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원태연이라는 시인을 만나고 싶었지만, 영화감독으로 만나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 보통은 사람들이 어떻게 부르나. 원태연 작가님?
원시인이라고 부른다.
원 감독님이랑 원시인이랑 어떤 게 더 좋은가.
호칭은 그냥 마음대로 불러도 상관없다.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가 첫 영화인데 소감이 어떨지 궁금하다.
글쎄.. 아무튼 열심히 했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보는 분들이 어떻게 보고 판단해 주시느냐가 중요한 거 같다.
영화감독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무릎 팍 도사>에 출연한 걸 보니 굉장히 오랫동안 영화 쪽에 있었다고 말하더라. 처음에 시를 쓰면서도 영화 쪽 일을 염두 해 뒀었나?
그건 아니다. 군대에 있을 때 내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내가 시를 썼을 때 사람들은 그게 마치 내 얘기인 것처럼 알더라. 그래서 얘기를 쓰면 진짜처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제대하고 나서 시작했다.
어땠나. 작가일은.
몇 년 동안 사회경험을 하면서, 내가 생각한 영화 시나리오 작가와 현실이 정말 많이 다르구나라는 걸 알았다. 나의 경우 너무 심한 대접을 받았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돈도 안주고 완전 수준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비애를 느꼈던 거다. 그래서 차라리 얘기가 만들어 보고 싶고 영화를 하고 싶다면, 감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감독을 하려면 뭘 해야 하지’ 생각을 해봤더니 영화를 안 봤더라.(웃음) 그래서 작업실 앞 비디오 가게 아줌마한테 월 계산하기로 하고 영화를 다 봤다.
영화가 뭔지 좀 알겠더라. 그게 재미있든 재미없든, 처음부터 끝까지 말만 되게 하는 것도 힘들다는 걸 느꼈다. 그런 것들을 염두 해 두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 된 거다.
군에서 제대하고 시나리오 작가로 들어갔을 때, 영화사의 작가로 들어갔던 건가.
그렇다.
쓴 것 중에 만들어진 영화가 있었나.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수입도 없었고. 내가 대접을 못 받는 사람이어서 그랬는지, 그때 나라는 시나리오 작가는 영화 안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밖에 있는 사람이었다. PD, 감독, 배우들이 안에 있는 사람이지.
그래도 요즘에는 많이 나아졌다고 하더라.
정말 요즘에는 많이 좋아졌다고 하더라. 근데 그것도 잘 나가야지 뭐.
그럼 <슬픔보다 더 슬픈..>은 언제부터 작업하기 시작했는지.
한 4년 전부터 시작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시나리오 쓰는 데는 오래 안 걸렸다. 근데 이걸 영화화 하는데 오래 걸린 거다.
25회 차로 촬영을 했다고 들었다. 저예산이고, 본인 집도 촬영장소로 쓰고.(주인공들이 사는 집) 몇 몇 기사에서 보니 힘들었다고 얘기 하던데.
사실 촬영할 때 힘은 하나도 안 들었다. 훌륭한 스텝과 배우들이 나를 힘들게 하겠나.
그래도 이보영씨와 소주 마셨을 때는 좀 힘들었을 거 같다. (웃음)
고때 잠깐.(웃음)
<무릎팍 도사> 방송 나가고 이보영에게 전화 안 왔었나. (웃음)
문자가 왔는데 답장 안했다. 혼날까봐. (웃음)
뮤직비디오는 내가 찍은 게 아니다. 뮤직 비디오는 내 원작 소설을 가지고 차은택 감독님이 찍은 거고, 나는 이 원작 소설을 시나리오 화해서 영화로 만든 거다. 나는 뮤직비디오에 대해서 차은택 감독과 한 번도 상의한 적이 없다. 사실 뮤직 비디오는 보지도 않았고.
왜 안 봤나. 궁금했을 거 같은데.
스트레스 받을 거 같았다. 어차피 영화와 뮤직 비디오는 장르도 다르지 않나. 영화는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한 작업이고.
그래도 어차피 영화 찍은 후에 만들어진 뮤직 비디오 아닌가.
아니다. 영화 찍기 전에 뮤직비디오가 먼저 만들어졌다.
아.. 먼저. 사실 나는 영화를 먼저 만들고, 영화의 장면들 중에 좋은 부분을 뽑아서 뮤직 비디오로 만든 줄 알았다. 보통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게 하니까.
뮤직 비디오는 영화 홍보용으로 찍은 거니까, 아무래도 영화가 주목을 받게 찍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영화를 염두 해 둔 시나리오로 작업한 거니까, 뮤직 비디오를 염두 해 두고 영화를 찍을 필요는 없었던 거다.
