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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과 배우, 그 고단하지만 행복한 삶 <전설의 주먹> 유준상
2013년 4월 16일 화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대기업 홍보부장으로 일하는 이상훈 역을 맡았어요. 상훈처럼 샐러리맨도 아니고 기러기 아빠도 아니지만 같은 40대 가장으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아요.
사회생활을 하는 40대 가장으로 충분히 공감이 됐어요.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상훈의 모습이 애틋했죠.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이 가는 장면은 해외에 있는 아이들에게 전화를 하는 상훈의 모습이었어요. ‘아빠가 제일 잘하는 게 돈 버는 거잖아’라는 대사가 가슴에 남더라고요. 영화 촬영하면서 아이들 생각 많이 났어요.

상훈이 아이들에게 전화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감정 잡기가 수월하지 않았다고 하던데요.
그 장면이 첫 촬영이었어요. 감독님이 당일 그 장면의 중요성을 얘기해주시더라고요. 첫 촬영이고 긴장한 탓에 감정이 잘 안 잡혔어요. 다행이 그 장면 찍을 때 비가 조금씩 내렸죠. 비 맞으면서 촬영을 하는데 대사와 분위기가 잘 맞았어요. 비가 어찌나 고맙던지(웃음).

친구이자 회장인 손진호(정웅인)가 자신이 보는 앞에서 장정들과 싸워보라고 할 때 상훈이 측은해 보였어요.
상훈이가 ‘전설의 주먹’이란 프로그램에 나갔던 이유는 진호의 명령도 있었지만 친구에 대한 우정도 있었거든요. 힘들게 싸우고 나서 회사로 돌아왔더니 수고했다는 말도 없고, 다시 실감나게 싸워보라는 거였죠. 그 때 상훈은 진호와의 우정에 배신감을 느껴요. 촬영 할 때 정말 진호를 한 대 치고 싶었어요. 정말 화가 나더라고요. 감독님에게 진호를 때리면 안 되겠냐고 물어봤는데, 울분을 참는 게 더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다음 장면인 엘리베이터에서 울분을 풀었죠(웃음). 정말 세게 쳤어요.

주요 인물들이 링 위에 오르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지만 더 큰 의미로 보면 가족을 위해서라고 볼 수 있어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많은 것을 느꼈을 것 같아요.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어요. 가족을 위해 묵묵히 일하던 분이셨어요. 아버지가 50살에 돌아가셨거든요. 그 때 아버지가 없으면 집이 무너진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어요. 이제는 예전만큼 아버지의 존재가 크지 않은 것 같아요. 냉혹하게 말하자면 아버지는 돈 벌어오는 기계라고 생각하는 거죠. 영화를 보고 이런 생각을 고쳤으면 해요. 그래서 ‘영화를 보고 아빠가 보고 싶어졌어요’ ‘아빠의 손을 잡고 힘내시라고 말하고 싶어요’라는 후기들이 너무 반갑더라고요.
가장으로서 이상훈처럼 힘든 적은 없나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나서 20살에 가장이 됐죠. 그 때부터 가족을 부양해야만 했어요. 아내도 부양할 가족이 많고요. 지금도 힘들어요. 아픈 어머니에게는 믿음직한 아들, 아내와 아이들에게 멋진 가장이 되려고 노력하죠. 열심히 일하는 것 밖에는 없어요(웃음).

너무 열심히 일했는지 촬영하다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어요. 마음대로 몸이 안 움직여줘서 답답했겠어요.
답답함보다는 감독님 이하 동료들과 스탭들에게 미안함이 들었어요. 십자인대가 끊어져서 한 쪽 다리를 쓸 수가 없었거든요. 그 상태에서 액션을 해야 하니까 스턴트맨들이 고생을 많이 했죠. 스턴트맨들이 나를 잡아서 링 가운데로 던지면 펀치를 휘두르는 식으로 액션을 찍을 수밖에 없었어요. 굉장히 빨리 끝낼 수 있는데 다리를 다쳐서 오랜 시간이 걸렸죠. 촬영 중 부상을 당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그렇게 고생을 한 끝에 나온 액션을 보고 만족했나요?
100% 만족은 못하죠. 그래도 다른 액션영화보다 리얼하다고 느꼈어요. 정말 때리고 맞았으니까요. 맞아서 아픈 표정이 나오니까 실감나더라고요. 실제 타격이라서 맞으면 아파요. 상대 배우에게 미안하지만 세게 때렸어요. 그래야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거든요.

강도 높은 액션이라 훈련양이 많았을 것 같아요.
훈련양도 많았지만 우리들을 가르친 정두홍 감독님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정민이, 제문이하고 연습하러 오면 일단 담배 먼저 피고 수다만 떨었거든요. 정두홍 감독님은 훈련은 시켜야겠는데 나이는 많고 말도 안 들으니까 힘들어 했어요. 어느 날은 우리들을 불러놓고 ‘너희들을 데리고 어떻게 액션을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 적도 있었어요(웃음). 셋 다 멋진 액션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맞는 것 하나는 자신 있었던 것 같아요. 일단 맞겠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또 버텼죠. 정두홍 감독님이 근성하나는 칭찬해줬어요.
원작에서 이상훈의 주무기는 발차기가 아니었어요. 발차기를 내세운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정두홍 감독님이 뭘 잘할 줄 아냐고 물어봐서 발차기는 자신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발차기를 보여줬죠. 감독님이 보시고 발차기만 하라고 해서 로우킥, 하이킥, 찍어차기 등 다양한 발차기 액션을 구사했어요. 20대 때 다리 찢는 연습을 많이 했던 게 이번 영화에 도움이 될 줄은 몰랐죠.

