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가 <백야행>의 흥행여부에 주목하는 이유
2009년 11월 2일 월요일 | 허남웅(장르애호가) 이메일


지금 출판가의 가장 큰 화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다. 지난 8월 국내 발매와 함께 일주일 만에 10만부, 12일 만에 100만부를 돌파한 것은 물론 베스트셀러 집계에 있어서도 1권이 7주 연속, 2권이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국내 출판계를 평정했다. 사실 이 같은 결과는 발매 훨씬 이전부터 예상된 바였다. 가히 ‘하루키 신드롬’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무라카미 하루키가 국내에서 누리고 있는 유명세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무엇보다 <어둠의 저편> 이후 무려 5년 만의 신작이란 점에서 <1Q84>를 두고 벌어진 국내 메이저 출판사들의 판권 경쟁은 선인세 가격을 무려 한화 10억 원 가까이 올려놓을 만큼 ‘피 튀기는’ 수준이었더랬다.

이처럼 일본문학을 두고 벌어지는 국내 업체의 과열 경쟁은 비단 출판계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충무로 역시 이미 몇 년 전부터 일본문학, 그중에서도 장르문학을 향해 열렬히 구애하고 있는 중이다. 아마도 동명의 일본만화를 영화화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가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마침 일본의 장르문학이 국내 독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자 자연스럽게 일본 대중문화가 이야기 고갈을 겪고 있는 한국 영화계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충무로의 일본문학 판권 구매가 가속화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올드보이>의 판권료가 공식적으로 200만 엔 선이었던 것에 반해 그 이후 일본출판사들이 자국의 작품을 원하는 국내제작사에 500만 엔 안팎의 가격을 요구한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상황이 잘 이해되리라 본다.

한석규, 손예진, 고수 출연의 <백야행>은 그런 흐름 속에서 (<검은집> 이후) 가장 먼저 영화화되어 개봉하는 일본 장르문학 원작의 작품이라 할만하다. 안 그래도 <백야행>의 원작자 히가시노 게이고는 국내에 불어 닥친 일본 장르문학의 유행을 타고 가장 각광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워낙에 다작으로 유명한 작가라 한 달이 멀다하고 신작이 쏟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대개의 작품이 일정 정도 이상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는지라 국내 출판업체들이 너나할 것 없이 달려들어 몸값이 가장 폭등한 일본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러면서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판권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영화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더군다나 그의 소설은 일본에서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 까닭에 영화화의 위험 요소가 적다는 프리미엄까지 안고 있다.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력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사건을 다루면서 이를 장르적으로 풀어가기 때문에 영화적이라는 것이 충무로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평가다.

하여 판권만 확보하면 흥행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게 국내 영화사들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탐내는 결정적인 이유다. 그중에서도 <백야행>은 <레몬>과 함께 일본 장르문학 유행 초기에 판권을 확보한 작품이라 판권료가 비교적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반해 <용의자 X의 헌신>과 <붉은 손가락>은 치열한 판권 경쟁의 중심에 놓였던 경우다. <용의자 X의 헌신>은 6~7군데로부터, <붉은 손가락>은 발매와 함께 무려 10군데가 넘는 국내 영화사로부터 판권 의뢰를 받은 것. 특히 <용의자 X의 헌신>의 경우, 일본 내 영화 판권과 맞물려 일본 출판사가 한국 영화사들을 대상으로 판권 기획서 마감을 지난 2007년 9월로 못 박은 까닭에 지금은 어느 영화사가 높은 가격에 판권을 확보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볼 수 있을 따름이다.