극중 주인공들의 이름이 독특하다. 케이와 크림. 특히 케이는 영화 속에서 이름에 대한 설명도 없더라.
처음에 캐릭터에 대한 설정은 잡아 놨는데 직업이랑 이름은 정해 놓지 않았었다. 어느 날 청담동 야외 테라스에서 친구랑 커피를 마실 일이 있었는데, 그 친구는 모카를 시키고 나는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근데 모카에 휘핑크림을 빼고 준거다. 그래서 그 친구가 ‘여기 크림은 왜 빠졌어요? 크림 좀 갖다 주세요.’ 그랬다. 근데 그때 누가 옆에서 막 뛰어 오더니, 그 친구한테 ‘교수님 안녕하세요.’ 그러더라. 그 친구가 대학 교수니까. 친구가 ‘어떻게 지내니?’ 물으니까 ‘저 방송국 PD에요.’
그런 사연이..(웃음)
그 얘기 하는데 순간 느낌이 온 거다. 근데 또 ‘여기 크림 나왔습니다.’ 이러고. 그래서 남자는 PD, 여자는 작사가. 남자 이름은 내가 아는 PD 중에 강철규라고 있는데 이름이 참 좋아서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강이니까 K로 그냥 하자 그런 거고.
영화를 보면 저 사람들 마음 안에 뭐가 있을까 궁금하지 않다. 자기 내면의 것들을 대사와 나레이션을 통해 다 표출해 주니까. 근데 감독님의 시를 봐도 함축적인 뭔가를 숨겨두기 보다는 감정을 직선적으로 오픈해서 쓴 경향이 많다. 영화와 시가 참 많이 닮아있는 거 같다.
그냥 나는 친절한 사람인 것 같다. 내가 그런 걸 좋아하고. 감정이 쉽게 다가오면 그 만큼 머리는 쉬게 되니까 남는 부분이 더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오픈을 해 줬어도 사람마다 느끼는 차이는 분명히 있을 거다.
꽃집 장면이다. K가 우리 영화에 대해서 얘기를 하니까. 제나가 K에게 ‘가짜 같다. 니가 하는 사랑처럼 너무 예쁘다’ 그러니까 K가 그런다. 그럼 진짜는 뭔데?
그렇다. 이 영화의 사랑은 너무 예쁘다. 그래서 현실적이지 않고.
K가 그것에 대해 얘기한다. 그럼 진짜는 뭐냐.. 처절하고, 고독하고, 상처받고 이래야 사람들은 진짜처럼 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가 그거다. 그건 왜 진짜냐. 사람들 생긴 거 다 틀린데 못 봤다고 안 믿고 봤다고 다 믿느냐. 이럴 수도 있고 분명 저럴 수도 있는 거다. 그 말을 대신 해주는 장면이 바로 그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했던 장면은 제나가 케이의 집으로 찾아 왔을 때였다. 문을 열어주는 크림에게 케이가 있느냐고 묻는다. 그 순간 크림의 표정은, 케이라는 이름은 자기만 부를 수 있는 이름 인줄 알았는데, 다른 여자가 부른다는 것에 굉장한 질투를 느끼는 눈빛이었다. 상대를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에 대한 굉장히 현실적인 태도로 보인다.
그 장면에서 사람들은 화가 날거다. 지는 할 거 다하고 다니면서.(웃음) 나중에 크림의 상황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장치다. 기자님이 이해한 게 정확하게 맞다. 자기가 지어주고 온전히 자신의 소유라고 생각한 케이라는 이름을 다른 여자가 부른다. 그것도 예쁜 여자가. 질투나지.
영화에서 여자들이 하나같이 다 세더라. 남자들은 안 그런데.
내가 센 여자를 좋아한다. 자기감정에 솔직한 사람들은 나를 깨우쳐 주는 것 같다.
배우들과 작업은 어떻던가.
이범수는 컴퓨터 같았다.
어떤 면들이?
그냥 다. 어쩜 그렇게 말만하면 정확하게 뭔가를 할 수 있는지. 정말 컴퓨터 같았다. 권상우의 경우는 나한테 알려준다. K가 사실 이런 사람이라고. 이보영의 경우는 딱 크림이고. 그래서 이보영 같은 경우는 나중에 디렉션도 안 했다. 하고 싶은 데로 하라고.(웃음) 내가 그냥 볼게 너를. 대단한 사람들과 작업했던 거 같다.
이쯤에서 내가 솔직한 마음을 얘기해도 되나.
물론이다. 나는 솔직한 걸 좋아한다.
