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 때도 떨렸겠지만, 이제 진짜 개봉이다. 느낌이 어떤가?
잠이 안 오더라. 어제 마지막 일반 시사회 때 주변에 도움 준 사람들 초대하고 밤에 와인 한 잔 하고 있는데, 영진양(이영진) 전화가 왔다. 내일 개봉인데 잠도 안 오고 어떻게 할까 싶다고. 그래서 뭘 어떻게 하냐고 열심히 무대인사 다니고 복불복도 잘 하고 하면 되지라고 말 해줬다. 촬영할 때는 다양한 방법으로 영화에 참여해서 제 몫을 다 했지만 이제 영화가 우리 손을 떠났다. 우리가 열심히 했던 것보다 관객 반응이 안 나오면 속상하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그래도 출연한 배우들끼리 단합도 잘 되고 해서 막판 홍보도 즐겁게 할 생각이다.
복불복이 뭔가?
무대인사할 때마다 우리끼리 하는 일종의 벌칙이다. 가위바위보나 게임을 해서 한 사람을 뽑으면 그 사람은 무대인사를 못 하고 다른 사람들 인사할 때 요가자세로 서 있어야 한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다 퇴장하고 나면 무대 앞에서 요가학원을 3번 외치는거다. 다행스럽게도 난 아직 안 걸렸다.(웃음)
홍보에는 열심이더라. 버라이어티에도 나오고.
으하.(웃음) 처음 해봤다. 사실 내 분량이 많지 않은데 홍보는 열심히 하고 있다.(웃음) 그래서 PD님한테 이렇게 홍보 많이 해도 되는 분량이냐고 묻기도 했다. 홍보 열심히 했는데 영화에서 막 10분, 15분 나오면 창피하잖나.(웃음) 버라이어티는 처음이었는데, 완전히 설정 잡고 적극적으로 했다. 살짝 강도도 높이면서.(웃음) 다른 배우들이 너무 진지해서 안 되겠다 싶어서 막 끼어들고 그랬다.
요가가 소재인데, 준비는 많이 했나? 원래 요가를 좀 했었나?
촬영 전에 한두 달 정도 연습했다. 개인적으로는 한 3,4년 전쯤에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루에 운동을 4개씩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요가학원도 잠깐 다녔는데, 우연찮게도 그때 다녔던 그 학원에서 촬영을 위한 요가를 배우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친근한 느낌이었는데, 알고 보니 유진양(유진)이 상당히 오랜 기간 요가를 꾸준히 해왔더라. 그래서 나는 그냥 요가 처음 한다고 말하고 다닌다.(웃음)
비슷한 또래들이랑 작업하니 분위기가 좋았겠다.
다들 1,2살 차이다. 한별이(박한별)랑 승언이(황승언)가 좀 어리지만 다들 잘 지냈다. 특히 승언이는 22살로 제일 막내인데 언니 같은 느낌이 있다. 촬영 전에 요가 준비할 때도 한 달 정도는 열심히 했는데, 하루에 3시간씩 매일 하려니까 힘이 들더라. 그래서 수다를 떨면서 꾀를 부렸고, 선생님도 수다에 동참시켰다.(웃음) 자 시작합시다 하면, 근데 있잖아 하면서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는 식이다. 여자 여럿이 수다를 떠니 시간은 잘 가더라. 그렇게 촬영 전에 다들 친해졌다.
감독님하고도 수다를 떨고 싶었는데, 너무 하는 일이 많다보니 잘 안 됐다. 촬영 전부터 제발 한 반 번만 만나달라고 통 사정을 했다.(웃음) 촬영 전에 애걸복걸해서 겨우 한 번 만나서 얘기할 수 있었다. 감독님하고 못 다한 얘기는 주로 은지양(조은지)이랑 많이 했다. 둘이 일 끝나고 12시쯤 카페에 대본 들고 만나서 대본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봤다. 은지랑 둘이서 대사도 조금 바꿔보고, 설정도 해보고 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둘의 대립구도가 많이 나왔는데, 감독님이 영화 중간에 설정을 바꾸면서 좀 달라졌다.
<요가학원>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시나리오가 재미있었다. 영화 속 모습, 캐릭터들 중 한 명이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또 외형적인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더 섬뜩하게 다가올 것 같았다. 친구들만 해도 그렇다. 어느 샵이 좋더라, 성형외과 어디가 잘 한다더라 그런 얘길 많이 한다. 사실 나는 성형엔 관심도 없는데 연기자라는 이유로 정보를 많이 공유하고 싶어 한다. 시나리오를 읽으니 그런 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캐스팅이 거의 마무리된 상황이었다. 윤재연 감독님은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분량은 적지만 유경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유경이 죽고 난 뒤에 이야기를 잘 이끌어갈 자신이 있으니 기둥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그 얘기 듣고 누가 분량 적어서 안 할래요 하겠나.
