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무서운 이야기’다. 네 편의 호러 단편으로 구성된 <무서운 이야기>는 각 영화마다 색다른 공포감을 전한다. 영화의 첫 번째 이야기를 장식하는 정범식 감독의 ‘해와 달’과 세 번째 이야기로 등장하는 홍지영 감독의 ‘콩쥐, 팥쥐’는 동명의 전래 동화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탈바꿈시킨 작품. ‘해와 달’의 남매는 호랑이가 아닌 택배 기사에게 위협을 당하며, ‘콩쥐, 팥쥐’의 자매는 나이 많은 재력가를 두고 질투와 시기를 반복하는 원수로 등장한다. 한편 임대웅 감독의 ‘공포비행기’는 비행기 안에서 살인마와 스튜어디스의 혈전을, 김곡‧김선 감독의 ‘앰뷸런스’는 좀비들이 득실거리는 상황에서 오로지 딸을 살리려는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다.
공포종합선물세트라고 다 무서울 수는 없는 법. 호러 장르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건 좀비물 ‘앰뷸런스’다. 위협적인 좀비 공격보다 더 공포스러운 건 앰뷸런스 차 안에서 딸의 감염여부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엄마의 관계다. 서로를 죽여야 살 수 있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 후반부에서 보여줬었던 독특한 편집이 이번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기담> 이후 공포 영화에 도전한 정범식 감독은 ‘해와 달’에서 기존 호러 영화의 장점을 살리면서 괴담보다 현실이 더 공포스럽다라는 메시지를 함께 담는다. 시도는 좋았다. 하지만 그 의미가 잘 전달됐는지는 의문이다. ‘콩쥐, 팥쥐’는 여성의 질투심을 섬뜩한 공포로 이미지화 하는데 성공했지만 이미지 과잉을 드러낸다. ‘공포 비행기’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극이 긴장감을 요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힘이 떨어지는 단점을 노출한다. 한 번에 네 가지 호러 영화를 맛볼 수 있다는 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지만, 각 영화에 따라 완성도 편차가 큰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2012년 7월 24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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