영화가 공개되고 많은 얘기들을 들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원태연의 영화 보다는 원태연의 시가 더 좋은 것 같다. 대사나 나레이션들이 감독님의 시집과 유사하다 느껴졌고.
나도 솔직하게 얘기 하겠다. 다음에는 더 잘하겠다. (웃음)
물론이다. 기회가 주어진 다면 정말 죽을 때까지 할 거다. 그리고 모르긴 한데 이런 것들이 선입견 일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약 시인이 아니고 그냥 영화로 나왔더라면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선입견이 아니라 원태연이라는 이름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기대? 내 이름에 대한 기대가 있었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거 같다. 원태연이라는 사람이 감독을 한다고 했을 때, 기존에 시랑 작사 잘했으니까 그냥 그거나 하지. 이럴 수도 있고, 이 사람이 만든 영화는 과연 어떨까 하는 기대가 있을 수 있고. 물론 우려도 동시에 있는 거고.
인터뷰를 여러 번 하면서 느낀 건데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말들을 하더라. 잘못됐으면 만들어 놨던 것도 못 나올 수 있었는데 우려 같은 거 없었냐. 부담스럽지 않았냐. 나는 잘 못 느꼈는데.(웃음)
돈 대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있지 않겠나. 더군다나 처음 스타트가 권상우, 이보영, 이범수다. 괜찮은 출발이고 원태연이라는 이름의 이슈도 있으니까, 당연히 그런 생각도 있을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런가.. 역시 대답은 한 가지 밖에 없다. 다음에 더 잘 찍겠다.(웃음)
영화에서 아쉬운 점 중 하나는 상업성이 많이 보인다는 거다. 상업영화니까 당연한 건데, 그 부분이 영화의 퀄리티에는 마이너스이지 싶다. 특히 까메오들의 출연은 더욱더.
내가 부족한 부분은 바로 나다. 내가 할 수 있는 베스트를 다 한건 데 그게 부족해 보였으면 내가 부족한 거고, 그 결과가 어떻든 내가 책임지는 거다. 누군가가 누구를 영화에 넣어라 해서 넣었어도, 그건 내 책임이라는 말이다. 나는 잘 만들고 정교한 100점 보다 최선을 다한 80점을 좋아한다. 내가 시를 쓸 때는 출판사 사장한테 손해를 안 끼치게 할 거 아닌가. 이것도 마찬가지다. 이기적인 건 아닌 거 같다. 책을 냈을 때 출판사에 손해를 안 끼칠 만한 크레딧이 나중에 영화에서도 생기면, 잘 만든 100점짜리에 도전 해볼 거다. 물론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잘 만든 뛰어난 재주는 마치 서툰 것 같다고 고사에 나오는데 나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안다. 최선을 다하되 이기적인 작품을 만들면 안 되는 것 같다.
영화 작업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라는 말인가.
이건 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스필버그도 아닌데 어떤 사람들이 어떤 걸 주장했을 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감독이 가져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기자님은 영화에 대해 전문가니까 대화의 내용 자체도 일반적이지 않다. 이런 분들이라면 전문적인 그런 시각으로 보고 얘기하는 것이 분명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영화를 만드는 것은 전문가들을 위함이 아니다.
시를 쓸 때도 같은 생각 이었나.
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앞으로 만드는 영화들도 그렇게 될 것이다. 영화가 개봉을 하게 되면 관객들이 평가를 해 주겠지만, 어떤 사람은 빨간색, 다른 사람은 초록색, 노란색 등등. 나는 영화 안에 빨주노초파남보를 다 넣어 놨기 때문에 그 중에 자기에게 맞는 색을 찾아서 가져가는 것이다. 내가 연출은 처음 하지만, 어떤 자세로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가에 대한 창작자의 자세는 잘 알고 있다. 앞으로 어떤 환경에서 영화를 만들더라도 이 자세는 지킬 것이다. 내가 시를 안 쓰는 이유가 어느 날 전문가가 되겠더라. 그 뒤로 시를 안 쓴다.
마지막 시집을 8년 전에 냈는데 제목이 <안녕>이다. 시를 분석하고 파악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슬펐다. 시작은 그렇게 안했으니까, 더 쓰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시는 사람들 마음속에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유기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걸 보고 반응하는 건 다 틀리다. 근데 스스로가 전문가라는 판단으로 이럴 거다 저럴 거다 하는 건 방자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아까 내가 비디오 가게 영화를 다 봤다고 했잖나. 그렇게 하는데 7개월이 걸렸다.