분량은 적어도 <요가학원>에서 유경 캐릭터는 짧지만 강하다. 인순과 함께 인상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고맙다. 은지한테 얘기해주면 좋아할 것 같다. 은지랑 캐릭터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냥 가서 찍는 게 아니니까 둘이 관계를 더 생각하고 얘기도 많이 하고 설정도 해봤다. 평소에도 둘이 캐릭터 성격대로 잘 놀았다.(웃음) 그래서 둘이 붙어서 하는 장면들은 괜찮았던 것 같다.
<요가학원>에 나오는 여러 캐릭터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 가는 캐릭터는 누구인가?
인순이다. 나 역시도 먹는 걸 너무 사랑한다. 옛날에 58kg까지 나간 적이 있다. 모 신문사에서 비포&애프터로 기사를 내기도 했다.(웃음) 그래서 운동을 4개나 한 거다. 식욕을 억제할 수가 없으니 운동을 많이 했다. 그래서 두 달 동안 10kg정도 뺐다. 사람 안 만나니 먹는 게 줄더라. 운동만 하니까 힘들어서 입맛도 없어지고. <요가학원> 전 영화에서는 감독님이 살을 찌우라고 해서 매일 감독님이랑 술 먹고 밥 먹고 그랬는데, <요가학원>에서는 살이 찌면 안 되니까 5kg 정도를 다시 뺐다. 실제 촬영할 때도 강박증에 걸린 인순처럼 누가 먹는 걸 권해도 거절하고, 맥주 한 잔이라도 기겁하며 절대 안 먹었다. 다른 배우들이 나더러 인순이 했으면 제대로 나왔을 거라고 하더라.
유경은 성형 중독 캐릭터다. 실제로 연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성형 유혹도 많을 것 같은데.
어렸을 때, 같이 일하던 사람이 공사하고 다시 나오자는 얘기를 한 적도 있다. 사실 난 미인형은 아니다. 전형적인 미인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얼굴에 만족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미 이 모습으로 데뷔를 했고, 그 다음 작품도 계속 찍었는데 공사를 하자고 하니 좀 무섭기도 하고, 그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그 사람, 다시는 안 만난다.(웃음) 사실 연기자 생활을 하면 성형 유혹이 많다. 주위에 성형외과, 치과 의사 친구도 많다. 내가 입이 돌출돼서 잘 안 다물어지는 게 콤플렉스였는데, 치과 다니는 친구가 입을 교정하는 수술을 해주겠다고 하더라. 공짜지만, 자기 실험 대상이 되라는 의미였다.(웃음) 살짝 솔깃하긴 했는데, 코 밑부터 얼굴이 다 바뀐다고 해서 포기했다. 게다가 그 친구 실력도 못 믿겠고.(웃음) 시기를 놓치니까 성형에 대한 생각은 안 하게 되더라.
근데 웃을 때 제약이 있다. 웃는 모습을 연습하기도 했다. 편하게 웃으면 이상하게 보이는 부분도 있긴 하다.(웃음) 근데 만약 그런 부분이 연기에 지장이 됐다면, 수술을 통해서라도 바꿨을 거다. 내가 가진 게 10개인데 10개가 다 지장이 된다면 당연히 고쳐야겠지. 근데 10개 중에 5개가 지장이 된다면 나머지 5개를 더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처럼 위험하지만 예뻐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수술을 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영화처럼 뭔가를 견뎌내고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얻을 수 있다면 할 것 같다. 게다가 일주일이라면 어렵지도 않지. 나는 진짜 말을 잘 들을 수 있다.(웃음) 규칙 다 지킬 거다. 씻지 말라면 안 씻고, 배고프면 그냥 자고, 거울은 원래 안 보니까 괜찮고.
유경의 경우는 뱀을 이미지화해서 특수 분장도 많았다. 고생하지 않았나?
