 대게 이런 식으로 활용되고 소모된다.

 

두 번째로 비슷한 설정이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마치 감자줄기를 캐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뭔가가 계속 나온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가 파악할 사이도 없이 사라지고, 비슷한 설정이 계속 등장한다. 영화가 복잡하다고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이 영화는 관객에게도 차트가 필요한 그런 영화다. 그런데 그런 복잡하고 꼬이는 진행의 끝에 자리한 결말은 사실 너무 단순하다. 비슷한 설정이 반복되다 보니 관객의 예상을 쉽게 허용하게 되고 그러한 결말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거기에 영화가 그리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극단적이라 쉽게 긍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나에겐 중요하게 작용했다. 무슨 말이냐면, 우선 경찰들, 특히 간부들은 순환 보직의 형태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현실에 비춰볼 때, 그렇게 오랫동안 비리 커넥션을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뭐 이건 그냥 영화적 설정이니깐 넘어갈 수 있다. 더 문제는 이들 비리 커넥션이 동료들을 없애는 과정이 기계같이 도식적으로 그려진다는 사실이다. <부당거래>가 이 점에서 다른 건, 어쩔 수 없이 실수로 동료를 죽이게 됐고, 이 때문에 괴로워하게 되고 숨기게 되고 갈등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특수본>에서의 경찰들은 마치 사람 죽이는 기계처럼 위에서 명령이 내려오면 갈등이나 고민 한 번 없이, 즐기는 듯 동료에게 마구잡이로 총을 쏴대고 납치하고 고문하고 협박한다. 외모는 한국의 경찰이 분명한데, 하는 짓(!)은 <본 얼티메이텀>의 특수요원들이다. 게다가 연루된 경찰들도 너무 많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한 비밀은 결코 유지될 수 없다.

 

물론 이 영화가 그리려고 하는 부당한 진실들, 즉, 용산참사를 연상하게 하는 철거민들의 투쟁과 공익이 아니라 사익에 눈이 먼 경찰들의 가혹한 진압, 경찰과 깡패, 자본가가 손을 잡고 벌이는 비열함 등은 충분히 긍정할만하다. 그러나 그런 의미만으로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면 차라리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나았을 것이다.

 

※ 떠오르기만 해도 웃음을 유발하는 성동일을 전혀 웃기지 않은 역할로 활용한 것은 나름 괜찮은 시도라고 본다. 차라리 성범과 호룡 대신 성범과 박인무의 갈등을 축으로 얘기를 풀었다면 더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왔을 것이다.

 

※ 이 영화에서 건질 수 있었던 유일한 장면은 봉고차 격투씬. 그나마 봉고차 밖에서 총소리와 함께 불빛이 번쩍이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긴 하지만, 이미 <미스트>에서 본 장면.

 

※ 비리 공직자의 마지막이 죽음인 것과 그들의 모든 비리가 세상에 공개되고 사회적 처벌을 받는 것 중 어느 쪽이 비리 공직자에겐 더 큰 타격일까?

 

※ 영화에서 보는 엄태웅은 대체로 같은 인물이 직업만 바꾼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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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2011, Special Investigations Unit (S.I.U.))
제작사 : 영화사 수박 / 배급사 : 시너지, 롯데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specialbon20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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