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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분석] 1,000만 관객을 목전에 둔 <해운대>, 이유가 뭘까?
해운대 | 2009년 8월 18일 화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1. 웃기고 울리는, 사람 냄새 나는 드라마

<해운대>의 최대 강점은 단순한 눈요기 재난영화가 아닌, 사람 냄새 가득한 드라마를 중심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감독의 말대로 ‘재난영화가 아닌, 재난도 나오는 휴먼 드라마’라는 말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재난이나 그와 관련된 부분은 막판 1/4에 몰려있다. 이 영화는 재난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 속에서 악몽 한 번 꾼다고 공포영화로 볼 수는 없듯이, <해운대>는 장르적인 특성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는다. 해운대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가 영화의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 안에는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고, 사랑도 있고, (후반부에 풀기 위한)갈등도 있다. 소소하게는 상류계층에 대한 비판과 구조대원들의 힘겨운 삶, 부산의 대표 스포츠가 된 야구 등의 소재도 차용한다. 많은 관객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재난 장면에 호기심을 갖고 극장을 찾지만, 쓰나미가 덮치기 이전 드라마의 재미에 먼저 빠지게 된다. 코미디를 중심으로 드라마를 펼치다 막판에 거대한 재난을 만들어 볼거리를 제공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잘 활용했다.

2. 40대 이상 중장년층마저 흡수한 보편적인 정서

얼마 전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의외의 성공을 거두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당시 <워낭소리> 흥행의 가장 큰 이유로 그동안 극장을 찾지 않던 40대 이상 관객들의 영향력을 꼽았다. 실제로 극장에는 40대 이상의 직장인들과 머리가 희끗희끗한 장년층 이상의 관객이 많은 수를 차지했다. <해운대> 역시 마찬가지. 1070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관객 접근도가 높다. 특별히 어떤 취향에 치우치지 않고, 논란이 될 만한 주제도 다루지 않는다. 보편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10대부터 70대까지 웃을 수 있는 원초적인 코미디를 기반으로 한다. 가족, 연인, 부모, 자식, 친척, 형제 등 기본적인 인간관계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둬 중장년층 이상도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극장에서 영화보기’라는 놀이문화가 1020들의 전유물이었지만, <해운대>는 40대 이상의 관객들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모든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정서와 단순 구조의 이야기는 가족 단위 관객을 극장으로 오게 하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방학과 휴가라는 적절한 시간대는 이들의 집단적인 관람도 가능하게 했다.

3. 스타 배우들과 CG의 힘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이민기, 김인권, 송재호, 김지영, 강예원, 아역 천보근과 김유정, 여기에 프로야구 롯데 이대호 선수까지, <해운대>의 캐스팅은 여름 블록버스터답다. 연기 좀 한다는 탄탄한 배우진이 포진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여기에 술에 취해 보여주는 애교나 코믹 연기, 부산 사투리, 다소 모자란 듯한 순수함, 엽기적인 애정행각 등 낯선 모습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배우에 대한 호불호가 나뉘기는 하지만, 연기 잘하는 대중스타가 대거 출연하는 영화라면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해운대>는 ‘쓰나미’라는 초특급 조커가 있다. CG로 만들어진 쓰나미 캐릭터가 어떤 활약을 하는 지도 큰 관심사였다. 게다가 재난영화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운다면 그 역할을 더욱 커진다. CG로 만들어진 쓰나미의 완성도가 얼마나 좋은가 도끼눈을 뜨고 극장에 들어갔던 관객들도 앞부분에 배우들이 만들어가는 드라마의 재미에 빠져 후반부에 몰아치는 쓰나미를 특별한 반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해운대> CG의 완성도를 기술적으로 여러 얘기가 나오겠지만, 앞부분의 배우들, 뒷부분의 쓰나미라는 구조 자체가 이런 평가를 뒤로 미루게 했다.

4. 대표 휴가지인 해운대가 주는 낯익음

<해운대>의 또 다른 특징은 우리에게 낯익은 공간이 주 무대가 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 공간이 거대한 쓰나미에 휩쓸려간다니 그야 말로 장관이 아니겠는가. 여름휴가에 관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TV로 봤던 그곳, 얼마 전 휴가차 친구들과 다녀온 그곳, 바다가 보고 싶다며 무작정 갔던 곳도 바로 그곳이었다. 그만큼 해운대는 우리에게 낯익은 지역이고, 눈에 익숙한 대표 휴가지다. 우리가 알고 있던 그 공간이, 그 지역이, 그 건물이 쓰나미에 휩쓸린다니 그보다 더 리얼한 모습이 어디 있겠는가. 특히나 여름 휴가철이라는 시기적인 특성은 기시감을 더욱 강화한다. 어쩌면 바로 어제 갔었던 그곳일 수도 있고, 또 해운대로 휴가를 떠날 계획인 이들에게도 특별한 관심을 갖게 있다. 지금 쓰나미에 휩쓸리고 있는 저 호텔이 어제 우리가 묶었던 호텔이라면 더 짜릿할 수밖에. 얼마 전 한 레이싱 게임에 한국의 광화문과 세종로가 레이싱 코스로 등장한 적이 있다. 하다못해 그냥 게임 속에 낯익은 모습으로 구현만 돼도 반가운데, 자주 보던 낯익은 공간에 재난이 닥친다니. 특히 부산과 부산 인근에 거주하는 관객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부분이다.

