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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움과 안 촌스러움 사이 줄타기’ 넷플릭스 <길복순> 변성현 감독
2023년 4월 18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영화 <길복순>이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권) 부문 1위에 올랐다는 소식에 변성현 감독은 기쁨의 탄성보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양새다. 지난 31일 영화가 공개된 후 시청자의 반응이 속속들이 올라올 즈음, 영화가 특정 성향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있고 해당 집단이 주로 사용하는 멸칭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됐다. 이에 감독의 전작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 때의 논란도 재 점화되며 작품을 향한 시선 또한 호감과 비호감으로 극명하게 갈라졌다. 변성현 감독을 만나 그 입장과 <길복순>의 비하인드 그리고 평소 영화관에 대해 들어봤다.

논란의 사이트 들어가 본 적도 없어

“계속 집에 칩거하다시피 했어요. 사실 전작과 그 전작이(<킹 메이커>, <불한당>)이 흥행이 잘되지 않아서 부담감이 있던 터라 <길복순>에는 좀 기대했던 부분이 커요. 잘 되면 아주 신날 거로 예상했는데 그보다는 안도감이 큽니다.”

그를 비난하는 측이 주장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순천-전라’만 도시-국가명이 아닌 특정 지역으로 표현했고, 이를 쓴 글씨가 붉은 색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의혹은 ‘복순’(전도연)과 그 딸 ‘재영’(김시아)의 대화 속에 등장하는 역사 속 위인들을 사람을 죽인 ‘살인자’라고 묘사한 부분이다.

“사실 감독이 글자 하나하나를 컴펌하지 않아요. 그 의뢰를 받은 ‘희승’(구교환)은 해외가 아닌 국내 작품만 하는 C급 킬러라 그렇게 지역으로 표현한 거예요. 연출부 친구가 차이점을 두고자 글씨 색도 다르게 간 거고요. 그 친구가 너무 미안한 나머지 저한테 연락도 못 하고 있다는 소리를 전해 듣고 ‘탓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 장면은 재영이 엄마가 킬러라는 걸 알고 떠보는 장면이에요.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게 얘기하면서 엄마의 표정을 살피죠. 전혀 의도하지 않았기에 이런 의혹을 예상조차 하지 못했어요.”

“사람들이 말하는 해당 사이트에는 들어가 본 적도 없고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감독의 전작인 <킹메이커>(2022)는 고 김대중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정치 극화. 이를 본 관객이라면 변성현 감독이 말하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더욱더 신경 쓰고 자기 검열하겠지만, 걸러내기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든단다.

“부탁인데 그릇된 기사를 읽고 평점 테러는 좀 자제해 줬으면 합니다. 저에 대한 선입견으로 영화에 피해를 끼치면 너무 죄송하니까요. 저 혼자만이 아닌, 수많은 사람이 피땀 흘려 준비한 작품이라 억울함보다는 자책감과 죄책감이 더 커요.”

엄마 전도연과 배우 전도연 간의 괴리에서 시작

<길복순>은 청부살인 업계의 전설적인 존재인 MK 소속 최고 킬러 ‘길복순’이 재계약을 앞두고 예기치 않은 선택의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벌어지는 킬러 액션 드라마다. 중학생 딸을 양육하는 싱글맘이자, 냉혹한 킬러라는 상반된 삶을 사는 모순된 인물이 주인공이다.

어렸을 때부터 전도연 배우를 너무 존경했다고 그 무한 팬심을 드러낸 바 있는 변성현 감독은 <길복순>을 ‘전도연 선배 맞춤’ 영화라고 표현할 정도다. 다시 말해 선 기획 후 캐스팅이 아니라 선 캐스팅 후 기획이라 하겠다.

“<길복순>은 딸이 엄마에게 문을 열어주는 영화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영화는 계속해서 ‘아이러니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선배에게서 엄마와 배우와의 간극을 발견했고 굉장히 아이러니하다고 느꼈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킬러’로 바꾸면 흥미롭겠다고 생각했죠.” 살인청부를 ‘작품’이라고 칭하고, 작업 시작하는 걸 ‘슛’ 들어간다고 하는 등 <길복순>이 마치 영화 찍는 듯하게 킬러의 세계를 그린 이유다.

“세상 당당한 배우잖아요. 우리 중 아무도 함부로 못 하는 데… 밥 먹고 술 마시다가도 아이와 통화할 때 전혀 다른 사람이 돼요.” 그렇게 모녀 관계를 주요한 모멘텀으로 삼았지만, 간접 경험도 없는 터라 대사를 쓰면서도 아니다 싶었다는 감독. 결국 전도연 선배에게 부탁해서 몇 번이나 그(전도연)의 집을 방문했고 엄마와 딸의 모습을 거실 한 편에서 관찰하며 글을 썼단다.

