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로’는 코믹배우로 요즘 한창 주가 상승 중이다. 그도 인정하다시피 대중은 아직 김수로에게 웃겨주는 연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일까? 그와의 인터뷰는 농담과 우스갯소리가 절로 나오는 유쾌한 자리일 것이라 단단히 착각을 해버렸다. 약속 장소에 나타난 김수로. 그의 검은 슈트에 어울리는 빨간 넥타이는 ‘흡혈형사 나도열’의 이미지 위에서 맴돌지만 그 안에 단단하게 감춰져 있는 근사한 실루엣은 준비 없이는 어디든 섣불리 나가지 않는다는 배우로서의 옹고집이 엿보인다.
사실 이날 인터뷰는 매우 즐거운 분위기였다. 그러나 글에서 만큼은 아마 김수로의 코믹이미지와는 상반되는, 그의 대답을 들을 것이다. 영화 <흡혈형사 나도열>은 기존에 보아왔던 코미디와는 다른 굉장한 무언가가 있는 영화다. 웃기지만 어설프게 웃기지 않는 진중함이 묻어 있는 이 작품에서 관객의 오감을 훔치는 흡혈배우로 거듭난 김수로는 질문과 대답의 행간 사이에서 허투룬 말 한마디를 건네지 않았다.
김수로:(이하 수로): 한국 사람들은 나누는 것 무지 좋아하는데 나는 별로 구분하고 싶지 않다. 단독주연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주연은 뭐 <재밌는 영화> 때부터 했으니까.
경희: 흡혈귀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찬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읽었을 때. 첫 느낌은 어떠셨나요?
수로: 워낙 내 개인적으로 독특한 영화를 좋아하니깐, 실은 대본보다는 ‘이시명’감독이라는 것 때문에 무조건 믿음이 가서 하려고 했다.
경희: 독특한 영화라 하면?
수로: 너무 독특해서 이해가 안가면 모르겠는데, 일단 공감대가 형성이 되고 또 많은 관객들이 대체적으로 즐겁게 볼 수 있는 그런 종류의 독특한 영화라고 할까. <흡혈형사 나도열>이 그런 영화일 듯하다.
경희: 장르구분 없이 대중성과 독특함이 있는 영화라면 무조건 OK?
수로: 그렇다.
경희: <흡혈형사 나도열> 감독이 이시명(‘2009 로스트메모리즈’ 감독)이라는 사실을 알고 캐스팅을 수락했다고 했는데 그전부터 감독과의 친분관계가 있었나요?
수로: 그전에 <투캅스2>에 단역으로 내가 출연했을 때 이시명 감독은 연출부에 있었다. 그 당시 대화를 나누거나 가까워진 사이는 아니었다. 그 뒤로 소문으로 좋은 갇독이 있다라는 얘기를 주위에서 아름아름 전해 들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이시명 감독이었다. 이렇게 빨리 좋은 감독을 만나서 작업하게 될 줄은 몰랐고 나에게 있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경희: 김수로씨도 좋은 배우이기도 하시잖아요.
수로: (눈 귀엽게 흘기며) 아잉~~
경희: 김수로에게 대중이 기대하는 이미지는 주로 ‘코미디’다. 그러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모 가수의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멜로 연기는 무척 인상 깊었어요. 정통연기에 대한 욕심도 슬슬 부려볼 위치가 됐다고 보는데...
수로: 그런 기회(연기)는 자연스럽게 오리라고 본다. 일단 많은 관객들이 나에게 코미디를 더 원하니깐. 그런데 그런 관객들의 기대를 외면한 채 내 이기주의적인 마음으로 상업적 포장을 한다면 사람들에게 실망만 안겨 줄 것 같다. 코미디가 주고 그 사이 사이에 천천히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시간을 두과 봐야지 급변하는 김수로의 모습을 관객들이 원하지 않는다.
경희: 아직 팬과 관객들은 당신에게 코미디를 더 원한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받아들인 건가요?
수로: 아직까긴 그렇다. 그런데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부터는 코미디 영화 출연 확률을 줄여나가면서 다른 연기영역과 재미에 신경을 써볼 계획이다.
