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2008년, 3월 중순에 개봉한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을 작년 겨울쯤 보다가“어머나!”하고 낮게 소리를 질렀다. 이케와키 치즈루가 등장하는 장면에서였다. 이유인즉, 그녀가 여주인공의 친구 역할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던, 꽤 괜찮게 여기던 지인의 하락을 본 것 같은, 씁쓸한 기분이 맘속을 감돌았다. 데뷔 때부터‘친구’언저리에 머무는 배우였다면 몰라도, 그녀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그 매력적인 여주인공‘조제’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웃겼다. 주인공만 잘났다는 식의 가치 판단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서 웃겼고,‘조제’이후에 이케와키 치즈루의 행보를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새삼 놀란 것이 웃겼다.
그녀는‘조제’이후 다양한 비중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었고, 따라서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이 준 느낌은 저리가라 할 만치 소소한 존재인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에서 갑자기 그녀에게 신경이 쓰인 건, 별다른 특색 없는 성격 좋은 친구 역할을 맡으니, 정말 단지 그런 친구 같아 보이는 그녀에게서 감탄보단 왠지 슬픔을 느껴서였다. 게다가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 홍보차 출연한 <스마스마>의‘비스트로’코너도 이를 가중시켰다.
SMAP 멤버들이 게스트들에게 요리를 만들어주는 그 프로그램에서 다시 보자니, 여주인공 다나카 레나 옆에 선 이케와키 치즈루는 너무나 평범했다. 미인이 아니어도, 오히려 미인보다 빛나 보이는 여배우들을 알고 있고, 개인적으로 그녀가 그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해 왔기에, 약간 충격적이었다.‘그녀가 매력을 잃은 걸까.’이런 생각을 한 날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2009년 2월, 한국에서 그녀와 만났다. 이미 관심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을 <오이시맨> 개봉을 기념해 그녀가 방한한 것이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그녀의 출연작들을 살펴보니 2008년도 작품들에 상당히 무지했음이 드러났다. 그 이전 작품들의 경우, 그녀와의 첫 번째 만남을 위해 챙겨봤었는데, 계기는 2007년 여름에 열린,‘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 리턴즈’였다. 당시 그녀의 출연작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가 상영작으로 선정됐고, 그것을 기념해 그녀가 내한했기 때문이었다. <스트로베리 쇼트 케이크>는 개인적으로 몹시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거니와,‘이케와키 치즈루’의 필모그래피 중 그녀의 매력을 정말 한껏 느낄 수 있는‘베스트 5’중 한 편이라고 꼽고 있는 영화다. <스트로베리 쇼트 케이크>의 원작인 동명 만화를 좋아했고, 그 만화가인 키리코 나나난을 엄청 좋아하던 상황에서 접한, 영화 <스트로베리 쇼트 케이크>는 예상보다 각색도 뛰어났고, 연출도 멋졌다. 특히 키리코 나나난이 직접 여자 주인공 중 한 명으로 출연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기도 했다. 사실 남자들은 그 미묘한 정서를 완전히 공감할 수 없다고 개인적으로 확신하고 있는, <스트로베리 쇼트 케이크>는 철저히 여자들을 위한 영화다. 여자들 중에서도, 한때, 아니 지금도, 열등감과 고독함을 안고 힘겹게 청춘을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작품이다.
만화와는 조금 다른 설정이 있긴 해도, 이케와키 치즈루가 영화 <스트로베리 쇼트 케이크>에서 맡은‘사토코’는 어쨌거나 연애가 무척 하고 싶은 여자 아이다. 예쁜 건 목소리 뿐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사토코’는 집 근처에서 주운 돌멩이를 신으로 삼고, 매일 연애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하지만 돌아온 건, 한숨이나 나오게 하는 한 유부남 상사의 능글맞은 유혹이었다.“아무하고나 사귀어도 된다는 뜻으로, 애인이 생기게 해달라고 빈 건 아니에요.”그녀가 그 능글맞은 유혹을 받은 후, 신에게 말하는 유머러스한 기도 내용이다.‘사토코’는 환상을 꿈꾸는 여자이긴 하지만, 자신의 현실을 냉철히 인식하고 있다. 영화 속 네 명의 여자 주인공 중 가장 꼬이지 않은 내면을 가지고 있는‘사토코’에게는 그래서 더 정이 간다.‘나’아닌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여유를 갖고 있지만, 그녀는 불안하며 초라한 자신의 삶에 문득 문득 어두워진다. 그런‘사토코’가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건, 전적으로 이케와키 치즈루 덕분이다(베스타와 헬맷이 그렇게 잘 어울리는 여배우도 흔치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개인적 열광 때문에,
2007년 여름, 그녀를 만났을때‘배우’로서의 접근이 아닌, 세상을 살아가는‘여자’로서의 그녀를 궁금해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형식적이었고,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에 대한 애정도 (너무 큰) 기대만큼은 느껴지지 않았다. 2009년 2월, <오이시맨>으로 방한한 그녀를 위해, 2년 전 만났을때 찍고 있던 <풍림화산> 이후의 작품들부터 살펴보았다. 2007년도작인 이 사극 드라마에서 그녀는 높은 비중에 손색 없는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는데, 11부작이었던 2003년 사극 드라마 <오오쿠>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물리적 시간을 이 작품에 쏟았다. 그때문인진 알 수 없지만, 2007년도에는 <풍림화산> 외에 다른 드라마에선 볼 수 없었는데, 2008년도에도 드라마 작품은 두 편 뿐이다. 4부작 드라마인 <형사의 현장>과 10부작이지만 그녀는 1회 분량만 출연한 <곤조-전설의 형사>다.