기자시사 때는 좀 어둡게 나와서 걱정했는데, 다음 시사부터는 괜찮게 나와서 다행이었다. 사실 특수 분장이 많긴 했지만 그게 유경의 캐릭터니까 즐겼다. 코 같은 경우는 성형 부작용이어서 감독님이 조금만 삐뚤게 하자고 했는데 내가 우겨서 일을 크게 만들었다. 기왕 하려면 티 나게 심하게 삐뚤게 하고 그로 인해 예민하고 까칠한 성격을 보여줘야 한다고. 사실 조금 삐뚤어진 사람은 많으니까. 근데 막 우겨놓고 보니 내 얼굴이다 싶어서 아차했다.(웃음) 그 외는 공포영화답게 더 무섭게 더 징그럽게 만들었다. 이 부분도 더 심하게 하자고 주장을 했다. 뱀 때문에 죽는거니까 온 얼굴에 뱀 상처가 있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감독님이 너무 좋아했다. 덕분에 특수 분장팀한테는 미안했다.(웃음) 3시간 걸려서 온 얼굴에 분장하고 머리 산발하니 내가 봐도 무섭더라. 그 모습으로 10시간 동안 기다리면서 감독님 놀라게 하고 스탭들한테 외면당하고 그랬다. 배우들한테는 부러움을 샀다. 우리끼리는 더 무섭거나 징그러우면 서로 부러워하고 그런 분위기였다.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제일 힘들었던 건, 감독님이랑 얘기를 많이 못 하고 들어간 부분. 초반에는 감독님이 간섭을 거의 안 했다. 버려둔 자식마냥.(웃음) 은지랑 둘이서 이렇게 해보자하고 감독님한테 말하면 그러라고 하는 식이었다. 근데 뒤에 가서 감독님이 컨셉을 바꿨다. 그러면서 얘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그동안 생각하고 준비한 부분이 하루아침에 완전히 바뀌는 바람에 좀 힘들었다. 또 죽는 장면도 고생스러웠다. 첫 죽음이니 감독님도 신경을 많이 써서 4일 동안 촬영했다. 물 뒤집어쓰고, 먹물 뒤집어쓰고, 뱀이 몸을 타고 지나가고 등등 고생 많았다. 특히 내가 뱀을 너무 무서워하는데, 사람들이 뱀이 몸을 타고 할 거니까 친해지라고 계속 그러더라. 꼬리를 잡아주면 만질 수는 있어서 촬영 때는 꼬리를 잡아주고 연기를 했다. 너무 무서우니 한 번에 끝내야했는데, 촬영 중에 뱀이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며 내 목을 너무 잘 감는 거다. 거의 반 실신 상태로 촬영하고 있는데, 옆에서 누가 “꼬리 놔!”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부터는 연기가 아니었다. 뱀이 온 몸을 다 파고들더라.
입 때문인 것 같다고 유진이가 그러더라. 내 사진을 보더니 실제와는 다르게 섹시하게 나온단다. 그게 아마도 내가 입을 다물고 말을 안 하고 있기 때문일 거다. 자기가 나름 분석을 해보니 입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고 하더라. 이런 외모에 입 모양까지 더해져 섹시함이나 강함이 강조돼 보인다고. 건강한 외모 때문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도 아는 감독님이 멜로 영화를 찍는다고 해서 캐스팅해달라고 졸랐더니, 감독님이 자기 영화 주인공은 좀 아프고 여린 이미진데 나는 너무 건강해서 안 된다고 하더라.(웃음) 나도 아플 수 있다고 했더니 다음에 하자더라.(웃음)
정성일 감독 작품 <카페 느와르>에서는 어떤 역할이었나?
여성스러운 역할이다. 근데 그 여자도 어느 정도 강함이 있다. 학교 선생님인데, 겉으로는 귀여운데 남들 앞에서 뼈 있는 얘기 다 하고 그런 스타일이다. 촬영은 다 끝났다.
비슷한 캐릭터를 계속 하다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걱정은 없나?
이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이 연기 변신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근데 그런 배우들은 확실히 큰 변화를 한 경우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렇지 않다. 비슷한 느낌의 한 가지 캐릭터를 완벽하게 하고 싶다. 이 캐릭터는 김혜나 아니면 못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혜수 선배처럼. 그렇게 입지를 굳혀놓고 변신하는 게 진정한 변신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중간 중간 시트콤도 하고 코믹한 모습도 보여주고 하는데,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강함이라면 정말 더 강하게 보여주고 나서 변하고 싶다. 정말 자신 있고, 더 잘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들 때, 완전히 다른 걸 해보고 싶다.
어떤 캐릭터를 해보고 싶나?
지금은 멜로.(웃음) 비련의 여중인공까지는 아니더라도 평범한 멜로를 하고 싶다. 최근 <카페 느와르>도 그렇고 내가 하는 역할이 다 멜로 라인이 어느 정도 있기는 한데, 약간 독특한 편이다. 사귀어도 뭔가 특별한 관계이거나, 남자친구가 엄마랑 바람을 피우거나 하는 특이한 경우가 많다. 그런 거 말고 보통 멜로를 해보고 싶다. 잘 할 것 같은데.
