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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도 코즈믹 호러” <지옥> 연상호 감독
2021년 12월 7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오징어 게임>의 넷플릭스 세계 1위라는 바통을 이어받은 <지옥>. 그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한국 콘텐츠의 파워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원작 웹툰의 공동작가이자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은 이런 열렬한 반응에 “의외”이고 “얼떨떨하다”고 말한다. 코어 관객층을 타깃으로 했기에 “국내 2위 정도” 오르지 않을까 예상했다고. “<지옥>을 만들면서 관련 이야기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많은 분이 보고 저마다의 해석을 내놓는 상황 자체가 기쁘고 즐겁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하는 연 감독을 화상으로 만났다.

서브컬처 영화의 매니아를 자처하는 연 감독은 <지옥>을 만들며 웰메이드를 지향하면서도 자신이 푹 빠졌던 서브컬처의 키치적인 요소를 넣고 싶었다고 한다. 이로써 탄생한 것이 ‘화살촉’(김도윤) 캐릭터다. “화장으로 얼굴을 가린 선동가를 연상해 만든 캐릭터예요.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 해줬죠.” 덕분에 화살촉은 국내외적으로 최고 비호감 캐릭터에 등극하기도 했다.

연 감독에 의하면 <지옥>은 ‘코즈믹 호러’다. 코즈믹 호러란 거대 괴수, 신, 운명, 죽음, 시간, 항성 및 행성, 우주, 심해 등 인간이 감히 대적하거나 또 거부할 수 없는 대상에 기인한 공포를 말한다. 창시자로 꼽히는 러브크래프트가 ‘우주적 공포’라고 표현한 데서 기인한 호러의 한 가지로 독특한 문법을 지닌 장르. ‘정체를 알 수 없는’ 혹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초월적인 현상을 앞에 둔 인간의 무력감이 공포의 기본이자 핵심 베이스로 꼽힌다.

그렇기에 극 중 논리와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나아가 선악의 구분없이 ‘고지’가 내리고, 세 지옥 사자에 의해 ‘시연’되고, 급기야는 그 속에서 아기는 살아남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은 개연성의 부족이 아니다. 오히려 코즈믹의 속성에 매우 부합한 결과라 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감독은 “휴머니즘이란 무엇인가” 즉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지옥을 관통하는 중요한 메시지라고 짚는다. “극 중 ‘정진수’(유아인), ‘민혜진’(김현주), ‘배영재’(박정민) 등 여러 캐릭터가 존재하는데 과연 어떤 모습이 진짜 인간적인 걸까요. 관객이 보고 이야기를 나누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고지와 시연’이라는 신의 뜻 자체보다 ‘새진리회’라는 종교 단체와 이를 추종하는 인간 군상을 통해 드러난 잔인함, 폭력성, 맹목성, 야만성을 떠올려 보면 그 속에 심어 둔 ‘휴머니즘’이라는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장르성과 보편성의 균형에 대해서는 “만화 ‘20세기 소년’(작가: 우라사와 나오키)을 좋아합니다. 키치적인 요소와 보편적인 희망을 잘 엮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렇게까지는 어렵더라도 독자로서 이 작품을 처음 접했던 놀라운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지옥>을 본 시청자가 대체로 지닌 공통적인 의문이 있다. 우선 콘티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원작 웹툰의 전개와 구성을 그대로 따라갔음에도 결말은 달리 가져갔다는 점이다. 이에 “웹툰 완결 전에 넷플릭스와 영상화를 확정했어요. <지옥> 속 엔딩을 그대로 할지, 웹툰에서는 뺄지 고민하다가 넣지 않는 쪽으로 결정했습니다.” 웹툰과 영상의 크리에이터가 동일했기에 효과적으로 설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고릴라를 연상케 하는 지옥사자 3인방, 일명 ‘지옥 삼둥이’의 외형에 대해서는 “지옥사자가 인간일 수 있겠다는 상상에서 출발했습니다. 혐오감으로 똘똘 뭉친 인간은 어떤 모습일지 떠올려봤어요.”라고 설명한다.

또 지옥사자의 화염 속에서 아기 ‘튼튼이’가 살아남은 이유에 대해선 “지옥사자가 내뿜는 무언가가 정말 우리가 아는 ‘불’일까요. 극 중 타버린 시체가 유기물이 아니라고 언급되기도 하는데요. 단순한 불일 수도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어요. ‘튼튼이’가 그 증거죠.”라고 지옥사자의 정체와도 연결될 수도 있다고 힌트를 남긴다.

그렇다면 ‘박정자’(김신록)는 왜, 어떻게 부활한 걸까. “드라마 <방법>에서 김신록 배우의 연기를 보고 내가 쓴 각본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놀랐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꼭 모시고 싶었죠. 박정자의 부활로 세상은 더 혼란스러워져요. 자세한 이야기는 시즌2에서 이어가려고 합니다. 확실한 건 그가 갔다 온 지옥이 단순히 물리적 공간으로서 지옥은 아닐 거라는 겁니다.” 미루어 보자면 박정자와 튼튼이, 두 인물이 시즌2의 주요한 키로 역할 할 거로 보인다.

가장 궁금한 점은 시즌2가 언제쯤, 어떤 방식으로 공개될지 여부다. 공동 작업한 최규석 작가와 어느 정도 협의가 된 상태로 웹툰 시즌2는 내년 하반기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넷플릭스 시즌2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한다. 다만 “시즌2도 코즈믹 호러”라고 확신하며 “메시지는 비슷하지만, 방식은 다를 수 있어요. 이번보다 좀 더 실체에 접근하는 이야기가 될 겁니다.”라고 기대를 높인다.

마지막으로 연 감독은 <지옥>이 코즈믹 호러인 만큼 장르의 개척자로 꼽히는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이나 영향을 받은 영화 <미스트>(2007)를 추천한다. 현재 촬영 중인 강수연, 김현주 배우가 참여한 넷플릭스 영화 SF 물 <정이>로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1년 12월 7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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