나는 아예 비디오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영화 보려고.(웃음)
(웃음) 그걸 보고 내가 느낀 점은 좋던 나쁘던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 되는 영화가 10편에 3편도 안 된다는 거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 밑에 7편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얘기를 해도 되지만, 재미를 떠나서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영화들은 전문가로서 저 사람이 왜 저렇게 만들었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는 거다. 알겠지만 나는 영화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정말 보고 배운 게 다다. 하지만 내가 자신 있는 건 내 영화의 재미 유무와 이런 저런 거를 다 떠나서 처음부터 끝까지 말은 된다는 거다.
그럼 <슬픔보다 더 슬픈..>을 통해 특별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보고 그냥 한 번 울었으면 좋겠다. 뭐 특별히 대단한 철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원하게 울고 그 대신 찝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찝찝한 기분은 안 든다.
내가 제일 신경 쓴 게 그 부분이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멜로영화들이 보고 나면 매우 우울하다. 그렇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상대를 한 번 생각해 보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연애를 하고 연애를 꿈꾸는 사람들이 ‘나는 저 사람에게 어떻게 해 줄 수 있을까. 나는 저렇게 해 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다.
아까 영화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고 했는데, 방송에서 글 쓰는 건 중학교 때부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근데 프로필을 봤더니 대학은 체육학과로 진학을 했더라. 보기에는 체육학과의 풍채가 그대로 느껴지지만, 왜 글이나 영화와 관련해서 진학을 하지 않았던 건가.
내가 말이랑 총만 보면 가슴이 뛴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고등학교를 갔는데 사격부가 있었다. 근데 그 총은 정말 고가다. 그래서 망설이다가 결정을 했다. 너무 너무 하고 싶은 거니까 내가 저걸 하면 잘 할 수 있겠지 싶었다. 그래서 고 2때 시작해서 고 3때 전국대회 2등 했다.
아! 정말?! 1년 만에?
태릉에서는 지금도 그게 기록이다. 그리고 말. 말은 너무 섹시하다.
내가 좋아하는 이유도 그거다.
대학을 간 다음에 중국에서 시합이 있었다. 하얼빈에 강이 얼었는데 여의도 광장만한 크기였다. 진짜 크더라.(웃음) 거기서 잘생긴 말을 누가 데리고 있었는데, 처음 타보는 거였지만 무조건 탔다. 근데 말이 천천히 가더라. 그래서 재미없다 생각했다. 말도 안통하고 30분을 그렇게 하더니 뭐라고 뭐라고 하더라. 그래서 무조건 예스, 예스 그랬다. 그랬더니 말이 갑자기 소리를 내면서 막 뛰기 시작했다. 순간 말이랑 내가 하나가 되는데, 그런 쾌감이 너무 좋았다.
어렸을 때 서부 영화를 잘 못 본거다.(웃음)
다음 영화에 한 번 넣어 보는 건..(웃음)
그건 돈이 많이 든다. 동물이랑 하는 건 진짜 힘들다고 하더라.
영화 이전에 원태연은 시인이라는 호칭으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근데 시인으로서 인정을 못 받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런가.
인정 안 해주더라. 솔직히 관심도 없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원태연의 시를 좋아해 주는데, 정작 자신이 속한 구역 안에서는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 괜찮지만은 않을 거다.
그렇지 않다. 어차피 한 번 살아가는 삶인데, 살면서 누구 틀에 갇혀 살아야 한다는 것이 맞지 않는 거 같다. 나의 경우 아버지께서 내가 학교 가기 싫다고 하면 안 보내셨다. 이 순간 하고 싶은 거 하라고. 이건 지금 내 아이에게도 그런다.
그 성향이 정말 그대로.. (웃음)
왜 남의 틀 안에 꼭 나를 맞춰야 하는가. 누군가가 그 틀 안에 들어가서 맞는다면 그건 그 사람이 맞는 거고, 아니면 그 틀에 안 맞는 사람인 것뿐이다. 아마도 내 아이는 나랑 좀 비슷한 거 같다.(웃음)
방송에서 ‘자기가 하고자 하는 마음이 소질이다’라는 말을 했는데 인상 깊었다.
자세히 얘기를 하자면, 뭐가 하고 싶은데 딱 보고 안 해버리는 사람은 소질이 없는 거다. 하고 싶으면 된다 안 된다의 개념이 없다. 미쳐버리는 건데 어떻게 안 하나. 그것 자체가 소질이 있는 거다. 그게 어떻게 비치느냐 하는 건 다음 얘기다. 나는 제일 싫어하는 말이 안 된다는 말이다. 안 된다는 말이 맞는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없어야 한다.
여전히 시와 작사, 영화에 소질이 출중하다고 생각하나. 보기에는 충만해 보이지만.
그렇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계속되는 한 계속해서 할 것이다.
2009년 3월 12일 목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