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만 놓고 봤을 때는 <오션스 일레븐> 부럽지 않다. 덕수의 지략, 동수의 무예, 대현의 폭탄 제조법, 석창의 땅 파는 기술 등 금보다 귀한 얼음을 훔치기 위해 모인 ‘꾼’들의 매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얼음 탈취 작전을 실행에 옮길 때 정작 이들의 매력은 제대로 발산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도둑질을 하게 된 목적의식이 불분명해지기 때문. 물론 덕무에겐 역모 죄로 몰린 아버지를, 동수는 좌의정 무리들에게 죽임을 당한 군사들의 원한을 풀기 위함이라는 이유가 있다. 그러나 다른 인물들이 참여하게 된 목적에 대해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훔친 얼음을 좌의정에게 되팔아 번 돈을 나눠주겠다는 덕무의 제안으로 하나 둘씩 모였지만, 중반 이후 그 계획은 갑자기 변경된다. 그리고 백성들에게 얼음을 나눠주겠다는 일념 하에 목숨을 걸고 도둑질을 시작한다. 돈이 아닌 의를 위해 얼음을 훔치게 된 이들이 볼멘소리 하나 없이 변경된 계획에 따라 일을 하는 모습은 긴장감도, 현실감도 떨어진다. 여기에 얼음을 훔치는 과정도 기발함이 떨어져 재미가 반감된다.
그나마 영화를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건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다. 일단 출연했다 하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차태현은 첫 사극출연임에도 중심을 잘 잡아준다. 자신이 앞장서지 않고, 주변 인물들의 코믹함을 이끌어내는 연기가 빛을 발한다. 더불어 신정근, 고창석, 성동일 등 확실하게 웃겨주는 감초조연들의 연기가 소소한 재미를 준다. 잘 빠진 범죄영화는 아니지만 온 가족이 부담 없이 즐기기에는 무난해 보인다.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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