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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귀여운 직설화법 (오락성 8 작품성 8)
미키 17 | 2025년 2월 27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봉준호
배우: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장르: 어드벤쳐, SF, 드라마, 코미디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37분
개봉: 2월 28일

간단평
친구 ‘티모’(스티븐 연)와 함께 마카롱 가게를 차렸다가 쫄딱 망하고 거액의 빚을 지고만 ‘미키’(로버트 패틴슨). 지구 끝까지 쫓아오겠다는 악덕 사채업자를 피해 새로운 행성으로 가는 이주선에 몸을 싣는다. 아무 기술도 없는 미키는 멋도 모르고 ‘익스펜더블’(소모품)에 자원하게 되고, 온갖 위험하고 어려운 일에 투입되어 죽었다가 다시 프린트되기를 반복한다. 얼음 골짜기에 떨어진 어느 날, 미키17은 떨어지면서 죽어야 했는데 살아남아 버리고 이런 사실을 모르는 본부는 미키18을 프린트하기에 이른다.

복제인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경악스러운 기술인 휴먼 프린팅, 각종 유기물질을 섞어 만든 재료로 종이를 복사하듯이 인간을 뾰루지까지 고스란히 복사해 내는 신기술이다. 버튼 한 번이면 인간을 재생산해 내고 실컷 이용하다 소모품처럼 버리면 그뿐. 얼마나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현장인가. 본부의 유일한 익스펜더블인 미키에게 사람들은 하나같은 물음을 던진다. ‘미키, 죽는다는 건 어떤 기분이야?’ 봉준호 감독이 영화 <설국열차> <옥자>에 이어 영어로 찍은 <미키 17>은 죽음이라는 거대 담론과 노동계층의 피땀눈물, 반식민주의, 이주민과 타문화 배척 등 전 세계적인 화두를 가득 품은 영화인데,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매우 직접적이고 가벼우며, 한편으로는 귀엽기까지 하다.

짠내 가득 측은지심을 유발하는 미키, 수십번의 죽음에도 미키의 정신이 파괴되지 않도록 지켜주는 ‘나샤 ‘(나오미 애키)의 사랑, 과장된 연기로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섬뜩한 여운 남기는 독재자 부부(마크 러팔로, 토니 콜렛) 그리고 행성의 원주민 격인 생명체 ‘크리퍼’까지. 봉준호 감독은 서늘한 긴장과 신랄한 풍자에 기대기보다 짠함과 실소를 오가며, 동시에 등장인물을 통한 직접 발화를 통해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안기는 노선을 택했다. 병폐와 부조리 같은 실존 현상을 가볍지만 적나라하게 터치하면서 한 편의 싸이파이 블랙 코미디 혹은 블랙 우화를 완성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영화로, 엔딩 무렵의 크리퍼들과의 대치 씬은 전무후무한 광경으로 장관을 이룬다. 한편 '미키’로 분해 각종 죽음을 경험한 로버트 패틴슨의 해맑고도 불쌍한 표정의 미키 17과 과격하고 대범한 미키 18의 대조적인 얼굴은 영화의 킥 중 하나다.


2025년 2월 27일 목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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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를 흥미롭게 봤다면, 크리퍼들도 귀여워할 듯 + 극장에서 봐야 제맛인 영화
-진지하고 심각한 풍자와 시니컬한 톤앤 매너를 예상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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