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속 전지현을 본(볼)사람들이라면 스크린 속 그녀의 얼굴에도 희미한 ‘주근깨’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만나보니 오른쪽 뺨 위에 몇 개의 ‘잡티’만이 전지현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것 같았다. (사실 인터뷰 중간에도 ‘저도 인간인데……’하는 솔직한 발언이 나온다. 순간, 감동했다) 규칙적인 운동이 인간의 근육을 얼만큼 아름답게 빛낼 수 있는지는 9센티 힐 위로 쭉 뻗는 다리라인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이번 영화를 끝내고 헬스클럽과 집만을 오간 사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첫마디로 “운동, 정말 열심히 하셨네요”라는 다소 쌩뚱맞은 대답으로 “안녕하세요~'라고 들어오는 전지현의 반가운 인사에 찬물(?)을 끼얹은 필자의 실수는 정우성과의 화기애애한 인터뷰중간에도 터졌다. “아…저는 이렇게 생각해서 이 장면을 저렇게 느꼈는데, 그럼 감우성씨의 생각은……헉!”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터트린 사실을 고해하는 이유는 백만 불짜리 미소를 보이며 “그럼, 감우성씨한테는 정우성이라고 하시면 안돼요~”라고 웃어넘기는 그의 여유로움에 반해서라기 보다는(설마 이름을 잘못 말했다고 날 죽어라 째려 볼 배짱 좋은 배우가 몇 명이나 있을라구!) 각자 진행된 둘의 인터뷰 내용이 계속된 인터뷰로 지칠 법도 한데 너무나 정성이 듬뿍 담긴 진솔함이 가슴으로 와 닿았기 때문이다.
솔직해지자. 제대로 교육받은 멘트와 계속된 인터뷰로 너무나 지친 나머지 자신의 피곤함을 역력히 들어내는 배우들이 없지 않음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들의 프로필이나 필모그래피를 나열하기엔 정우성과 전지현은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존재들로 오랜 시간 대중들과 함께했다. 그 시간만큼이나 질리지 않는 ‘매력’은 그 둘을 스크린에서 처음으로 조우하게 만들었다. 그들과 각자 나눈 ‘따로 혹은 같은’ 인터뷰를 공개한다.
전지현: 네. 어떻게 재미있게 보셨나요?
편집이 인상 깊었어요. 화면이 나뉘는 것도 그렇고. 뻔한 스토리로 흘러가지 않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유위강 감독님다운 화면미도 아름다웠구요. 그래서 첫 번째 질문이 그거예요. 시나리오는 곽재용 감독님이 쓰셨잖아요. 유감독님이 아닌 곽 감독님이 연출했다면 어떨 것 같아요?
전지현: 뭐..각자의 스타일이 있는 거죠. 처음 받아봤던 시나리오하고, 그리고 영화를 찍었을 때의 느낌하고 영화를 기다리면서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내가 저런 영화를 찍었었나?’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너무 달라졌거든요.
사실 왜 달랐냐면 우선 곽재용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쓰셨고 직접 메가폰을 잡기로 하셨지만 결국엔 유감독님이 하기로 되면서 그분만의 스타일로 시나리오가 수정이 됐어요. 그 뒤로 네덜란드에서 현지로케로 진행되면서 거기에 맞는 상황들로 수정되고 시나리오들이 조금씩 바뀌었죠
아 맞아요. 원래는 스톡홀름이었는데, 암스테르담으로 바뀌었다는 소리는 들었어요.
전지현: 네. 그래서 영화의 전체 흐름이 전반적으로 바뀌었어요. 감독님이 틀려짐과 동시에. 사실 느낌도 느낌이고 내용면에서도 그렇고 많이 달라졌겠죠.
정우성: 그리고 곽 감독님의 시나리오는 영화로 나온 것보다 훨씬 무겁고 어두웠어요. 그 무게감이 굉장히 컸어요. 그리고 로케이션 역시 한국이라는 설정이 되어있었구요. 아무래도 ‘킬러’라는 직업이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직업이잖아요.
총을 겨누는 사람이 대학로에 앉아있는 혜영을 지켜보고..그럼 정말 이상하니까.(웃음) 홍콩 감독님이 결정이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로케이션도 그런 모습이 어울릴만한 지역을 찾게 됐고, 감독님이 네덜란드로 결정을 하시고, 혜영의 캐릭터도 당위성을 가질 수 있는 게 네덜란드가 한국아이들을 가장 많이 입양하는 나라더라구요.
