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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보다 전체적인 밸런스가 중요” <데시벨> 김래원 배우
2022년 11월 17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김래원이 로맨스 코미디 <가장 보통의 연애>(2019) 이후 3년 만에 테러 액션 영화 <데시벨>로 관객을 찾는다. 설계자의 명령에 따라 소리에 반응하는 폭탄의 폭발을 저지해야 하는 부함장으로 분해 고군분투, 도심을 종횡무진한다. 이종석, 차은우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는 영화의 든든한 맏형으로 액션도 비주얼도 다 잡은 그를 만났다. 25년 차 배우라는 표현은 너무 나이 들어 보인다면서 웃는 그, 이번에는 특히 캐릭터보다 전체적인 흐름과 균형에 주안점을 두고 임했다고 말한다.

“차은우 후배가 시사회 때 바로 옆자리에 앉았거든요. 믹싱과 CG 작업 전 버전을 미리 본 저와 달리 그 친구는 처음 보는 거라 ‘와!’ 이렇게 놀라면서 보는 거예요. 참 순수하고 좋은 친구예요. 처음 영화 출연인데 매우 진지하게 임했어요.” 아주 바람직한 리액션을 취해준 차은우 덕분에 덩달아 더욱 흥미롭게 봤다는 김래원, 까마득한 후배를 칭찬한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사운드 액션 테러인 <데시벨>은 소음 강도, 즉 일정 데시벨 이상이 되면 폭발하는 폭탄을 이용한 연쇄 테러 상황을 다룬다. 김래원은 폭탄 설계자(이종석)가 내리는 미션의 수행자로 찍힌 전직 해군 부함장을 연기한다. 설계자의 지시를 쫓아 발에 땀나도록 도심을 질주하는데 이때 그의 의상이 범상치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부시게 하얀 해군 정복을 풀 착장했다!

“사실 제가 이런 의상을 입고 게다가 구두를 신고 어떻게 액션을 하느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의상팀 말이 핏이 중요하다고, 전체 풀샷이 나와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같은 의상이라도 사이즈를 달리해 여러 벌을 제작했어요.” 테라스에서 뛰어내리고, 구르고 엎어지고, 물속에 빠지는 등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소화한 결과 비주얼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액션까지 잡았다.

“편집과 의상팀의 힘이죠. 사실 스턴트맨이 하면 액션은 훨씬 화려합니다. 전문가니까요. 그런데, 대역을 쓰기로 협의했지만, 막상 현장에 있으면 제가 직접 하게 됩니다. 손동작 하나로도 제가 생각했던 인물의 감정이 흐트러질 수 있는 부분이라, 덜 화려해도 감정이 실린 액션이 좋겠다 싶은 거죠.”

처음 시나리오를 받은 김래원은 원래 설계자나 기자(정상훈)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황인호 감독에게 제안하니, 잠시 고민한 후 그렇게 되면 부함장 역은 (김래원보다) 선배로 캐스팅해야 해서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 결과 부함장에 낙찰! 영화를 본 관객은 동의하겠지만, 사실 부함장은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캐릭터다.

“부함장의 감정선은 잘 드러나지 않아요. 이게 군인의 특성일 수도 있고, 좌초된 후 겪은 어떤 트라우마의 영향일 수도 있어요. 관객이 보면서 그 이유를 생각해 보기를 바랐어요.” 과장되지 않은 연기로 상황의 흐름을 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단다. 원래 부함장의 캐릭터는 좀 더 각이 잡힌 군인의 모습이었다고. 그의 제안으로 부하들과 스스럼없이 농담하곤 하는 ‘형’ 같은 상관으로 변모했다.

영화는 인트로를 비롯해 후반부의 상당 부분이 잠수함 내부에서 전개된다. 사실적으로 구현된 잠수함에서 3일 정도 촬영했다. 극 중에서는 동고동락한 전우로 나오지만, 조·단역과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감독님께 부탁해서 배우들만 함께하는 시간을 먼저 가졌습니다. 다행히 제가 제일 선배라 마치 함장이 브리핑하듯이, 상황 설명을 했죠. (웃음) 자연스럽게 리더가 되어 3일간 촬영했습니다. 단 한 컷 나오는 단역분조차도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한, 만족한 촬영이었어요. 한순간도 웃거나 하지 않고, 묵직한 분위기에서 진행했어요. 저절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죠.” 잠수함은 좌초되고, 기상 악화로 구조도 요원한 상황에서 부함장을 비롯한 대원들은 힘든 선택을 해야만 했다. 비극적인 상황에 저절로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했다는 설명이다.