지금 사랑을 하고 있어서 멜로에 더욱 끌리는 건 아닌가?(웃음)
그런가?(웃음) 힘이 되긴 한다. 혼자 있을 때는 연기하면서 힘든 일 생기면 진짜 괴로웠다. 누구한테 말을 해도 그냥 위로만 해줄 뿐이다. 근데 남자친구가 있으니까 정확히 얘기를 해주는 면도 있다. 내 작품을 <경축! 우리사랑>부터 봤는데, 김혜나라는 배우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조언을 많이 해준다. 힘들 때 전화해서 잠깐 만나서 얘기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대중과 인연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잘 하려고 노력하고 어떻게 하려고 해도 뭔가 박자가 안 맞으면 어긋나는 일들이 많다. 어느 부분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조금씩 어긋났던 것 같다. 근데 앞으로는 잘 맞을 것 같다. <요가학원> 홍보팀이 손금을 좀 보는데, 내 손금보고 아직 내 운을 쓰지도 않았다고 했다. 기분이 급 좋아졌다.(웃음)
좋은 연기를 해 온 든든한 바탕이 있으니 대중적인 인연도 곧 있을 거다.
내가 특별히 연기를 잘 한다기보다 좋은 감독님들을 잘 만나서 그런 것 같다. 데뷔작인 <꽃섬>때부터 그랬다. 내가 갖고 있는 게 어느 정도면 그게 몇 배가 되도록 감독님들이 도와줬다. 감독님들뿐 아니라 주변 배우들과도 좋은 인연이 많았다. 그 덕에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는 더 잘해야겠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있으니 감독들이 끄집어내겠지?
그런가?(웃음) 칭찬엔 익숙하질 않아서, 손발이 오그라든다.(웃음)
사실 데뷔때 굉장히 주목받은 배우였다. 술술 잘 풀릴 줄 알았는데.
데뷔 때 잠깐 주목받았다가 우웩하면서 다시 내려갔다가 이제 다시 올라갈까 하고 있다. <내 청춘에게 고함>이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다.
중간에 내려갔다가 없어지는 배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사실 없어질 뻔 했다.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여러 고민 하면서 살도 많이 찌고, 연기자로 자질이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동물 조련사, 해상구조대원 같은 것들도 알아봤는데, 시험도 너무 많고 조건도 까다롭더라.(웃음) 그 시기에 <내 청춘에게 고함> 의뢰가 들어왔는데, 이게 운명인가 싶었다. 그래서 일단 이걸 해보고 역시나 만족을 못 하고 후회한다면 과감하게 그만두자고 마음먹었다. 근데 진짜 감사하고 있다. 태우 오빠(김태우)나 김영남 감독님, 또 모든 스탭들한테. 그때 스탭들하고는 아직도 연락을 하면서 지낼 정도다. 모든 분들 덕분에 즐겁게 촬영했고, 완벽하진 않아도 행복하다고 느낄 정도로 연기할 수 있었다. 그 덕에 다시 제 자리를 찾은 것 같다. 그때도 실패했으면 어디로 시집갔거나 놀이동산에서 원숭이랑 놀고 있었을 거다.(웃음)
배우들은 각자 자신이 갖고 있는 나름의 자산이 있으니까.
이 얘기를 은지양한테 했더니, 은지양이 그러더라. 언니는 연기자라는 직업을 택한 게 아니라 연기가 언니를 택한 거라고. 눈물 나는 찬사다. 요즘 둘 다 연기의 어려움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다. 둘이 자주 만나서 힘을 주고 그런다. 은지양이 힘들다고 하면 죽을 때까지 힘만 들어 보라고 한다. 진짜 힘들면 억지로 극복하려 하지 말고 확 힘들어 보라고. 너무 힘들면 자기도 모르게 극복하려고 한다. 억지로 힘쓰지 말고 그냥 있으라고 했다. 대신 옆에 있어주겠다고.
연출은 아니고, 제작에는 생각이 있다. 사람들을 너무 좋아해서 능력 있고 좋은 사람들 모아서 같이 작품을 만들고 싶다. 내 애를 낳는 거니까 욕심이 생긴다. 요즘은 또 꽂힌 게 사진이라 촬영에도 관심이 있다. 현장에서도 여배우들을 이렇게 안 예쁘게 찍을 수 있냐며 농담을 하곤 했다.(웃음)
사진이 취미라는 얘기는 들었다.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도 하는 건가?