<이끼>에 이어 두 번째로 강우석 감독과 작업했어요. 전작 보다 분량이 많아졌어요.
처음 시나리오상에는 분량이 크지 않았어요. 임덕규와 대등한 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해 분량을 조금 늘렸어요. 생각해보면 감독님 영화에서는 분량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적은 분량이라도 강렬한 인상을 주느냐가 중요해요. 감독님은 주연이든 조연이든 강렬함을 주는 장면을 꼭 삽입해주시거든요. 배우에게는 그런 부분이 감사하죠.

강우석 감독 인터뷰를 보니 <이끼> 때 진 빚을 갚고 싶어서 유준상을 캐스팅 했다던데요.
촬영 끝나고 이번에 진 빚 다음에 꼭 갚겠다고 하셨어요(웃음).

함께 계속 작업을 한 다는 건 그만큼 믿음이 있으니 가능한 거겠죠.
그럼 감사하죠. 일단 20번째 영화에 캐스팅 한다고 하셨는데 가봐야 알죠(웃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쉴 틈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힘들지는 않나요?
한 작품 끝나면 또 다른 작품에 출연을 하는 것뿐이에요. <전설의 주먹> 홍보 기간이 뮤지컬 ‘그날들’과 겹칠 줄은 몰랐어요. 영화 홍보하고 뮤지컬 준비까지 하려면 힘은 들지만 행복해요.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날들’은 <전설의 주먹> 만큼이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창작 뮤지컬은 관객 동원이 힘들어요. 라이센스 뮤지컬에 비해 관심도 떨어지고요. 홍보를 하면 예매율이 올라가니까 열심히 하는 거죠. ‘그날들’ 연출을 맡은 장유정 작가와의 10년 전 약속을 지킨 작품이거든요. 그리고 고인이 된 김광석의 음악들로 채워진 뮤지컬이라서 마음이 더 가요. 스케줄상 조금 무리였지만 후회 없이 잘 하고 싶어요.

얘기를 들어보니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네요.
1997년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했거든요. 무대에 대한 애정이 있어요. 뮤지컬을 하면 영화나 드라마 연기에 도움이 돼요. ‘레베카’의 상류층 신사, ‘삼총사’의 아토스, ‘잭 더 리퍼’의 형사는 국내 영화나 드라마에서 해 볼 수 없는 역할이잖아요. 그런 인물들을 맡으면서 연기의 폭이 넓어진다는 걸 몸으로 느껴요. 가끔 무대에서 앞에 카메라가 있다 생각하고 연기를 할 때도 있어요. 그렇게 대입 하면서 연기를 하다보면 촬영 현장에서 도움을 많이 받아요.

<전설의 주먹>에서는 어떤 부분이 도움이 됐나요?
다채로운 인물들을 연기하면서 얻었던 걸 대입하지는 못했지만 무대 발성을 통해 득을 본 게 있어요. 영화에서 상훈이 ‘진호야’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있는데 딱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이 났죠. 감독님 이하 스탭들이 다 놀랐어요.
영화 촬영장에서 뮤지컬 발성 연습을 하다가 감독님한테 한 소리 들었다고 하던데요.
발성 연습은 쉬지 않고 계속 해줘야 하거든요. 촬영 당시 뮤지컬 ‘레베카’ 준비 중이었는데, 쉬는 시간에 발성연습을 하면 감독님이 나가서 하라고 했어요. 근데 소리치는 장면을 찍고 나서는 촬영장에서 발성 연습해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연기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등 점점 종합 예술인이 되가는 느낌이 들어요. 혹시 다양한 활동이 20대에 꿈꿨던 삶이었나요?
그렇게 계획적으로 살지 않았어요. 20대 때는 얼굴도 연기도 마음에 안 들었죠. 빨리 30대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면 배우 얼굴이 나올 것 같았거든요. 막상 30대가 되니 배우 얼굴이 아니더라고요. 40대에 접어드니 배우 얼굴이 보였어요.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만 했던 것 같아요.

뮤지컬 두 편에 영화 홍보, 그리고 드라마까지 바쁜 스케줄을 보내고 있어요. 버틸 수 있는 동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단 작품이 재미없다면 하지 않았을 거예요. 내가 재미있어야 보는 사람들도 재미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무대에서는 관중들의 기립박수로, 영화에서는 관객 반응으로 힘을 얻어요. 그 힘으로 작품을 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20년 뒤에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작품을 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한테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요.
2013년 4월 16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3년 4월 16일 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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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86
최선을 다해 연기하시는 모습이 아름답네요. 정말 좋은 배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연기 기대할께요.   
2013-05-02 14:50
luckman7
개인적으로 조금 유준상이라는 배우의 연기가 아쉬웠던 작품. 좀 더 감정의 깊이가 깊지 않다보니 몰입할 수 없었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유준상씨의 연기는 넝쿨당이 먼저 떠올르는 이미지가 강해서일까요? 좀 더 다양한 연기 변신이 필요했으면 좋겠습니다   
2013-04-16 23:18
benign772
다양한 연기변신과 도전이 아름답습니다. 유준상 배우야말로 진정한 명품배우 입니다.   
2013-04-16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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