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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유일무이” <밀수> 김혜수 배우
2023년 7월 26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꼭 극장에 와야 할 이유가 뭐 있어요, 관객의 마음에 달린 거죠.” 극장가 출격을 앞둔 여름 텐트폴 영화의 홍수 속에 <밀수>를 꼭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를 묻자, 솔직하게 답하는 김혜수다. 하.지.만 뭐든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했던가! “그렇지만, <밀수>의 해녀 수중 액션씬은 지구상에서 유일무이할 거예요.”라며 극장에서 꼭 봐야할 이유를 콕 짚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일 거라는 팩트(?)날리며 찡긋 웃는 ‘춘자’ 김혜수를 만났다.

# 배우와 스탭 모두 혼연일체

류승완 감독 신작 <밀수>의 배경은 1970년대 중반 서해안 작은 항구 도시 ‘군천’이다. 도시라고 하기에 옹색한 해안가 마을이다. 최헌의 노래 ‘앵두’를 필두로 70년대 히트 가요의 선율 가운데 드러나는 풍경이 익숙한 듯 낯설다. 잠수복이 아닌 저고리 같은 상의와 반바지를 입은 채 바닷속으로 풍덩풍덩 들어가 물질에 바쁜 해녀들 사이에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이 있다.

류승완 감독과 작업, 밀수라는 소재, 해녀 캐릭터 모두 처음이 아닌가 한다.

정말 그렇다. 1970년대는 문화적으로 흥미로운 시기이고 평소에도 락 음악, 히피 문화, 패션 등에 관심이 많았다. ‘70년대 어느 소도시에 사는 해녀가 밀수했다’는 단 한 줄의 기사에서 영화가 출발했다고 들었다. 놀라운 시나리오 기획과 개발이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어떤 느낌이 들던가.

캐릭터의 앙상블이 관건이겠더라. 각각의 인물과 관계성을 어떻게 발현하고 풀어나갈지, 그 조화와 밸런스의 완성도에 따라 우리 기대치(상업영화이니 오락적 재미)에 도달할지 못할지 결정될 거로 생각했다.

류승완 감독이 ‘한 유머’하는 분인데 (웃음) 그 코드에 공감되든가.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웃음이라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차원 자체가 다르다고 느꼈다. 이런 웃음과 유머에 대한 공감이 결국 캐릭터의 완성도로 이어져서 정말 좋았다.

해녀들 간의 연대감이 돋보인다. 특히 수중에서 바통 터치하듯이 한 명은 물속 깊이 내려가고 다른 한 명은 수면 위로 올라가는 진숙과 춘자의 순간을 포착한 씬은 개인적으로 꼽는 명장면이다.

수중 연기는 처음이라… (웃음) 물 속에서 숨을 참으며 대사 없이 유대와 연대감을 표현한 건 정말 새롭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춘자와 진숙이 서로 밀고 당기는 장면이 서너 번 나오는데 글로 읽을 때부터 뭉클하면서 우직한 관계의 힘이 느껴졌던 지점이다. 흔히 <밀수>를 투톱 영화로 소개하지만, 말했듯이 캐릭터의 앙상블이 중요한 작품이다. 만약 연대감이 돋보였다면 모든 캐릭터가 힘을 합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화면에는 나오지 않지만, 물속에서 작업한 수많은 스태프들의 숨은 노력의 결실이라 하겠다. 원톱, 투톱이라는 건 보이는 비중의 차이일 뿐이다. 그 비하인드에서 모두가 같이 한마음으로 움직였기에 지금 같은 영화가 나올 수 있었다. 또한 감독님도 수중 액션이 처음이라 이를 구현하는 데 아주 고심하고 굉장히 치밀하게 준비하셨을 거다. 촬영에 앞서 3D 콘티를 받았는데 처음에는 우리끼리 ‘거의 만환데? 이걸 한다고?’ 이랬었다. 그런데 거의 다 해냈다. (웃음)

현장에서 작업 노트를 썼다고 하던데.

작업 노트까지는 아니고 평소 좋았던 부분을 기록해 두는 습관이 있다. 이번엔 나중에 보니 아주 많이 기록돼 있더라. 그만큼 현장이 즐거웠다는 거지. 특히 배우끼리 하나로 완전히 똘똘 뭉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 과한 스타일링, 오버 캐릭터 ‘춘자’의 매력

현란하고 요란한 총천연색의 착장과 하이힐, 나팔바지, 부푼 헤어스타일 등 1970년대 유행했던 아이템을 중무장한 춘자다. 게다가 하이톤의 경박과 애교가 넘실거리는 말투와 동작까지. 과한 스타일링, 오버 캐릭터 ‘춘자’는 부담스럽게 다가와 어느새 편안하게 자리한다. 영화 <타짜>(2006) ‘정 마담’을 이어 회자될 김혜수 대표 캐릭터의 탄생이다.