사실 전지현씨가 하길 은근히 바랬어요. 늘 ‘영화같이 하자’ 라고 얘길 했었고. 전지현씨가 한 캐릭터로 너무 긴 시간 각인화되는 건 배우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요. <엽기적인 그녀>는 넘어서야 하니깐요.
그럼 본인은 어떤 작품을 뛰어 넘어야 된다고 생각하는지?
정우성: (긴 침묵)저는 정우성을 뛰어 넘어야죠.(웃음) <비트>의 ‘민’을 많이들 얘기하시잖아요. 각인과 시키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그건 내 것임엔 틀림없고, 좀더 발전된 모습으로 성장시키려고 노력을 했죠.
<데이지>는 전지현씨 연기인생에서 어떤 의미인가요? <여친소>이후 2년 만에 복귀작인만큼 신중함이 느껴진다.
전지현: 사실 작품을 결정할 때마다 별다른 의미를 두진 않아요. 욕심 같아서는 하는 작품마다 대박 났으면 좋겠고,(웃음)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으면 하고. 제 영화지만 재미없으면 저도 안보거든요. 영화를 찍고 나서 스스로 보기에도 다시 보고 싶은 영화였으면 좋겠고…그렇지만 그런 거에 의미를 두면 끝이 없구요, 사실 배우와 작품이 만나는 건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운명적인 느낌이 있거든요.
<데이지>속 ‘혜영’은 많이 끌리는 역할은 아니었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한국 시나리오를 받았기 때문에 남자들의 영화였고, 그 사이에 끼인 여자였는데 제가 느꼈을 때는 특히 제가, 어떻게 보면 정말< 엽기적인 그녀>나 <여친소>를 통해서 이 젊은 사람들의 감성을 잘 담아내고 있다고 나름 생각하고 있던 배우가(웃음) ‘이 여자는 왜 이렇게 우유부단하고 누굴 사랑하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답답했어요.’ 근데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여러 상황들이 바뀌면서 제 스스로 ‘혜영’의 역할을 구축해 나가게 된 거죠.
그래서 <데이지> 같은 경우는 기획력이나 유위강 감독님, 그런 부분에 끌렸죠. 작품을 결정하는 기로에 있어서 제가 가지고 있던 큰 착각들, 예를 들어 저는 매 신마다 호흡을 같이 해야 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모두 쏟아야 뭔가 한 것 같았고 그래야만 되는 줄 알았어요.
근데 <데이지>가 저한테 오는 순간 이건 ‘내껀 아닌데..’그렇지만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제가 ‘혜영’을 맡게 된 것도 운명이거든요. 그런 착각들이 작품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기로가 되면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의미로는 전지현씨의 고정이미지에서 탈피한 느낌이 든다.
전지현: 노력하진 않았어요. 사실 저한텐 ‘혜영’자체가 숙제였죠. 사실 남자 둘에 여자 한 명은 뻔한 스토리 일수도 있고, 여자 배우가 좋던 싫던 그 여자배우를 중심으로 그 이야기가 전개되는 게 크잖아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혜영’이란 인물이 가지고 있는 답답함을’ 어떤 공감대로 풀 수 있을 것인가’가 배우로서 숙제였는데 역할을 중심으로 상황을 풀어나가면서 그 상황에 자신을 맞추기 마련이거든요. 배우는.
저는 좀 답답한 스타일이라 저만의 뭔가를 찾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세상의 모든 만물은 우연과 필연으로 이루어진 존재의 열매’ 라는 말이 많이 와 닿았어요. 제가 맡은 캐릭터는 영화 속 상황을 중심으로 거꾸로 캐릭터를 파고들어가니깐 답이 보이더라구요. 그런 부분들이 전작들하고 좀 달랐던 건데 특별히 제가 노력을 했다기보다 ‘내가 (이런걸) 해왔기 때문에 할 거야’란 의도는 없어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 어떤 운명 같은 느낌으로 작품을 만나고 싶지 어떤 계산에 의해서는 싫어요.
관객들이 보기에 배우의 그런 의도내지는 다짐을 보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고정적인 이미지로 재해석하긴 할거다.