경희: 한국영화에서 처음으로 괴상한 캐릭터가 튀어나왔다. 바로 흡혈형사. 설정부터 너무 튀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연기 포인트나 호흡을 조절하는 게 촬영당시 무척 중요했죠?
수로: 맞다. 워낙에 튀는 주인공 캐릭터라 그것을 뒷받침 해주는 조연 캐릭터들이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독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손병호’ ‘천호진’ ‘오광록’ 이라는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로 주변을 꾸려나가 이 영화가 잘 되겠다 싶었다. 아무래도 막 웃기는 코미디보다 상황적인 코미디나 기본에 없던 새로운 코미디를 보여주려고 주력했다. 그 전 한국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던, 천장 걸어다니기, 천장 기어다니기 등등, 이런 영상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깐.
좋은 배우들이 이 영화에 포진돼 있어 영화가 질적으로 수준이 확 높아지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든다. 내 상대역인 ‘조여정’씨도 영화 속에서는 새로운 캐릭터다. 그런 인물들을 통해서 새로운 영화에 맞는 기본적 안정성을 취하며 새로운 인물을 통한 새로운 영화에 대한 도전이다. 뭐 이런 식으로 생각했죠(허허)
수로: 누가 그래요?(허허) 급변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 내가 영화를 볼 때, 좋아하는 배우가 완벽하게 연기변신을 하면 좋은데, 조금 미숙하게 변하면 마음이 좀 아프다. 급변하지 않고 서서히 변하면서 어느 새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온 그런 배우들을 좋아해서 내 스스로도 그렇게 되려고 한다. 그래도 뭐 내 취향 자체가 상업적인 거는 분명하다. 많은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 여기서 조끔 욕심을 내는 게, 상업적이지만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상업적 코미디, 상황적 코미디가 아닌 그런 건 굉장히 피하고 싶다.
경희: 상업적 코미디라면 졸속 기회영화 또는 의도적 속셈이 있는 코미디영화를 지칭하는 건가요?
수로: 웃겨서 어떻게든 돈을 벌겠다는 영화보다는 재미있고 좋은 영화로 돈을 벌고 싶은 욕심이 센 거죠.
경희: <...나도열>에 대한 질문을 미처 하지 못했네요. 워낙 재기발랄한 영화라 감이 잘 안 와요.
수로: 보통은 보통의 형사가 흡혈모기에 물려서 흡혈귀가 된다해도 정상적인 이야기 구조죠? 그런데 비리를 같이 저질렀던 동료형사가 나중엔 악으로 변하고 비리형사인 나는 악의 형사에서, 거기다 흡혈귀 악의 기운을 몸으로 받아들이면서, 더 큰 악이 되는 게 아니라 선이 된단 말이죠. 결론적으로 보면 기존의 룰을 다 깨는 영화다. 정상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비리형사가 흡혈귀가 되면서 정의롭게 바뀌어 가는 게, 그 정의로운 면이 사회구현을 앞장서 하려고 한 행동이 아니라 내 이기주의적인 걸로 일단 정의로워진다.
내 처한 상황을 타계해 나가고 내 파트너를 그쪽에서 살해하려는 것을 보고 내가 화가 나서 복수를 하는. 정희로운 흡혈형사 나도열의 탄생을 담은 작품이다. 그 탄생과정이 굉장히 힘들었다. 비리형사에서 또 사랑도 모르는 순진한 형사에서 사랑도 깨우쳐가고 비리에서 선으로도 깨우쳐 가고. 흡혈귀가 악의 상징인데 그것을 비틀어서 선의 상징으로 알맞게 만들어가야 하고, 이러다보니 기존의 영화적 룰에는 위배되는 캐릭터가 나왔고 영화도 마찬가지다.
경희: 나도열이 혹시 영웅이 되는 건가요?
수로: 결국엔 2탄부터는 그렇게 갈려고 하는 거죠. 일편의 마지막이 세상의 악들을 물리치고 세상 속으로 나가면서 끝나니깐.
경희: 2편 제작이 확실히 결정된 건가요?