2008년 겨울, 영화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을 보고 그녀의 입지에 노파심 같은 걸 품은 것도, 그 드라마들조차 방송 당시 그냥 지나쳤던 탓이다. 이케와키 치즈루 외에 테라오 아키라, 모리야마 미라이 등 신구 배우들의 조합이 볼만한, <형사의 현장>은 많고 많은 일본의 형사 드라마 중, 형사의 리얼한 하루 하루에 초점을 맞춘, 볼 만한 중편물이다. 긴 웨이브 퍼머 스타일로 나오는 이케와키 치즈루는 만년 소녀 같은 외모를 그녀의 이미지로 생각해 왔던 사람이라면 살짝 놀랄 만큼, 부쩍 나이든 느낌이다. 신산한 세상 살이에 적당히 찌든 인물을 표현하는덴, 상당히 어울리는 외모이지만, 개인적으론 그녀의 모습에 왠지 끌리지 않았다. 우치노 마사아키와 호흡을 맞춘 <곤조-전설의 형사>에서도, 그녀의 모습에 적응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 그의 사랑을 받는, 불행한 과거의 여자로 등장한 이케와키 치즈루는 전작들에서 거의 볼 수 없었던 섹시한 이미지를 보여준다.‘왜일까? 왜 나는 그런 그녀에게는 끌리지 않는 걸까?’인터뷰 전, 이런 고민을 안고, 그녀의 작품들을 보고 또 보았다.
그 이유를 드라마 작품부터 파헤쳐 올라가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녀의 드라마들 속에 어렴풋이 답이 있었다. 1998년부터 드라마로 연기 데뷔한 것으로 알려진 그녀는, 2002년까진 단편을 포함한 드라마 출연작을 영화 필모그래피보다 많이 쌓아갔다. 그중엔 <세기말의 시><립스틱><썸머스노우><태양의 계절> 등 일본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작품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그들 드라마 중, 이케와키 치즈루 의 매력이 맘껏 발산된 작품을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2000년도작 <썸머스노우>와 2002년도작 <태양의 계절>이다. 내로라 하는 일본의 스타들을 우루루 볼 수 있기도 한, 벌써‘고릿적’작품이 된, 그 두 편의 드라마는 그녀를 꽤 빛나 보이게 하는데, 그 원인은 역할에서 비롯된‘순수함’이다.‘원래 선하고 귀여운 느낌의 얼굴을 지닌, 이 작은 키의 여배우는 자신의 외모와 어긋나지 않는 배역 속에, 스스로의 자연적인 매력을 상당 부분 발휘했을 것이다.’이건 순전히 개인적 판단이기는 하지만, 그‘순수함’이 아쉽게도 그녀에게는 미묘하게 작용한다. 조금만 긍정적인 탄력을 받으면 더욱 진가를 발휘하지만, 조금만 어울리지 않는 탄력을 받으면 오히려 손해가 나는 결과가 빚어진다. 2003년도작 <오오쿠> 같은 작품이 전자의 예라면, 2004년도작 <소방대원 코마치>가 후자의 예다. 그건 날고 기는 미녀 여배우들 속에선 그녀의 외모가‘보통’이라는 한계 때문이다. 사랑스런 캐릭터를 입으면 본래의 외모보다 한층 상큼하게 보이는 그녀지만, 어딘가 사랑할 수 없는 캐릭터를 입으면 그저 못난이 인형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은 그녀의 주무대인 스크린 작품에서도, 개인적 호감도에 비교적 잘 들어맞고 있다. 1999년, 데뷔 영화인 <오사카 이야기>로, 그녀는 많은 신인상을 휩쓴‘신데렐라 걸’이 되었다(‘신데렐라 걸’은 <스마스마>에서 그녀를 표현한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국내에선 쉽게 접할 수 없으니 일단 논외로 하자. 2003년도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그녀는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세월이 흘러도 도무지 잊혀지지 않는, 멋진 여자로 다가왔다. 그녀가 맡은‘조제’때문이다.‘조제’는 세상 이치를 너무 금방 알아 버린 삐딱한 인물이지만, 기본적으로 순수함을 내장한 여자다. 똑똑하고 사려 깊은, 그‘조제’라는 사랑스런 캐릭터 덕분에 이케와키 치즈루도 사랑스런 배우로 등극했다.