전지현: 어제 시사회 후에 어떤 기자 분이 세 명이 만나는 장면에서 ‘전지현’은 안보이고 ‘혜영’이 보이더라 그러시던데 그러면 돼요. 저보다도. 방금 지적하신 것처럼 전지현이 가지고 있던 기존영화의 이미지들은 의도하지 않은 편견일수도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싶지만 영화를 보시는 순간만큼은 ‘혜영’이었으면 좋겠고. 사실 상대배우와 영화의 이야기 속에서 전지현이란 배우가 호흡할 수 있는 부분은 부족했어요. <데이지>가 제게 그런 과정 단계였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기에 만족해요. 이번 영화는.
그렇다면 정우성씨는 운명을 믿으시나요? 사실 영화의 내용이 운명적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들인데..
정우성: 많이 믿게 되요. 작품을 만나는 것은. 어느 정도 운명은 주어졌지만 결국엔 내가 어떻게 해야 결정된다고 보거든요. 운명이 나에게 얼마의 도움을 주는 건 기본적으로 같다고 보구요,예를 들어 운명적으로 주어진 돈이 있다면 관리는 자신이 해 나가는 거죠. 운명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고 믿어요.
어제 시사회에서 완성된 영화를 보고 솔직히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정우성: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단 더 멋지게 나온 것 같아요. 그래서 무척 기뻐요. 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스스로 모르듯이 <데이지>가 어떤 매력으로 표현될지 궁금했거든요. 하지만 ‘박의’ 자체가 사랑을 표현하는 용기는 없지만 굉장히 큰 사랑을 한 사람인 것은 틀림없어요. 그 사람을 담아내기 위해서 노력했고, 여러분에게 잘 전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정우성: 꽤 있었던 것 같은데…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이뤄지죠. 그런 것들은. <데이지> 촬영할 때는 카메라 앞에서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전반적인 느낌이 굉장히 자유롭고 ‘내 마음대로 한다’ 란 기억이 많았어요. 그래서 한 에피소드만 기억이 나질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첫 촬영 때 내가 생각했던 ‘박의’와, 기존에 없었던 신이 들어가면서 연기할 때 혼선이 있긴 했지만 그 인물을 표현하고, 나타내는데 굉장한 확신이 있었거든요. 모니터링을 거의 하지 않아도 불안함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고. 특히나 유감독님이나 제 스타일이 촬영장을 놀이터로 생각하고 즐기는 편이죠.
유감독님하고의 작업은 어떠셨나요?
정우성: 굉장히 섬세하고. 감독이 카메라를 통해 나를 보고 있다는 사실에 굉장한 안도감을 느꼈어요. 직접 촬영을 하시니깐. 묘한 교감이 되게 느껴지면서 카메라를 배우고 싶단 느낌을 들게 해주시더라구요. 아까 인상 깊다고 말한 탁자 짚는 것 같은 건 현장에서 느끼는 대로 나도 모르게 연기가 되는 경우였어요. 감독은 모니터로만 보고 있었다면 그런 즉흥적인 연기를 바로 표출 못했을 것 같아요. 영화 속에서 문이 열리고 혜영의 쪽지를 줍는 장면은 그냥 한 거거든요. 유감독님은 그걸 쭉 보고 있다가 관찰하면서 담아내죠.
배우임과 동시에 감독을 꿈꾸기에 더 와 닿은 게 아닐까요?(웃음)
정우성: 그럴 수도 있구요. 물론 감독을 꿈꾸고, 그 사람의 방식, 데이지 현장에서의 새로운 스타일의 경험들을 주의 깊게 관찰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연기를 할 때는 배우일 뿐이거든요. 아마 유위강 감독님이랑 연기 하는 배우들만이 맛볼 수 있는 감정일거예요.
사실 영화가 완성되고 나서 개봉이 많이 늦춰졌다. 영화를 찍고 있는 중이나 막 끝났을때 ,이렇게 시간이 지난 후의 느낌이 다 틀릴 텐데 영화 찍고 보니깐 자신이 연기한 ‘혜영’과 ‘전지현’ 자신 사이에서 어떤 공통점이 느껴지는지 궁금하다.
전지현: 어떤 연기를 하건 저를 떠나고서는 어떤 캐릭터가 완성이 될 수는 없죠. 그리고 아니어도 저한테 억지로 맞출려고 하고. 그래야만 진실된 연기가 되니깐 그렇게 보여야 되니깐. 그래서 저 스스로에게 납득이 될 수 있는 이해가 되는 상황을 먼저 생각해요. 그렇게 봤을떄 혜영의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이해가 되고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요.
