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부산행>과 <방법> 시리즈 등 독자적이고 신선한 ‘연니버스’를 선보여온 연상호 감독의 새로운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이 지난 19일(금) 공개됐다. 공개 이틀 차인 20일(토) <오징어 게임>을 제치고 플릭스패트롤(OTT 콘텐츠 순위집계 사이트) 넷플릭스 TV 쇼 부문 월드 랭킹 1위를 차지한 <지옥>! 이에 일등 공신인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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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사자가 등장하면서 함께 출현한 신흥종교 ‘새진리회’의 의장이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죽음의 고지를 받은 ‘박정자’의 시연을 생방송해 세상에 신의 심판이 존재하다는 것을 알리며 세를 확장한다. 시리즈 공개에 앞서 배우 유아인이 분한 ‘정진수’의 모습이 담긴 트레일러가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정리되지 않은 장발 머리와 남루한 옷, 마른 몸 등 원작 속 캐릭터를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온 듯한 모습은 물론 유아인 특유의 발성과 말투 또한 사이비 교주 대사와 제법 잘 어울린다. 특히 전작 <버닝>(2018), <소리도 없이>(2019), <#살아있다>(2020) 등에서 계속 고수하던 짧은 헤어스타일을 버리고 머리를 기른 것이 큰 역할을 하는 듯 보인다.
법무법인 '소도'의 변호사. ‘새진리회’와 ‘화살촉’이 사람들을 선동하는 것을 막고, ‘화살촉’에 의한 무분별한 테러를 받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동료 변호사들과 ‘새진리회’에 맞선다. 시즌1 전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핵심 인물로 배우 김현주가 연기한다. 김현주는 똑부러지는 이미지와 정확한 딕션 덕에 앞서 드라마 <파트너>, <애인있어요>, < WATCHER > 등에서 변호사를 연기한 바 있는 이른바 변호사 전문 배우. 이번 작품에서는 신념을 위해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정의로운 변호사로 분했다. 극 초반부 단정하고 전형적인 모습의 변호사로 등장하지만 모종의 사건 이후 짧은 머리와 워커, 야상 등 활동적인 차림새로 나타나 과격한 액션 신을 선보인다. 화려하거나 타격감 넘치는 액션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데뷔 24년차 배우 김현주의 새로운 면모에 놀라게 될지도!
배우 양익준이 연기하는 ‘진경훈’은 ‘새진리회’를 수사하고 있는 형사다. 과거 범죄자에게 아내가 살해당했으며 이때 법의 무력함을 경험한 바 있다. 투박하고 잔정 많은 캐릭터와 배우 이미지가 상당히 잘 어울린다.
‘진경훈’ 형사의 외동딸 ‘진희정’은 원작에서는 아들 ‘진성호’였으나 시리즈화 과정에서 딸로 변경됐다. 연상호 감독이 배우 이레를 캐스팅하기 위해 원작 캐릭터의 성별을 바꿨다고 밝힌 바 있다.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다 ‘새진리교’의 교리에 깊게 빠져들게 되고, 범죄에 연루되는 인물이다.
국내 두 번째 시연 대상자로 남편 없이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싱글맘이다. 본인의 생일날 자식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던 중 지옥의 고지를 받는다. 시연 장면을 생중계하면 거액의 돈을 주겠다는 ‘새진리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언론과 대중의 앞에서 죽음을 맞는다.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맡은 드라마 <방법>에서 무당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김신록이 ‘박정자’ 역을 맡아 혼란과 절망에 빠진 캐릭터의 유약한 내면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김신록의 연기에 대한 대중의 반응 역시 뜨거운 편.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가장 강렬한 캐릭터 중 하나로 시즌2에 대한 주요 단서를 쥐고 있는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배영재’는 방송국 PD이자 웹툰 시즌2에 해당하는 시리즈 4~6화의 주인공이다. 평소 ‘새진리회’와 ‘화살촉’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 동료 PD의 시연을 직접 목격하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자신의 아기까지 고지를 받은 사실을 알게 된 후 '소도'와 접촉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관객이 쉽게 몰입하고 따라갈 수 있는 현실적인 인물 중 하나인데, 배우 박정민이 이를 맡아 특유의 밉지 않은 짜증 연기를 바탕으로 캐릭터에 대한 호감과 흡인력을 끌어낸다.
‘배영재’의 아내 ‘송소현’은 드라마 <라이프>, <날 녹여주오>와 웹드라마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등에 출연한 원진아가 연기한다. 전작들에 비해 연기력이 훨씬 개선됐다는 게 중론. 이번 작품에서는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를 잃게 된 엄마 역을 맡아 애절한 모성애를 선보인다.
‘화살촉’의 리더이자 인터넷 방송을 통해 ‘화살촉’에게 간접 지령을 내리고 선동하는 인물이다. 인디언 화장과 소품을 걸치고 방송한다. 자극적인 발언과 세상 경박한(?) 말투가 실존하는 인터넷 방송인들 몇몇을 떠올리게 한다. <반도>, <방법>에 이어 연상호 감독과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배우 김도윤이 ‘이동욱’으로 분했다. 김도윤은 앞서 <곡성>의 사제 역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배우 특유의 병약미 때문인지 유약하고 피폐한 캐릭터와의 궁합이 좋은 편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지옥행 고지를 받은 이들의 신상을 파헤쳐 무작위로 죄를 폭로하고, 직접 단죄하는 등 점점 광기에 사로잡히는 모습을 안정적으로 연기해낸다.
사진_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