춘자의 스타일링이 예사롭지 않다. (웃음) 처음에는 좀 과하다고 느껴졌는데 금방 적응되더라.

군천은 작은 항구마을이라 1970년대 문화와 패션 트렌드를 직접적으로 보여줄 장치가 그렇게 많지 않다. 당시 밀수를 통해 생필품을 거래하기도 했지만, 고위층을 대상으로 사치품을 많이 다루기도 했다고 한다. 춘자를 통해 나팔바지, 타이트한 셔츠, 가발 같이 부푼 헤어 등 도시, 그러니까 서울의 트렌드를 반영하려 했다. 처음 의상을 입고 촬영하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진숙과 춘자의 경우 짝꿍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 세트 의상의 상의와 하의를 바꿔 입는 등 변화를 줬었다.

춘자가 하는 인상적인 대사가 많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를 꼽는다면.

춘자에게 진숙은 형제와 같다. 가족 없이 홀홀 단신으로 떠돌던 그녀를 처음으로 친구로, 그리고 가족같이 감싸준 존재였을 거다. 그렇지만, 진숙은 어쨌든 배를 가진 선장의 딸이라 남의 집 식모로 전전했던 춘자와는 다른 위치에 있는 친구이기도 하다. 진숙이 자기보다 전체 해녀들의 생계를 먼저 생각하는 의리 있는 인물이라면, 춘자는 혼자였기에 누구보다 생존본능이 강할 수밖에 없다. (영화를 봐서 알겠지만) 둘이 다시 재회하는 장면이 있다. 진숙이 ‘너냐’ 라는 질문에 춘자는 ‘나 모르냐’ 이렇게만 대꾸한다. 이거야 말로 춘자의 진심이 아니었을까 싶다. 다른 사람은 다 몰라도 진숙이 너만 알아주면 된다는, 알아주면 좋겠다는 바람 말이다. 원래 시나리오에 없던 대사로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빠르게 디벨롭해주셨다.

그 장면에서 오가는 박력 있는 따귀가! 정말 실감나던데 설마 진짜로 때린 건 아니겠지?

당연히 합을 미리 맞춰서 들어갔다. 실제로 때리면 큰일 난다, 더구나 난 손도 큰데! (웃음)

춘자의 머리가 가발인 점이 의외였다.

촬영 당시 머리가 짧아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가발이라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표현해 보자고 했다. 한편으로는 춘자라는 인물의 키워드가 ‘외로움’이라,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건 사실은 너무 외롭다는 말과 같은 만큼 그 속내를 감추기 위한 하나의 방어수단이랄지, 외피라 하겠다.

춘자는 형제 같은 진숙에게 왜 연락하지 않았을까.

진숙은 (진짜) 가족을 잃었고, 춘자는 가족 같은 진숙을 잃었다. 춘자는 확실하게 오해를 풀 수 있는 시기를 기다렸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군천에 돌아간 건 ‘권 상사’(조인성)의 협박과 위협으로 밀수하기 위해서만은 아니고, 진숙과 오해를 풀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중후반부에 나오는 권 상사의 액션 시퀀스가 영화의 텐션을 확 끌어올린다. 조인성 배우가 정말 날렵하더라.

눈도 멋있다. (웃음) 권 상사를 보면 눈빛이 참 강렬하다. 막 힘을 주고 있는 게 아닌 데도 그렇다. 액션 시퀀스는 예전에도 찍었었고 심지어 액션 영화 주인공도 했지만, 이렇게 격렬한 액션 장면 속에 함께한 건 처음이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움직임이나 동작이 너무 빨리, 순식간에 이루어지는데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벌렁벌렁 뛰더라. 익사이팅하기도 하고,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해당 장면에서 권 상사와 춘자의 감정선이 묘하게 변하는 듯도 한데 원래 설정은 어떻게 되는지.

사실 시나리오에는 늘 여지가 있고, 이를 배우가 어떻게 채우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권 상사와 춘자의 관계는 처음에는 ‘서로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관계’로 아주 심플했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때 평소 인식하지 못했거나 거부해 왔던 감정을 알아챌 수도 있겠지. 이러한 찰나의 순간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이런 지점이 많을수록, 잘 발현하고 활용할수록 캐릭터가 풍성해진다는 생각이다.