어렸을 때 약간 관심이 있었다. 찍히는 것보다 찍는 게 더 좋았다. 외모에 만족을 못 해서. 지금도 만족 못 하고 있지만.(웃음) 특히 사진발이 진짜 안 받는다. 남자친구의 권유로 사진을 배울 기회가 생겼다. 그냥 일반적으로 사진을 가르쳐주는 학원인데 등록해서 해보라고 하길래 같이 하는 줄 알고 좋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혼자 하는 거였다. 혼자서는 뭘 잘 못하는 성격이라 망설였는데 해보니 재미있었다. 사람들하고 같이 출사도 다니고 사진 놓고 토론도 하고 그런다. 지금은 몇 몇 소수인원들하고 같이 배운다. 그분들이랑 책을 내볼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 밖에 나가서 사진 찍고 글 쓰고 하는 거 너무 재미있다.
나중에 작품 사진 찍으면 공개하는 자리도 만들어보자.
와우! 나중에 진짜 잘 찍으면.(웃음) 옛날에 아는 남자 동생이 있었는데, 1년 만에 만났는데 여자가 돼서 언니라고 부르더라. 그 친구랑 얘기를 해보니 그 친구 사진을 너무 찍고 싶어졌다. 그 친구 데리고 작업을 좀 한 게 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화장도 하고 머리고 하고 진짜 예쁜 여자 모습인데, 실제 옆모습은 목젖도 나온 남자 모습이다. 그래서 이 친구를 모델로 작업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트랜스젠더들이랑 작업하고 싶다. 그들은 온몸으로 말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 말을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현장에서도 사진 많이 찍은 걸로 알고 있다.
연기하느라 시간이 많지 않아 그냥 몇 번 찍고 그랬다. 사진 찍으려고 연기 분량을 줄일 수는 없으니까.(웃음) 얼마 전에 한 PD님을 만났는데, 자기가 하는 영화에 남자들만 나오고 여자는 거의 안 나온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우정 출연하고 그 영화 스틸로 계약하자고 했다. 지금 로비 중이다.(웃음)
작업이 없을 때는 주로 뭘 하나? 사진 찍는 거 말고.
사진 찍고 영어 공부한다. 영어 너무 어렵다.(웃음) 예전에 <허스>라는 작품 찍었을 때도 윌 윤 리라는 남자배우하고 친해졌는데 그 남자는 한국말을 못 하고 나는 영어를 못 하니 서로 말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통화를 해도 너무 괴로운거다. 가끔 통화해서 인사까지는 유창하게 하는데, 그 뒤로는 침묵이 흐른다. 그러다가 결국 다음에 다시 통화하자로 마무리한다. 미국에 친구들도 많은데, 어서 영어를 잘 하고 싶다.
할리우드 진출하려고?
영어 웬만큼 잘 해서는 힘들다. 또 할리우드 무작정 진출했다가는 욕 많이 먹는다.(웃음) 한국에서라도 잘 하고 싶다.
그래야 되는데. <요가학원>에서 분량도 적고 뭐 이래저래 그것 때문에 속상하기도 했다. 시나리오대로만 나왔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싶은 아쉬움도 있다. 남자친구가, 아니 은지도 이런 얘길 하더라. <요가학원> 통해서 그래도 김혜나라는 배우가 예쁜 모습으로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름을 다시 알리는 것으로 만족하라고.(웃음)
이번 영화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또 만족할 만한 부분은?
전부.(웃음) 몸매는 마음에 든다. 캐릭터에 어울리는 몸매다. 몸매가 잘 빠졌다 이런 차원이 아니라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성격에 어울리는 몸매인 것 같다. 그런 캐릭터는 되게 뚱뚱하거나 말랐거나 하는 게 어울리는데, 현실적으로 살을 찌우는 건 힘드니 살을 더 빼야겠다 싶었다. 몸매를 봐도 왠지 신경질적인 사람인 것 같다. 촬영 당시에는 44kg까지 뺐는데 다시 찌고 있다. 매니저가 뭘 자꾸 먹인다. 그러다 쓰러진다고.(웃음)
도도한 자세나 날이 선 느낌이 캐릭터의 이미지랑 잘 맞더라.
몸매 하나는 캐릭터에 잘 맞았다. 두 달 노력한 결과다. 두 달만 고생하면 김혜나처럼 된다 뭐 이런거?(웃음)
차기작으로 거론되는 작품들이 있나?
지금 시나리오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마음에 확 와 닿는 걸 찾고 싶은 갈증이 생겼다. 몇 작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스틸기사로 참여할 작품도 포함해서. 그건 완전 잘할 텐데.(웃음)
2009년 8월 27일 목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2009년 8월 27일 목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