5. 영화도시 부산의 대대적인 지원

부산은 부산영화제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영화도시다. 시 차원에서 영화 제작에 대한 지원도 많고 제작사들도 부산이라는 도시의 특성을 영화에 잘 반영하곤 한다. <해운대>가 나오기 이전까지 부산을 대표하는 영화는 <친구>였다. 부산의 이곳저곳을 잘 담아냈고, 사투리를 친근하게 만들며 부산을 많이 드러낸 영화다. 이후 많은 영화들이 경상도 사투리를 영화에 등장시켰다. 하지만 부산 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공간의 매력이나 지역적인 친근함을 전해주는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해운대>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친숙한 지역이다. 가봤던 못 가봤던, 앞으로 오게 될 사람들이 훨씬 많은 곳이다. 하여 부산시는 <해운대>를 초대박 영화로 만들어 촬영지를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윈윈 전략도 세우고 있다. 또한 부산의 지역 기업들도 <해운대>와 함께 마케팅 작업을 펼치고 있다.

6. 블록버스터의 빈자리, <국가대표>라는 경쟁자

<해운대>가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최후의 승자가 된 이유 중 하나는 개봉 시기를 잘 잡았다는 점이다. 몇 년 전부터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이 5월 말에 시작되면서 전체적인 시기가 당겨졌다. 그러면서 6월, 7월이 피크가 됐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도 이 시기에 맞춰 극장에 걸렸다. 8월은 비수기가 됐고,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끝물 정도로 인식 됐다. 하지만 <해운대>는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이하 ‘<터미네이터 4>’)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하 ‘<트랜스포머 2>’) 등에 이어지는 시기를 잘 잡았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이하 ‘<해리포터>’)라는 경쟁작이 있었지만, 해외와 다르게 국내에서 초대박을 터뜨리지 못하는 <해리포터>시리즈라면 해볼 만한 상대였다. 하지만 <해리포터>와 같은 개봉날짜를 잡지는 않았다. 개봉 첫 주 824개 스크린에 걸렸던 <해리포터>는 <해운대>가 개봉하는 다음 주에 671개로 감소했다. 그 이후는 <해운대>의 페이스. 3주가 지나도록 7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하며 흥행을 이어갔고, <해운대>와 한 주의 시간차를 두고 개봉한 <국가대표>와 함께 한국영화의 흥행 ‘쌍끌이’ 역할을 하며 시너지 효과를 높였다. 두 영화는 경쟁작으로 자주 비교되며 ‘요즘 극장에선 한국영화를 봐야지’라는 인식을 더욱 공고하게 했다.

7. 배급의 힘, 스크린을 사수하라!

아무리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의 끝자락이라지만, <해운대>는 4주 동안 적절한 스크린 수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스크린 수와 관객 수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얘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매주 새로운 대작 영화가 개봉하는 여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스크린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3주 동안 <터미네이터 4>가 211개, <마더>가 276개, <박물관이 살아있다 2>가 185개, <트랜스포머 2>가 341개, <해리포터>가 428개, <해운대>가 193개의 스크린 수 감소를 보였다. <트랜스포머 2>가 3주 동안 341개의 스크린이 감소한 것은 첫 개봉부터 1214개라는 엄청난 수로 시작한 탓이지만, <해운대>보다 한 주 먼저 개봉한 <해리포터>가 3주 만에 절반에 가까운 428개의 스크린을 뺏긴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해운대>가 개봉한, <해리포터>의 개봉 2주차에는 스크린 수가 무려 153개나 줄었다. <해운대>가 개봉 2주차에 단 8개의 스크린이 줄어든 것과는 크게 대조를 보인다. 그나마 3주차에 같은 배급사가 배급하는 <지.아이.조>의 개봉으로 700개까지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지.아이.조>는 514개의 스크린으로 시작해 올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중 가장 적은 규모로 출발하게 됐다. 이후 4주차에도 <해운대>는 640개의 스크린을 확보해 다른 영화들의 비중을 압박하며 교차 상영을 유도하기도 했다. 스크린을 많이 확보했다는 것은 관객에게 선택받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관객이 많이 찾는 영화이기 때문에 스크린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지만, 이미 관객이 선택할 수 있는 영화가 제한받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8. 작품성보단 대중성, 영화에 대한 관대함

