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전도연이 제3의 전성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정경호와 호흡을 맞춘 <일타스캔들>로 안방극장을 꽉 잡았던 그가 3월 31일 선보일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으로 글로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남행선’과 ‘길복순’, 한계 없는 전도연의 매력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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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싱그럽고 귀여운! <일타스캔들>
1조 원의 가치를 지닌 일타 강사 ‘치열’(정경호)과 핸드볼 국대출신의 반찬가게 사장 ‘행선’(전도연).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하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둘의 로맨스! <일타스캔들>은 긍정+씩씩+솔직 등 일명 캔디 같은 주인공을 까칠+도도+예민한 남자가 지극히 사랑하게 된다는 뻔한 스토리임에도 시청률 15%까지 오르며 세간의 화제작으로 등극했다.
사교육 1번지인 강남 학원가를 배경으로 일류대를 향한 극성과 지극 정성 다하는 엄마들의 풍경으로 초반에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하고 들어간 이 드라마는 맛깔스러운 대사, 속도감 있는 전개 그리고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으로 추리적인 요소를 가미하며 흥미를 높였다. 이러한 흥행 요소 중에서도 으뜸은 전도연과 정경호의 뛰어난 연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배우의 케미에 대해선 이견도 있으니 차치하고, 이들이 연기한 캐릭터 소화력은 200% 그 이상이다. 소리 없이 연기 잘하는 정경호는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고, 자타공인 연기 잘 하는 전도연은 모처럼 어둡고 딥한 인물이 아닌 명랑 캐릭터로 변신, 제 자리를 찾은 인상이다. 50대에 접어든 전도연은 세월이 비껴간 듯, 단순히 ‘동안’이나 ‘젊음’이라는 단어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특유의 천진스럽고 싱그러운 표정으로 귀여움을 발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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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윅’을 능가할지도! <길복순>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8)과 <킹메이커>(2022)를 통해 스타일과 서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연출력을 입증한 변성현 감독의 신작 영화 <길복순>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영화 <존 윅> 따라잡기와 그 오묘한 변주다. 기본 스토리와 캐릭터는 전혀 다르나 전체적인 틀 안에서 <존 윅>과 그 세계관이 연상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여기에 변성현표 까리한 정서와 유머 코드를 녹여냈다.
회사에 소속되어 직업적으로 활동하는 킬러와 이 세계의 아마존 같은 존재인 ‘MK’. 그곳의 수장인 ‘민규’(설경구)와 그의 동생 ‘민희’(이솜) 그리고 후배들의 롤모델이자 전설적인 킬러 ‘복순’(전도연)이 주요 캐릭터다. 영화는 중학생 딸을 둔 엄마 복순이 회사와 재계약을 앞두고, 일을 계속할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최후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을 그린다. 참고로 극 중 살인 청부는 작품이라 칭하고, 일에 착수하는 건 ‘슛’ 들어간다고 표현한다. 마치 영화를 찍는 듯한데 감독의 위트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 영화는 오프닝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길복순이 서울 한복판에서 일본 야쿠자 두목을 상대로 작품에 착수하는 시퀀스는 ‘처절하지만 처절하지 않고, 잔인한데 잔인하지 않은 블랙 코믹 누아르’를 지향한 영화의 톤앤 매너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때 몸에 밀착한 판매원 의상을 착장하고 활달한 목소리로 살해 대상과 만담(?)하며 손도끼를 휘두르는 전도연은 <일타스캔들> ‘행선’과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20) ‘연희’가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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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선과 복순, 둘 다 엄마!
공교롭게도 행선과 복순 모두 자녀의 교육을 위해 전전긍긍하는 학부모이다. 조카지만 딸로 키운 ‘해이’(노윤서)를 위해 사교육 전쟁에 뛰어든 엄마 행선과 중학생 딸 ‘재영’(김시아)을 위해 학부모 모임에 참석해 어떻게든 정보를 얻으려는 엄마 ‘복순’, 전혀 다름에도 두 인물이 겹쳐 보이는 이유다. 딸에게 골고루 먹으라며 반찬 위치를 바꿔 주고, 사춘기인 딸이 말을 듣지 않아 답답해하고, 살인하며 양육하는 모순을 고민하는 등 무지막지한 킬러 길복순의 일상을 전도연은 마치 남행선 같은 얼굴로 소화해 낸다.
스틸출처_<일타 스캔들>/ <길복순>
2023년 2월 21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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