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장르 섞기와 확실한 캐릭터의 재미 (오락성 8 작품성 8)
이층의 악당 | 2010년 11월 19일 금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아무런 기대 없이 봤던 <달콤, 살벌한 연인>은 나름 의외의 발견이었다. 신인감독의 데뷔작, 적은 예산, 스릴러와 로맨스를 뒤섞는다는 기묘한 발상, 여기에 톱클래스 배우가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 뒤로 몇 번이나 다시 볼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손재곤 감독은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독특한 웃음 코드와 완벽한 캐릭터 설정 능력을 가진 그의 차기작을 확인하는데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일단 결과는 만족이다. 한석규, 김혜수의 출연으로도 관심이 높지만 <이층의 악당>은 손재곤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남편과 사별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살고 있는 연주(김혜수)는 2층에 세를 준다. 2층에 세를 들어온 창인(한석규)은 소설가라고는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항상 1층을 기웃거리고 막혀있는 1층 계단을 뚫으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사실 창인은 불법 문화재 매매꾼으로 1층에 숨겨져 있는 진귀한 문화재를 훔치러온 것이었다. 하지만 창인의 의도를 알 리 없는 연주와 딸 성아(지우)는 사소한 이유로 1층을 잘 비우지 않는다. 1층을 보다 편하게 드나들기 위해 연주와 러브라인을 형성하게 된 창인은 그로 인해 밀려오는 이 모녀의 골치 아픈 상황들을 다 받아내야 한다. 과연 창인은 끝까지 연주와 성아를 속이고 문화재를 찾아내고 이 집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이층의 악당>은 범죄스릴러 비스무리하게 시작해서는 코미디를 관통하고, 그 과정에서 약간의 로맨스를 추가한다. 각 장르의 특징이나 설정들은 가져오지만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절묘하게 섞어 색다른 재미를 준다. 이미 전작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미스터리한 살인을 로맨스와 접목해 독특한 코미디를 만들었던 손재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장기를 발휘한다. 문화재를 훔치기 위해 2층에 세를 든 인물은 일반적인 설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1층의 집주인이 문제다.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걸핏하면 학교에 가지 않는 딸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독설을 참지 못하는 까칠한 엄마는 이야기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튀게 한다. 하지만 캐릭터를 이용해 상황을 과하게 몰아가지는 않는다. 담백하게 정도에 맞게 사건을 이어가는 것이 <이층의 악당>의 가장 큰 미덕이다.

<닥터 봉> 이후 15년 만에 다시 만난 한석규와 김혜수의 호흡은 좋다. 문화재를 훔치기 위해 세입자가 된 한석규는 겉으로는 착한 척 하면서 속으로는 욕을 하는 캐릭터를 중얼거리는 애드리브로 적절하게 표현한다. 그 중얼거림이 일상적인 대화를 능청스럽게 표현한 것이어서 더욱 코믹하다. 김혜수 역시 기존의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를 벗고 백치미를 선보인다. 우울증으로 인해 감정을 잘 제어하지 못한다는 설정으로 눈물과 독설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상황이 웃음을 준다. 이 외에도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딸 지우, 철부지 제벌 2세 엄기준, 순정파 연하남 경찰관 이장우, 창인의 파트너 김기천, 오지랖 옆집 아줌마 이용녀, 나쁜 남자 유키스 동호 등이 각자의 역할을 해낸다. 하지만 많은 캐릭터에 비해 이들의 상황들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이층의 악당>의 또 다른 주인공은 집이다. 영화의 60% 이상이 집에서 촬영됐기 때문에 지루함을 덜어내기 위한 아이디어가 곳곳에 보인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내부 계단이 시멘트로 막혀 있다는 설정이나 이웃집에서 쉽게 내려다보인다는 설정은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고, 연주의 폐쇄성과 딸과의 갈등은 복잡한 내부 구조로 표현된다. 무엇보다 연주의 앤틱숍 창고가 집 안에 있다는 설정이 큰 역할을 하는데, 우연히 창고에 갇힌 창인이 탈출을 시도하는 장면은 <이층의 악당> 최고의 장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손재곤 감독이 코미디를 구사하는 방법은 굉장히 친근하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들을 어울리지 않은 상황에 심어놓는 것에서 시작한다. 억지로 웃겨보고자 애를 쓴 대사들이 아니라 쉽게 나오는 대사들을, 그것도 혼자 중얼거린다던지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던지는 식이어서 그 효과가 더 크다. 게다가 이런 대사들이 나오는 상황이 코믹한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신선하다. <달콤, 살벌한 연인들>에서 이미 실력이 입증된 장르의 이합집산 능력은 <이층의 악당>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어떻게 범죄 스릴러와 코미디, 로맨스가 적절하게 섞이면서도 억지스러움이 없이 유쾌한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영화를 직접 보면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11월 19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달콤, 살벌한 연인>을 좋아했다면, <이층의 악당>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장르의 널뛰기. 하지만 정말 기가 막히게 널을 잘 뛴다.
-자연스러운 일상생활 속 대사들이 코믹한 대사들로 완벽하게 변신한다.
-한석규 웃기다. 김혜수 재미있다. 둘의 조합은 성공적이다.
-뭔가 역할을 할 것 같았던 주변 인물들은 조용히 사라지고 만다.
(총 2명 참여)
karamajov
띄워주기 같은 소리하고 있네요. <이층의 악당>이 얼마나 재미있는데 으으으   
2011-02-18 22:48
jjwonhbk
참나 한국영화 띄워주기 장난아니네   
2010-11-2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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