# 유일무이한 해녀 수중 활극

<밀수>는 일찍이 IMAX 개봉을 확정하며 기대감을 높였는데 4DX, ScreenX 포맷도 개봉한다는 기쁜 소식이다. 오션세트, 레인, 페이스워터, 스톰 등 각양각색의 워터 효과와 배의 움직임, 바다내음, 시원한 바람 같은 오감 체험을 비롯해 특별관 고유의 체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는 관람포인트지만, 무엇보다 <밀수>는 해녀가 수중 액션을 전담한 해양 활극이라는 점! 이러한 영화의 유니크함이 가장 큰 매력이다.

언론시사회에서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어떻든가.

아무래도 언론시사다 보니까 조금은 어려운 자리였다.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기도 하고 솔직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중요한 자리이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객석을 향해 인사하는데 이런 자리가 너무 오랜만인 거다. 게다가 IMAX로 내가 나온 영화를 보는 것도 처음이라 설레고 얼떨떨했다. 영화 보면서는 그냥 관객처럼 본다. 웃기도 하고, 보다 보면 촬영 때 생각도 나고 그렇다. 다행히 기자간담회 때 질문을 많이 주셨고, 또 예의상이나 의례적으로 하는 인사나 질문이 아닌 구체적인 소감과 물음이라 감사했다.

수중 촬영이 많아서 준비부터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크고 작은 부상도 있었을 테고.

준비단계부터 철저하게 안전을 고려했고, 의료진이 항시 대기해 있었다. 배우당 두 분의 안전 요원이 붙었음에도 예기치 않은 상황이 일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나 (염) 정아 씨, 다른 배우분도 자잘하게 다치곤 했다. 특히 물에서는 살이 약해진 상태라 굉장히 조심해도 다치게 된다. 선크림을 듬뿍 바르고 배를 탔지만 30분만 지나면 마치 저온화상처럼 새빨개져 있기도 했고, 이리저리 쓸리는 것 또한 예사였지만, 서로 응원해주는 분위기라 힘든 줄 모르고 찍었다. 한 번은 장비에 머리를 부딪쳐서 꽤 크게 상처 입었다. 물에서 나오다가 수경을 쓴 상태라 잘 보이지 않아서 그랬는데 ‘쇳덩이를 상대로 이만한 게 어디냐’고 했었다. (웃음)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촬영으로 해녀팀의 다른 배우들보다 조금 늦게 연습에 합류했다고.

다른 분들은 이미 3개월 정도 전부터 수중촬영을 준비 중이었다. 늦게 합류하며 혼자 따라가지 못해 폐가 되면 안 된다는 걱정과 공황만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팀 한 명 한 명이 입수하는 모습을 보는데 너무 잘하더라. 검수하러 와 주신 진짜 해녀분들보다 더욱더 가열차게 움직이는 걸 보면서 점차 공황에서 벗어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팀웍이라는 게 정말 대단하구나 싶었다.

수중 씬들은 어디서 어떻게 촬영했는지.

실제로 바다로 나가서 촬영한 부분도 있고, 바닷속 장면은 수조 세트에서 찍었다. 배 위에서의 장면은 대부분 세트 내에서 큰 배를 두 척 띄어서 촬영했다. 이후 CG 후반작업을 통해 디테일하게 첨가하거나 삭제하며 바다를 표현한 거로 알고 있다.

40년이 넘는 연기 인생에 이번 작품은 어떻게 남을 것 같나.

이번만이 아니라 늘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내 정체성을 생각하게 된다. 무슨 말이냐 하면 돈도 주고 사랑도 주고 행복도 주는 일은 없거든, (웃음) 그래서 배우로서의 내 욕망도 중요하지만, 역할에 걸맞은 내 몫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마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해왔고, 이번에는 그야말로 분에 넘치는 팀을 만났다는 생각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요즘 극장 관람을 결정하는 관객의 기준이 까다로워졌다. <밀수>를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를 꼽는다면. (웃음)

사실 관객이 오고 싶어야 오는 거지, 선택하는 데 있어 꼭 와야 할 이유가 있겠냐마는… (웃음) <밀수>는 해녀가 수중에서 활약하는 지구상의 유일무이한 영화가 아닐까 한다. 해녀라는 존재가 전 세계적으로 드문 데다 <아바타> 같은 영상미가 압도적인 영화도 있었지만, 이런 수중 액션은 없지 않았나!


사진제공.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2023년 7월 26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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