사실 영화 초반에 ‘박의’라는 캐릭터가 약간의 스토커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그런 면에서 ‘박의’는 정우성의 어떤 면을 닮았나요?
정우성: 표현방식은 ‘정우성’스러웠을꺼예요. 하지만 ‘박의’가 가지고 있는 사랑은 많이 다른 것 같고.(긴침묵) 정우성은 사랑 받길 원하고 ‘박의’는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죠.
음..그러고 보니 질문의 순서가 바뀌었네요. 전지현씨와의 첫 영화라는 게 믿겨지지가 않아서요. 언제나 쭉 같이 있어왔던 느낌이랄까?
정우성: 그러니깐요.^^
하지만 잘 어울려요. 오누이 같다가도 연인이란 사실이 어색하지 않거든요. 서로 캐스팅된걸 알았을 때 어땠나요?
정우성: 영화 찍기 전에는 물론 그런 생각을 전혀 안했구요. 찍고 난 다음에 개봉을 앞두고 ‘정우성과 전지현에 대한 광고 이미지들과 연관된 시선들이 영화를 지켜보고 있구나’ 란 생각 때문에 그 시선이 되게 부담스러웠어요. 제가 먼저 ‘지현이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그랬거든요.
그럼 먼저 캐스팅 되신 거예요?
정우성: 아마도 시나리오를 가장 먼저 읽은 사람일걸요?(웃음) 영화기획전에 훈탁이 형이, 아니 정훈탁 대표가 ‘이 시나리오 어떤 것 같아 한번 읽어봐 줄래?’ 하고 줬어요. 읽자마자 ‘이거 영화 만들자!’그랬어요. 박의가 하고 싶었고. 그러고 나서 기획이 빠르게 진행되었어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킬러가 유일하게 어울리는 남자배우인 것 같다. 총격신의 난이도를 봐서는 많이 다쳤을 것 같아요. 등으로 누워서 밀고 나가면서 총을 쏘는 장면에서 특히.
정우성: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음)등이 까지거나 다치진 않았어요. 예전에 여러 액션이 들어간 영화를 하면서 받은 훈련 때문에 어느 정도 소화를 할 수 있게 몸에 기억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정우성: 슬픔을 안고 살아야 되는 게 삶이잖아요. 아무리 큰 슬픔이 있어도. 그 슬픔은 다른 어떤 사랑이 치유해줄 수도 있는 거고.
전지현:처음 시나리오다 다르고 배우와 감독들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면서 바뀌고, 편집하면서 또 바뀌어서 그런 식으로 공을 들인 작품이라 결론적으로 말하면 ‘충격’ 때문이라고 보시면 되요. 또 눈빛과 행동으로 연기하는 게 감정의 폭이 넓어서 재미있기도 했구요. 그런데 되게 재미있게 보셨나 봐요. 세세하게 기억하시네요.
그럼요. 특히 커피 뽑으려고 돌아서서 우는 장면에서 특히 감동받았어요.
전지현: 아. 제가 봐도 그건 잘했더라 구요. (우하하) 사실 걱정 많이 했어요. 감정신은 글쎄요, 다른 배우들하고 많이 작업해 본 것도 아니고 솔직히 말씀 드리면 저도 사람이고(^^)간단히 눈물연기를 하게 되거나 어려운 장면을 연기할 때 어떻게 해야 되나 막막한 상황은 있어요.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나 못하겠어!” 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래도 난 배우니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날 지켜보고 있는데 사실 어떨 때는 그 부담감에 떠밀려서 할 때도 있거든요. 솔직히 “아..나 몰라. 그냥 해버릴래.” 그래요. 가끔은.사실 ‘연기에는 최고 왕도가 없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누구처럼 잘해보고 싶다.’,’누구처럼 될 거야’ 그런 것도 없구요. 전작들을 생각해보면서 ‘그때 어떻게 했었더라?’그러면서 연기를 하는 거죠.
내가 이 한 순간만 연기할 배우는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더 나이가 들어서 지금 이순간을 생각한다면 내 전작이 나의 스승이 될 수도 있겠다.’ 란 생각을 해요. 내 자신에게 인정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있거든요. 가끔 안타까울 때도 있어요. 순수한 마음으로 연기에 다가갔던 느낌이 지금은 많이 없어졌을지도 몰라요.. 저는 지금도 진행 중이니까. 그런 데서 힘을 얻긴 하지만. 하하.