일각에서는 <해운대>의 흥행을 ‘관대한 시선’에서 찾기도 한다. 일부 전문가는 ‘<해운대>는 재미있다’라는 말에는 ‘우리나라 영화치고는’이라는 조건부가 들어간다며 <해운대>를 향한 시선이 옹호적이라고 한다. CG도 그렇고, 코미디도 그렇고, 배우들의 연기나 전반적인 이야기에서 <해운대>는 지적받을 곳이 제법 많지만, 관객들은 대부분 작품성에 대한 객관적인 논의보다는 그저 재미있는 드라마와 신기한 CG를 봤다는 점만 중점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심지어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이런 대중 영화를 작품성의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며 <해운대>에 내려지는 냉정한 영화적인 평가에 반기를 드는 맹목적인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언제부터 대중영화가 여러 부분에서 ‘적당히 눈감아 줄 수 있다’는 식으로 관대하게 평가받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해운대>에 대한 악평이나 악플은 지양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있으면 되지’와 같은 생각으로 영화 자체를 판단하는 것도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영화의 재미와 그 영화의 영화적인 평가는 동등할 수 없다.

9. 대중친화적인 윤제균식 스타일

<색즉시공> <두사부일체>를 연이어 히트시킨 윤제균 감독은, 대중의 코드를 가장 잘 읽는 감독 중 한 명이다. 그가 만드는 이야기와 웃음 코드는 대다수의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왔다. 조폭 코미디의 부흥을 이끈 감독답게 욕하고 때리고 넘어지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영화 속의 새로운 코드로 만들었으며, 상투적인 구성과 구태의연한 대사들로 만들어지는 보편적 정서는 관객의 반감을 사지 않는다. 윤제균식 이야기는 익숙한 이야기를 정형화시키기 때문에 특별한 논쟁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그의 웃음 코드 역시 가장 원초적이다. 10대부터 70대까지 누가 봐도 웃을 수 있는 몸개그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탓이다. 특정한 관객이 아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이야기, 상황, 사건,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 눈높이를 적당하게 낮춘 것이 주요했다. 매 영화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웃음 코드와 이야기 스타일은 <해운대>에 더욱 대중친화적인 성향을 띄게 했다. 거부감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접근성은 매우 높다. 일정한 수준을 넘지 않는 익숙하고 무난한 요소들은 관객에게 ‘재미’라는 이름으로 다가왔다.


10. 한국영화에 1,000만 관객을 허하라

1,000만 이라는 숫자는 영화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지금까지 4편의 영화가 1,000만을 넘었지만 그 중 외국영화는 없다. 지금까지 외화 최고 흥행작은 <트랜스포머>로 750만에 조금 못 미친다. 반면 우리영화는 지금까지 4편이 1,000만을 넘었고, 총 9편이 <트랜스포머>보다 높은 흥행을 기록했다. 흥행을 애국심으로 판단하는 것은 우습지만, 여하튼 우리 관객들은 아직까지 외화에 1,000만을 허락하지 않았다. 불법 다운로더들에게도 ‘한국영화는 극장에서, 외국영화는 다운로드로’라는 나름의 언더그라운드 룰이 있다. 외국영화가 1,000만을 넘고 한국영화 사상 최고의 관객을 동원한다는 것은 왠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는 의식이 팽배하다. <해운대>의 흥행에는 이러한 의식이 작용했다. 조금만 더 하면 1,000만이 넘을 것 같은 분위기, 새로운 흥행대작이 탄생하는 분위기에 동참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네티즌과 언론도 한 몫을 했다. 흠집 내기를 지양하는 분위기에 방송과 각종 매체에서는 연일 <해운대>의 흥행을 보도하며 마치 ‘곧 1,000만 가는 영환데, 아직 안 봤단 말이야?’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물론 제작사, 배급사, 관객, 언론이 맘먹고 모여서 한 영화를 띄워주는 것은 상식적으로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그 영화가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지닌 영화라면 암묵적인 지원 정도는 가능하다. 그 이유가 감독이나 제작사, 투자사를 위한 개인적인 일이라면 안 되겠지만, 한국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거국적인 차원이라면 의미가 달라진다.

어느 덧 <해운대>는 단순히 제작, 투자사의 승리로 평가하기 어려운 위치가 됐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물리친 올여름 최고 흥행작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1,000만 영화라는 새로운 한국영화 이슈를 향해 순항 중이다.

2009년 8월 18일 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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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gmlrj
맞는것 같아요.. 잘 읽고 갑니다..!!   
2009-08-18 22:09
ooyyrr1004
1,000만 돌파 하는것인가?   
2009-08-18 21:01
bjmaximus
CJ 엔터테인먼트,그토록 갈망하던 1000만 영화가 드디어 나오겠네.   
2009-08-1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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