“복순과 재영, 모녀 사이에는 벽이 있어요. 각자가 지닌 비밀이 이러한 벽을 만들었죠. 킬러인 복순의 비밀은 정말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면, 동성 친구를 좋아하는 재영의 비밀은 사회통념상 받아들여지지 않을 뿐 사실 비밀이랄 것도 없는 문제예요. 딸이 먼저 고백하고 문을 열어주는 데 엄마는 외면하고, 베란다 온실로 회피하고 말아요.”

30년이 넘는 배우 인생에서 전도연의 첫 액션 영화로 주목받았지만, 영화는 단순한 킬러 액션물이 아닌 킬러가 주인공인 엄마와 딸의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온실의 칼라는 초록, 복순이 입는 의상은 빨강 이렇듯 영화는 인물 간의 관계부터 공간과 색상의 활용까지 전방위적으로 대립과 역설, 아이러니의 상황을 말하고 있다.

“전도연 선배는 진짜 치열하고, 자신을 벼랑 끝까지 몰아세운 다음에 연기하는 것 같아요. 정말 본인을 혹사시킵니다. 누구보다 자신만만해하지만요, 속으로는 ‘못해낼 거야’라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이를 극복해 나간다고 할까요. 저도 열심히 사는 사람인데 (웃음) 보면서 저렇게까지는 못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존하되 직접 만나기 전에는 해태나 용 같은 전설 혹은 우상 같은 느낌이었다는 감독이 그 실제와 작업한 소감이다. 앞으로 또 한 번 작업의 기회가 온다면? 말해 뭐할까. “감사할 뿐”이라며 (자신과 선배가) 아직 시도하지 않은 장르를 바로 고민하는 그이다.

촌스러움과 안 촌스러움 사이 줄타기

“<존 윅>과 <킬 빌>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아예 피해가려고 하니까 너무 후져지더군요. 그래서 그 안에서 뭐 하나를 비틀어 보자고 했죠. 배우와 엄마 전도연의 간극에서 출발했으니, 킬러 세계를 엔터 업계에 비유해 봤어요.”

기존 비슷한 컨셉의 영화를 피할 수 있을 만큼 피하고자 노력했다는 변 감독.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를 보고 약간의 멘붕이 왔다고 한다. 이유인 즉 <길복순>의 마지막 시퀀스 때문이다. 복순과 MK 수장 ‘민규’(설경구)와의 대결 시퀀스는 두 사람이 주고받을 액션 합을 시뮬레이션해 보여주는데, 나름 신선한 시도라고 자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이미 사용해 버렸으니! 촬영 막바지인 시기라 무를 수도 없었지만, 만약 미리 봤다면 피했을지도 모른다고.

“개인적으로 한국영화가 어느 순간부터 너무 친절해졌다고 생각해요. <길복순>도 제 기준에서는 친절한 영화예요.”

인물에 캐릭터성을 부여하고 서사에 레이어를 깔기 위해 어느 정도 전사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길복순>은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관객도 보면서 언젠가부터는 설명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 것 같아요. 물론 셋업이 없을 수는 없어요. <길복순>에도 나오지만, 최소화하고 싶었습니다.”

변성현 감독 앞에 흔히 붙는 수식어가 있다. ‘스타일리시’ 다. 미장센과 미술, 연출과 캐릭터 활용, 은은한 대사와 서사 등은 그를 ‘감각 있는’ 감독이라고 명명하게 하는 요소다.

“저보고 ‘스타일리시’하다고 말씀해 줘서 감사하지만, 전 그 이유를 사실 잘 모르겠어요. 미술과 미장센은 모두 <불한당> 때부터 함께한 조형래 촬영감독과 한아름 미술 감독 손에서 탄생한 거예요.”

“한국에서 비주얼리스트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분은 이명세 감독님 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비주얼보다는 감정에 신경을 더 많이 쓰는 편이고 이를 위해 많이 노력해요. 이렇게 표현하면 알아줄지, 혹시 촌스럽지는 않을지 그 사이에서 굉장히 줄타기 하면서 고민하는 편이에요.”

거장도 아트영화를 하는 사람도 아니라고 말하는 그, 촌스러운 와중에 최대한 촌스럽지 않게 표현하려고 노력한단다. 변성현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을 묻자 좋은 말, 그러니까 ‘칭찬’을 받으면 힘이 난다고 한다.

“기분 좋은 칭찬은 자랑하고 싶다”는 감독. 언어 문제로 실현가능성은 적지만, 외국에서 작업 제안을 받은 것, 그리고 ‘영화감독이 사라지는 요즘 영화감독으로 남아줘서 고맙다, 막걸리 먹으며 이야길 나누고 싶다’는 이명세 감독으로부터 최근 받은 문자를 자랑한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3년 4월 18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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