다만 변수는 <용의자 X의 헌신>의 일본 영화화가 올 초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일본의 작품이다 보니 일본 출판사에서는 자국의 영화화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 영화사들의 판권 구입 문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일본 출판사 측에서는 자국 개봉 1년 후에 판권 계약을 맺기를 희망하거나 아예 일본영화의 리메이크 판권을 구입하는 쪽으로 권유하기도 한다. 아마도 <용의자 X의 헌신>이 이 같은 조건 하에서 계약이 맺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불리한 계약조건 속에서도 일본 장르문학에 대한 구애가 끊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 영화화할 만한 이야기가 부족한 충무로의 현실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사재기’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일단 사놓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가장 많은 충무로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경우, 쇄도하는 국내 영화사들의 판권 문의를 감당하다 못해 판권 협상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중 판권 계약을 맺은 작품은 변영주 감독이 영화화 진행 중인 <화차>와 <앤티크>를 제작한 수필름이 제작 예정인 <스나크 사냥>, 그리고 <스텝파더 스텝>까지 총 세 편. 이 작품들은 모두 2007년에 판권 협상이 마무리된 작품으로 그 이후 미야베 미야키 작품 중 판권을 맺은 작품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그녀의 작품에 대한 인기가 시들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작품의 영화화에 신중을 기하는 미야베 미유키가 우선적으로 판권 계약이 마무리된 작품의 결과물을 보고 이야기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미야베 미유키와 관련한 에피소드는 다음 시간에 좀 더 자세히 알려드릴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일본소설의 판권 협상이 유난히 까다롭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일본소설의 영화판권 뿐 아니라 일본 대중문화와 관련한 계약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일본 특유의 디테일에 집착하는 국민성이 계약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난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일본을 탓할 일만이 아니다. 국내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강하게 불고 있는 일류 열풍 속에서 국내 업체들의 과다 판권 경쟁이 자연스럽게 일본 측으로부터 까다로운 조건을 불러냈다고 말하는 편이 더욱 옳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 한국 영화계에 대한 일본 출판사 측의 의문부호가 붙어있음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백야행>에 모아지는 관심은 단순히 흥행 여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백야행>이 보여주는 영화의 완성도에 따라 일본 출판사 측이 한국 영화사에 내세우는 조건은 순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히 추측에 의존한 발언이 아니다. 실제로 감독이 누구인지, 영화적인 완성도는 어떤지 여부에 따라 일본의 원작자나 출판사 측에서는 굉장히 호의적인 태도로 영화화 판권 계약을 맺은 경우가 존재한다. 예컨대, 온다 리쿠의 <유지니아>는 인상적인 데뷔 작품을 발표했던 모 감독에 의해 연출될 예정인데 영화화에 부정적이던 작가가 감독의 작품을 본 후 마음을 바꿔 선뜻 영화 판권을 허락한 경우라 할만하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워낙에 많은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까닭에 <백야행>의 영화화에 대해 크게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단 하나, <백야행>이라는 제목만은 절대 유지해줄 것을 요구했다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강한 요청처럼 영화는 ‘하얀 어둠 속을 걷는다’는 뜻을 그대로 살린 제목으로 개봉을 앞둔 상태다. 겨울 영화 시즌을 앞두고 가장 높은 기대를 얻고 있는 <백야행>이 한국에서 성공적인 영화화에 이룰 수 있을까. 많은 한국영화 관계자들이 <백야행>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그야말로 양가적이다. 흥행에 성공하게 될 경우, 일본 장르문학을 원작삼은 영화화가 탄력을 받으리란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며 자칫 이전보다 더한 과다 경쟁이 붙을 수도 있는 까닭이다. <백야행>이 과연 어떤 성적을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판권 관련한 사실은 FILM2.0 350호 ‘한국영화, 일본 장르문학 대사냥’을 참조했음을 밝힙니다.)


글_허남웅(장르애호가)

(총 32명 참여)
kisemo
잘봤어요   
2010-03-12 19:53
scallove2
잘봣습니당   
2010-02-05 22:14
jun150
기대했는데 영화평이 별로 좋지 않네요ㅜ   
2009-12-01 12:33
podosodaz
기대되네요   
2009-11-27 07:26
shain124
그래도 영화인이라면 한국영화는 꼭 봐야 합니다 ^^   
2009-11-27 00:43
makipark03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였읍니다
고수의 눈빛연기와 한석규의 연기력은 더 좋았읍니다   
2009-11-26 12:23
mvgirl
분위기의 비장함에 비해 내용이 부실한듯   
2009-11-26 08:07
hosuk83
보고 싶긴 했었는데
영화평을 보면 별로....   
2009-11-2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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