그녀의 이상적 이미지를,
영화에 좀더 적용해 보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스트로베리 쇼트 케이크>는 작품적으로나 그녀에게나, 더할 나위 없이 환상적인 궁합이었던 영화들로 꼽을 수 있다. 2000년도작 <금발의 초원>은 이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 외 2004년도작 <오늘의 사건사고>, 2006년도작 <나이스의 숲>, 그리고 (서두에 호들갑을 떨었던) 2008년도작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 같은 경우, 나쁘진 않지만, 어딘가 부족하거나 아무런 느낌을 주지 않는다. 한편, 개인적으로 몹시 좋아하나 이케와키 치즈루를 생각하면, 왠지 손을 들어주고 싶지 않은 영화가 <누구를 위해>다. 굉장히 현실적인 캐릭터지만, 마음이 가지 않는 그 캐릭터 속에, 이케와키 치즈루는 평범하게 시들어 있다. 물론, <20세기 소년 제1장 강림>을 비롯해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은 그녀의 많은 영화들이 있다. 주로 작년에 일본에서 개봉된 작품들로, 개인적으로도 보고 싶은 영화들이다(사실 그녀의 드라마 작품들 상당수도, 국내에선 아직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배우가 작품을 선택하는덴 수많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이미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어느 정도 경험한, 이 29살의 여배우는 역할의 비중을 따지지 않는 겸손한 자세로 일본 영화계를 든든하게 지켜오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매력’운운하는 것이 철부지 같이 느껴지지만, 그녀가 자신만의 매력을 올바르게 찾아가며 장수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최근 그녀를 트렌디 드라마의 주연으로 볼 수 없는 건 왜일까, 영화에서의 단역 출연이 사실 주연 제안이 드물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개인적 기우는 이런 조바심 까지 일으키고 있다.‘외모와 연기력을 갖춘 일본의 여배우들이 오늘도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케와키 치즈루, 살은 제발 찌지마!’다행히도, 인터뷰에서 만난 그녀는 살짝 뱃살만 있는, 뽀송뽀송 동안(童顔) 배우였지만 말이다.
* 다음은 <오이시맨>으로 만난, 이케와키 치즈루와의 공동 인터뷰를 간추린 내용.
<오이시맨>에 출연한 이유는?
처음 제의를 받으며 읽었던 1고와 실제 영화로 완성된 시나리오와는 내용이 많이 달라져 있다. 수정이 많이 됐다. 어쨌든 1고를 받았을때 그 원안을 쓴 분이 내가 좀 알고 지내는 사람이라 친근감을 더 갖게 됐다. 평소에 그 분의 성격이라든가 캐릭터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분의 실제 체험이 반영이 돼서 이런 책이 됐구나 같은 것을 생각하면서 굉장히 재밌게 봤다. 그래서 출연을 결정했다.
원안자가?
김C다.
서로 어떻게 교류가 생긴 건가?
한국에 올 때마다 영화사 분들이 밥을 많이 사주었다. 그 식사하는 자리에 정말 많은 분들이 왔다. 새로운 분들이 계속 참가해서 아는 분들이 생기곤 했는데, 그중 한 사람이 김C다. 김C는 처음 봤을 때 내 영화를 다 봤고, 팬이라고 말해주더라. 그분의 음악 CD도 받고, 식사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는데, 지금까지 한국에 온 6번 가량 동안, 그와는 매번 만났었다.
1고랑 많이 달라져서 혹시 실망했나?
아니다. 중간에 나는 일본에서, 감독님은 LA에서, 서울로 와서 둘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간 부분도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변화된 부분이 있는지 알고 갔기 때문이다.
한국에 왔을 때, 일 이외에 여행해 본 적은?
지금까지 주로 일로만 한국에 와서, 항상 호텔과 취재 장소를 왕복했다.