특히 장면이 세 개로 분할되는 장면에서 정우성씨가 하는 연기 표정연기 등돌려서 탁자 짚는 신이 가슴에 와 닿았다. ‘저건 경험하지 않고서야 저 정도로 표현할 수 없어!!!’할 정도였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베스트 샷으로 뽑지 않을 까란 생각이 들 정도다.
정우성: (웃음) 아마 성재형이나 전지현씨도 그렇고 그 신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 영화가 얘기 하려고 하는 감정의 엇갈림이 그 장면에 다 담겨 있으니깐. 사랑에 대한 아픔에서 우러나온 연기 일수도 있죠.
영화라는 게 시간의 순서대로 찍는 시스템이 아무래도 힘들기 때문에 감정을 이끌어 내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특히 사랑에 대한 감정처리에 있어서는.
정우성: 첫 촬영 같은 경우에는 영화 중반부에 삽입된 혜영에게 데이지 꽃 빌려달란 말을 듣고 “아, 그럼요.” 그러는 장면을 찍었는데 그 신은 시나리오를 각색하면서 새롭게 추가된 신이었어요. 그리고 보트에서의 ‘박의’의 모습들과 그 곳으로 혜영이 찾아왔을 때, 그 모습 전체가 원래 생각하고 있던 원래 모습엔 없었거든요. 거기서 만들어나갔어요. 굉장히 불확실함을 가지고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죠.
감독님에게 물어봐야 하는 질문일지도 모르지만 캐릭터이름이 외자다. 남자들인 죄다 ‘박의’, ‘정우’다. 어떻게 해석하고 다가갔는지 궁금하다.
정우성: ‘박의’라는 이름설정은 꺾지 못할 신념 같은 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이름에 내포하고 있는 느낌이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선택한 사랑도 그렇게 우직하게 지킬 수 있었던 것 같고. 정우는 이름에서 주는 느낌 그대로 좀더 ‘혜영’ 앞에 설 수 있는 부드러운 느낌을 받았구요. 혜영은…모르겠어요. 아마 곽재용감독님이 그런 이름을 좋아해서 그렇게 정하지 않았을까요?(웃음)
마지막으로 차기작에 대한 계획을 묻고 인터뷰를 마치겠다.
전지현: 많이 부족한 배우고 누군가 저를 많이 이끌어줬으면 좋겠어요. 아까 어떻게 보면 상대배우와 영화전체의 스토리와 호흡하는 게 부족할지도 모른다고 했었잖아요.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감독님이나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그릇에 저를 담아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도전하고 싶어요.
정우성: 아직 한달 정도 촬영분량이 남은 <중천>이란 영화로 인사드릴 것 같은데요? 장르는무협 판타지 멜로물이구요, 이번 영화에서도 사랑이란 감정에 깊숙이 들어가는 역할이에요.
그러고 보니 인터뷰 내내 감독 데뷔작에 대한 궁금증이 가시질 않는데 언제쯤 볼 수 있는지?
정우성: 진짜로 올해는 안 넘기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웃음) 어떤 장르인지도 저 역시 막연해요. 제가 기억하기로 처음으로 뮤직 비디오를 찍었을 때 막연한 느낌이 굉장히 재미있게 각인되어 있거든요. 한가지 확실한 건 시나리오 상상할 때 그 안에 연기 하는 배우는 틀림없이 ‘정우성’이란거죠.
다음 번에는 배우가 아닌 감독의 입장에서 인터뷰하게 되길 바란다.
정우성:그날이 빨리 오기를 저도 바라겠습니다.
각자의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검은 옷의 두 배우가 훨씬 캐쥬얼한 의상으로 갈아 입고 층계를 내려오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장난스럽게 농담을 주고받는 그들의 모습은 남녀관계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어울림’으로 짧은 순간 그 공간의 모든 시선을 사로잡았다. <데이지>속 그들의 사랑은 비록 어긋났지만 현실의 그들은 사랑보다 더 단단한 신뢰로 아름답게 빛나는것 같았다. 더불어 현실에서 행복한 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도 마냥 반짝거렸다.
취재_이희승 기자
사진_권영탕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