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제임스 프랭코)는 미국 캔사스의 서커스단을 전전하는 별 볼 일 없는 마술사다. 그는 어느 날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신비한 세계 ‘오즈’에 도착하고, 오즈의 사람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그가 오랫동안 기다려 온 위대한 마법사라고 믿는다. 사기꾼 기질이 있는 오스카는 보물을 차지하고픈 욕심에 위대한 마법사 행세를 하고, 세 마녀 테오도라(밀라 쿠니스), 에바노라(레이첼 와이즈), 글린다(밀라 쿠니스)의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고전동화를 되새김질하는 것이 할리우드의 트렌드이자 생존법이 된지 오래다.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은 그 점을 재차 증명하는 사례다. 제작사인 디즈니의 내부에서 보면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연장선상으로 보이기도 한다.(오프닝 시퀸스와 대니 앨프만의 음악에서 팀 버튼이 살짝 겹쳐진다) 다만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의 지향점은 겉핥기에 그치는 여느 할리우드 고전동화들과 비교했을 때 훨씬 뚜렷하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영화에 대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지다시피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의 모태는 원작이 아니라 빅터 플레밍의 1939년 영화 <오즈의 마법사>다. 영화 초반 캔사스에 있는 오스카의 현실세계는 흑백이었다가, 그가 토네이도에 휘말려 오즈에 떨어지면서 컬러로 바뀐다. 좁고 답답한 흑백화면이 걷히고 원색적인 세계가 와이드 스크린에 펼쳐지는 순간은 굉장한 황홀함을 선사한다. 이는 도로시가 문을 여는 순간 흑백화면이 컬러가 되는 <오즈의 마법사>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며, 고전영화의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장치다. <오즈의 마법사>를 21세기의 테크닉으로 충실하게 재현하겠다는 의도가 단번에 드러나는 부분이다.
영화의 비주얼은 한마디로 탁월하다. 스케일 공세로 압도하기보다는 현실감과 디테일을 중시하는 쪽이다. 예를 들어 장신족인 윙키스와 난쟁이족인 쿼들링의 리얼리티를 위해 190cm 이상, 150cm 이하의 배우를 대거 캐스팅했다고 한다. CG의 사용을 최대한 배제한 대신에, 3D가 인물들의 움직임에 자연스럽고 생생한 입체감을 부여한다. 그 외에도 세트로 제작된 에메랄드 성과 먼치킨 랜드의 웅장함, 19세기 영국 신사 같은 오스카의 쓰리피스 정장, 마녀들의 드레스, 총천연색의 계곡과 꽃밭 등 시각적인 감상 포인트가 넘쳐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먼치킨 랜드의 주민들이다. 백인, 동양인, 흑인 등 인종분포부터 다양한데다, 각자의 특성을 꼼꼼하게 반영한 다채로운 차림새는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앞에서 언급한 초반 흑백의 화면비율은 무성영화 시대의 포맷인 1:33이며, 영화 속에서 토마스 에디슨과 활동사진의 이야기는 수차례 나온다. 오스카와 글린다의 연기와 풍모는 그 시절의 캐릭터를 옮겨온 것처럼 고전적이다. 실제 마법사가 아닌 오스카가 마녀의 군대와 맞서는데 사용한 무기는 영사기와 약간의 특수효과, 다시 말해서 영화라는 마술이다. 그들이 작전을 펼치는 마차 내부는 극장의 영사실을 연상시킨다. 이 영화가 <오즈의 마법사>의 프리퀄인 한편, 스스로가 영화광이었던 샘 레이미가 영화라는 예술 자체에 바치는 헌사로 읽히는 이유다.
2013년 3월 7일 목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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