오이시맨이라는 제목이 약간 모호한 느낌이 드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이 제목으로 가도 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 제본도 안된 시나리오를 읽었을때 그랬는데, 막상 읽어보니까 굉장히 깊은 얘기를 담고 있었고, 코믹한 영화는 아니었다. 제목과 그 내용 차이에 좀 놀랐다. 나 자신도‘오이시맨’이란 제목에 어떤 뜻이 담겨있는지 설명하기는 모호한 부분이 있는데, 그냥 그 모호한 채로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대사가 있었다. 남자 주인공이 홋카이도의 몬베츠에 와서,“그냥 흘러가는 유빙을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그건 아마 청춘이라는 힘든 시기는, 그걸 지나치는 당시에는 몹시 고통스럽기에,‘시간이 약이다’라는 것을 느끼고 싶어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게 그냥 흘러가버렸으면 했던, 힘든 청춘의 시기가 있었나?
영화를 굉장히 깊이 있게 봐주신 거 같아 좀 놀랍다. 지나갔던 세월을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일들이 떠오른다. 내가 사는데 있어서 넘버원으로 꼽는 게 일이기 때문에, 일을 하는데 있어서 힘든 점들은 여러가지로 많았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안되는 부분들, 예를 들어 감독님이 계속 NG를 낸다든가. 그렇게 도저히 답을 찾지 못하고,‘왜 이렇게 생각대로 안될까’하며 힘들어 했던 적은 있다. 근데‘청춘’이라고 생각하고 보면...음...청춘에 국한하지 않고서도 실연을 하면 그때는 정말 괴롭다. (웃음) 근데 요즘에는 일에서 힘든 일이 있거나 실연을 당하더라도,‘시간이 약이다’라는 생각으로 흘려보낼 수 있게 됐다.
본다고 보는데, 아직 당신의 작품들을 다 보진 못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당신에게 여러모로 분기점이 됐던 작품들로는 뭐가 있나.
찾아보면 몇 개가 있을 것 같은데, 일단 한국 분들이 나를 처음으로 알게 된, 한국에서 나를 알릴 수 있었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나에게 있어서도 큰 분기점이었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조제’가 있었던 덕분에 그 다음 내 출연작들도 한국에서 상영될 수 있었던 것이고, 이번처럼 한국 영화에 한국 스태프들과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오이시맨>에서 맡은‘메구미’처럼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좀 덜 받는 편인가.
스트레스는 좀 받는 쪽이다. 집에 오면 피로감이 몰려온다고 할까. 친해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지만, 그래도 많은 감정들이 거기에 소모된다.
‘메구미’와 실제 모습과는 얼마나 다른가.
‘메구미’와 비교하면, 나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하지만 하루를 마쳤을 때 술마시고 스트레스 푸는 면은 닮았다.‘메구미’는 혼자 자신의 외로움을 계속 견뎌야 하는 환경에 있지 않나. 나 같은 경우는 외로움이나 고독을 느꼈을때 그걸 좀 견디기 힘들어 한다. 그래서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다고 느낄땐 한밤중에도 느닷없이 친구에게 전화를 걸기도 한다. 그런 좋은 친구들이 있다. 그런 면이‘메구미’하고는 환경적으로 다른 것 같다.
벌써 활동한지 10년이 넘었다. 초창기 가졌던 좋은 연기나 배우에 대한 생각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나.
실제 경험들이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보완이 될 수 있다는 건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됐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은 건, 물론 내가 연기의 완성이 된 건 아니지만, 그 인물을 산다는 것, 자연스럽게 연기가 배어나오게끔 그 인물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얼마나 중요한지를 더욱 더 절감하게 됐다.
<오이시맨>과 더불어 2월에 한국에선 당신의 또다른 출연작 <블레임: 인류멸망 2011>이 개봉한다. 거기 남자 주인공인 츠마부키 사토시와 오랜 만에 만났는데, 소감이 있다면?
상당히 어른스러워 졌다. 관객들은 영화를 봐서 어떨지 모르겠는데, 내 경우 꽤 오랜만에 본 거였다. 굉장히 남자다워졌다고 느꼈다. 그걸 전했더니,“그럼 옛날에는 내가 얼마나 한심했다는 거야?”하고 말하더라. (웃음)
반대로 그가 해준 말은 없었나?
없었다.
<스트로베리 쇼트 케이크>때 방한했던 것보다, 더 어려진 것 같다. (웃음) 자신이 생각하는, 여배우의 아름다움이란 뭐라고 생각하나.
개인적으로‘여배우’는 예쁘건 예쁘지 않건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랬기 때문에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꿈을 어렸을 때부터 키우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서 만약 아름다움을 내걸고 있는 배우라면, 그걸 유지하기 위한 갖가지 노력들이 필요하겠지만, 나 스스로는 그걸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진 않다고 생각해서, 특별히 노력하는 점은 없다. 오히려 나 자신은 미의식이 약간 결여돼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09년 2월 19일 목요일 | 글_S(무비스트)
2009년 2월 19일 목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