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짐 자무쉬가 건네는 가족의 온도 (오락성 6 작품성 7)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 2025년 12월 31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짐 자무쉬
배우: 톰 웨이츠, 아담 드라이버, 마임 비아릭, 샬롯 램플링, 케이트 블란쳇, 빅키 크리엡스, 인디아 무어, 루카 사바트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0분
개봉: 12월 31일

간단평
오랜만에 만난 누나(마임 비아릭)와 남동생(아담 드라이버)은 차를 몰고 시골에 사는 아버지(톰 웨이츠)의 집으로 향한다. 이동 중, 누나가 문득 던진 한마디. “그런데 아버지는 무슨 돈으로 먹고사는 거야?” 한편, 정신과 주치의와 긴 통화를 이어가는 노부인(샬롯 램플링)은 1년에 한 번뿐인 티 타임을 위해 두 딸(케이트 블란쳇, 빅키 크리엡스)을 기다리고 있다. 또 다른 공간에서는 쌍둥이 남매(인디아 무어, 루카 사바트)가 얼마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부모의 유품을 정리하며 추억에 잠긴다.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짐 자무쉬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이렇게 서로 다른 가족의 풍경으로 문을 연다. 영화제가 사랑해온 감독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이번 작품 역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는 혈연으로 얽힌 가족과 그 미묘한 거리감을 관통한다. 각각 미국 북동부, 아일랜드 더블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들은 서사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대신 스케이트보드, 물, 붉은색 옷, 사진, 롤렉스 같은 반복되는 오브제를 통해 느슨한 공명대를 형성한다. 이 소품들이 각 에피소드에서 어떤 방식으로 스며드는지를 살피는 것도 영화의 주요 관람 포인트다.

첫 번째 ‘파더’ 편에서는 아담 드라이버가 아들로 등장해, 어딘가 ‘사짜’ 같은 기운을 풍기는 아버지와의 짧은 만남을 블랙 코미디 톤으로 풀어낸다. 자식에게 쩔쩔매는 초라한 아버지를 연기한 톰 웨이츠가 마지막에 보이는 반전 모습이 이 에피소드의 킥이다. 이어지는 ‘마더’ 편은 어색함 그 자체인 티 타임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새빨간 정장과 하이힐을 갖춰 신은 엄마, 고지식한 차림새를 한 첫째 딸, 자유분방한 둘째 딸이 마주 앉은 테이블은 격식과 교양 그리고 정적으로 가득 차 있다. 보고 있는 관객마저도 뻘쭘할 정도의 서먹서먹함이 포인트다. 마지막 ‘시스터 브라더’는 부모를 함께 추억하는 영혼의 단짝 같은 남매를 비추며, 세 에피소드 중 가장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린다. 전작 <데드 돈 다이>(2019)에서 좀비 장르 안에 다소 이질적인 ‘핸드폰을 내려놓고 지금의 삶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드러냈던 짐 자무쉬는, 이번에는 보다 차분한 방식으로 단절된 가족의 단면을 응시한다. 그리고 그 틈 사이로 관계 회복의 가능성을 살포시 흘려보내며,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남아 있는 감정의 온도를 조용히 되묻는다. 감독이 곳곳에 심어둔 단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소원해졌거나 무심코 지나쳐온 가족과 관계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2025년 12월 31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옴니버스라 부담 없이 볼 수 있다는 + 은근히 웃긴 포인트가 곳곳에
-장편의 완성형 서사를 기대했다면
0 )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