수로: 2편 대본은 나 나왔고, 3편도 시놉이 나온 상태다. 중요한 거는 1편 관객이 300만은 넘어야 2판 제작이 들어간다는 거다^^;; 200만 되가지고는 2편 누가 보겠습니까?
경희: '흡혈형사 나도열'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고 싶다면 꼭 관객 300만 들어야 겠네요?(하하) 영화계에 데뷔했을 때 얘기 좀 해주세요?
수로: 단역부터 시작했다. 데뷔작은 <쉬리>고 영화를 첨 접한 것은 아까 말했듯이 <투캅스2>다. <쉬리>는 오디션 보고 붙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경희: 그 뒤로 계속 코미디 연기를 해오셨다. 자신의 본 모습과는 다른?
수로: 그래서 생활에서 조차 조끔 재미난 걸 이제는 많이 추구한다. 본능적으로 코미디를 공부를 하다 보니깐. 예전 연극할 때는 비극을 많이 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없어지지 않나 싶어 체크할 겸, <내 생애..>와 뮤직비디오를 살짝 건드려보면서 몸에 배어 있는 감성연기를 잃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뭐 사실, 몸에 배어 있는 게 금방 없어지겠습니까? 아직 미처 보여주지 못한 나만의 그런 연기들이 언젠가는 활짝 꽃피울 때가 올 것이다. 시기적인 문제라 본다. 시기만 맞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거라고 보니깐 기회를 보고 있다.
수로: 데뷔전부터 몸이 안 좋으면 배우가 안 된다고 봤다. 할리우드 배우들은 몸들이 다 좋지 않은까? 특징적으로 배가 나오고 뚱뚱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개성이고 다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 관리 하는 걸로 알고 있다.
결국 배우의 기본이라 생각하고 운동을 한 거고 거기서부터 출발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십몇 년 동안 운동을 계속 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배역을 맡을지 모르니깐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경희: 아까도 코미디 공부를 하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평소 책도 많이 보시나요? 근래에 본 책이 있으시면 소개 좀 해주세요.
수로: 많이 읽는 편이다. 적어도 좋은 건 안 놓치려고 하니깐. 요즘 관심있게 본 책은 소설 뭐 이런 건 아니고 ‘살바도르 달리’ 에 대한 화책을 읽었다. 달리의 그림들은 매우 남다르다. 달리의 삶, 화가적 성향, 이런 것들을 읽어보면서 내가 왜 이 달리를 좋아할까? 하는 생각까지 다다랐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독특함에서 일치하는 것 같다. 특별함을 추구하면서도 기본에 충실하고. 그는 일차원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해서 한 번 더 꼬아~. 이런 기본적인 것에서 발전해 나가는 생각들이 나하고 잘 맞는다.
경희: 한 번 접한 것은 자신의 연기에 다 응용하고 참고하시는 군요?
수로: 그러려고 노력하는 거다. 왜 예술작품을 보면 많은 분들이 공감을 형성하지 않는가? 왜 좋은지는 구체적으로 몰라. 연기도 마찬가지야 그 사람이 뭐가 좋고 뭐가 좋아, 이렇게 말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그냥 좋은 거거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런 호감을 받으려면 기본은 충실하게, 그 이후에 파생되어지는 것들은 건실하게 쌓아 나가야 된다. 책과 그림을 볼 때 그런 부분들을 보려고 한다.
경희: <...나도열>에서 김수로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나요?
수로: 이 작품은 계속 코미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서로에게 한 번 더 물어보면서 연기를 점검해나갔다. 본인이 흡혈귀가 되면 어떨까? 이런 질문을 하며서 말이다.
수로: (갑작스레)흡혈귀로 변하면 어떨 것 같나요?