“설계자는 매우 중요한 캐릭터이고 그가 잘 표현돼야 영화도 살아날 거로 생각했어요. 기자 캐릭터도 마찬가지예요. 상업 영화에 있어 중간중간 잠깐의 쉼표와 웃음을 주는 역할이라, 이 두 인물을 받쳐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마디로 ‘밸런스’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말이다. 배우가 연기하다 보면 자기 배역에 몰입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데시벨>에서는 캐릭터보다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매니저에게 때때로 이러한 인식을 환기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단다.

“작품마다 다릅니다만, 이번에는 극의 템포에 맞춰 연기했어요. 만약 부함장의 이야기로 접근해 그의 속도에 맞췄다면, 제 캐릭터는 빛날지 몰라도 영화 전체적으로는 잘 살지 못했을 거예요.” 때론 내려놓고 넓게 봐야 할 때가 있다는 김래원이다. 평소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편인 그가 완벽을 추구하다 보니 얻게 된 깨달음이다. 물론 나이도 한몫했다. 그 결과 이야기와 조화를 이루는 과장되지 않는 연기를 선보였다.

드라마 <러브 인 하버드>, <옥탑방 고양이>, <천일의 약속>, <펀치>, <닥터스> 등 히트제조기 같은 김래원이다.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의 원조라 할 만하다. 그의 대표 드라마를 꼽는다면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대표 영화는 이 한 편으로 일치되는 모양새다. 바로 <해바라기>(2006)다. 많은 관객이 ‘오태식’을 기억하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해바라기>도 벌써 15년이 넘었네요. 많은 분이 기억해 주셔서 감사하죠.” 1997년 데뷔, 어느덧 25년 차 배우, 액션뿐만 아니라 멜로와 드라마도 아주 잘하는 그이다. <데시벨> 직전 영화는 공효진과 함께한 <가장 보통의 연애>(2019)다. 로맨스 코미디 영화로 드물게 300만 가까운 관객을 동원(292만 명)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평소 그의 작품 선택 기준은 무엇인지 물었다.

“25년차! 이렇게 얘기하면 제가 굉장히 나이가 많은 줄 오해할 수 있어요!”라고 웃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참고로 김래원은 1981년생으로 이제 겨우 40대에 진입한 젊은(?) 배우다.

“특정 장르를 선호하지는 않아요. 액션은 액션대로 또 멜로와 드라마는 그대로 매력이 있으니까요. 사실 <데시벨> 황인호 감독님이 쓴 멜로 시나리오가 있었어요. 이걸 재미있게 봐서 감독님을 뵙고 싶다고 해서 만났죠. 그런데 <데시벨>을 준비하고 있다고, 멜로에 앞서 이걸 먼저 하자고 절 꼬시는 거예요. 낚였죠.” (웃음)

열일곱에 데뷔해 공백 없이 대중과 함께 호흡해 온 김래원, 최근 한석규 선배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고 전한다. 함께 출연한 영화 <프리즌>(2017)을 비롯해 평소 돈독한 친분으로 유명한 두 배우이다.

“한석규 선배가 ‘올해 몇 이지?’라고 물으셔서 ‘몇입니다’ 했더니, ‘이제 시작이다, 제일 좋을 때다.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좋은 게 많은 배우니, 이제까지는 연습이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마음껏 해봐라’ 하시는 거예요.” 자칫 안주하려는 마음을 다시 한번 재정비하게 한 선배의 고마운 조언이자, 진심 어린 칭찬에 감사하다고.

10월 추석 연휴가 끝나고 극장가는 코로나 이후 또 한 번 찬바람을 쌩쌩 맞고 있다. 본격적인 비수기인 11월에 들어서는 더욱더 관람객의 발걸음은 잦아들었다. 국내외 OTT 플랫폼을 통해 접하는 넘치는 콘텐츠와 관람료 인상 등의 요인이 맞물리며 관객들이 영화 관람과 그 작품 선택에 한층 까다로워진 까닭이다.

“비수기라지만, 요즘 심각하게 관객이 적은 것 같아요. 한국 영화는 100만 넘기도 힘든 상황이지만, 수능이 끝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해요. 폭탄 테러, 그것도 소리에 반응하는 폭탄이니 아무래도 사운드 시설이 좋은 극장에서 관람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김래원은 어떤 사람인지 물었다. “내추럴한 사람? 오랫동안 배우라는 직업으로 살았지만, 인간적이고 무난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한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점인데요, 본래의 제 모습이 영화 속에서도 드러난다고 생각하거든요. 평소에 폼잡고 이러면 작품 속에서도 어느 순간 폼이 잡힐 듯해서 자연스럽게 살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사진제공. ㈜마인드마크

2022년 11월 17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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