경희: (당황해서리) 생각해 본 적 없어요. ㅜㅜ
수로: 어떻게 보면 정말 슬퍼요. 영생을 얻기는 하지만 좋은 영생은 아니다. 그리고 지금하고 있는 사랑이 이루어질지도 의문인 게고, 사실 안 이뤄진다고 봐야한다. 내 주변의 인간관계들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월의 무게에 눌려 다 떠날 것이고. 이런 부분들이 이 영화에 잘 드러난 것 같다. 여자친구에게 흡혈귀로 변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들을 코미디로 풀어나가지 않고 리얼하게 접근해 보았다. 라스트 씬에서 그런 아픔들을 고스란히 볼 수 있을 게다^^
경희: 영화 개봉시기가 참 적당한 듯해요. 요즘 흡혈문화가 여러 방송매체를 통해서 트렌드화 됐잖아요
수로: 그전에 물론 이 대본은 나와 있었는데 시기적으로 요즘 딱 들어맞았다. 방송에서 흡혈귀가 먼저 떴고 그게 대중적으로 오픈이 되면서 사람들이 흡혈귀에 대한 거부감 대신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이 영화는 그런 시기를 잘 간파하고 부담 없이 관객에게 다가설 수 있는 적절한 기회에 만들어졌다. 뭐 나올 때 됐으니깐 나온 것 아니겠어요? 앞서가면 관객이 들 드는 거고, 영화가 좀 모지라도 덜 히트하고. 시기와 때가 정확히 맞아야 관객이 많이 든다. 아마 이번 영화가 그럴 것이다.
수로: 대본 분석하고 작품 분석하고 인물 분석하고는 모든 배우들이 하는 거다. 나는 좀 거기서 틀린 게 느낌대로 하지 않는 거다. 나는 일단 분석을 다하고 다 종이에 적는다. 남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남들이 얘기해주면 받아들이고 분석을 다시 한다. 그런 과정이 보통 한 달 정도 걸린다. 이렇게 서면으로 결론적인 게 나오면 감독님한테 A4용지로 한 4~5장 건네 드린다.
그리고 의견조율을 시작한다. 감독이 1~7번까지는 좋은 데 8번은 자기 생각과는 다르다고 하면 다시 치열하게 의견을 교환해서 접점을 찾아낸다. 내 연기를 애드리브으로 많이들 보시는데 사실 에드리브가 아니라 대본에 다 미리 써놓은 거다. 물론 순간연기도 있지만 상황을 잘 분석하지 못하고 연기를 했을 경우, 나중에 찍어 논 걸 보면 작품이 틀어져 있더라.
경희: 연기력과 대중성 있는 배우로 지금은 성공하셨는데 예전 조연 생활의 애환이 기억에 아직 많이 남아 있을 것 같아요?
수로: 잘 될 거라고 생각하고 견뎠다. ‘당장은 힘들어도 앞으로는 잘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 힘든 게 정말 힘들게 느껴진 적은 사실 따지고 보면 별로 없다. 적어도 노력하지 않고 떡을 먹을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깐 그래서 들 힘들었던 것 같다. 지금 뒤돌아 생각해보면 그 힘든 시절이 나에겐 다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에 남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았으니깐.
경희: 혹시 김수로씨를 보고 배우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해주실 말은 없나요?
수로: 절대로 복권 당첨되듯이 기다리는 것은 옳지 않다. 뭘 사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늘 갈고 닦고 하면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그 안에서 또 고민해봐야 한다. 그 고민이 맞는지, 전혀 쓸데없는 따라온 고민을 한 건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한다. 주위 분들한테 조언도 듣고 해서 자기의 길을 좁혀 나가야 하는데, 하고 싶은 게 많다고 넓게만 보고 고민하면 길이 안 보이기 십상이다.
매일매일 노력과 고민을 하면서도 그게 정말 올바른 방법인가 체크해보면서 조금씩 그런 고민을 간추려야 한다. 무조건 노력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무지기수인데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자기보다 앞선 자들이나 책을 통해서 많이 좀 간결해야 져야 한다.
경희: 제가 미처 질문하지 못한 게 있었나요?
수로: 며칠 전부터 하는 말이 있다. <흡혈형사 나도열>이 어떤 영화인지 홍보하기 보다는 그냥 김수로의 선택을 지켜봐 달라는 말을 많이 하고 돌아다닌다. 김수로의 선택을 믿고 따라와서 극장에 와서 보시면 그 선택이 옳았다고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금은.
취재: 최경희 기자
사진: 권영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