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소품이었다. 군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보니 군복, 모형 총, 도시락, 바둑판 등이 즐비했다. 당일 사진 촬영을 맡은 유지혁 작가는 콘셉트에 맞는 소품들을 확인하면서 스텝들과 사진 촬영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잠시 후 곽경택 감독이 도착했다. 응원차 방문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 포스터 촬영을 하기 위해 온 것이다. 감독이 포스터에 직접 나오는 건 드문 일이다. 이에 대해 유지혁 작가는 “메인 포스터는 이미 촬영했다”며 “하지만 감독님의 자전적 이야기가 바탕이 된 작품이라는 의미를 살리고 싶어 감독님이 직접 등장하는 포스터도 구상해봤다”고 말했다. 곽경택 감독은 이 대화를 엿들었는지, 여분으로 찍는 거라고 손사래를 쳤다.
첫 촬영은 곽경택 감독과 김준구가 어깨동무를 하는 콘셉트로 진행되었다. “준구씨, 어제 (오)달수씨하고는 잘 하더니, 오늘은 감독님 앞이라 긴장한 거야?”라는 작가의 말에 곽경택 감독은 “준구야 긴장하지 마라. 나도 긴장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미운 오리 새끼> 포스터 촬영은 3일째였다. 김준구는 3일 동안 계속해서 카메라 앞에 섰다. 이제는 적응할 만도 한데, 감독 앞이라서 그런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플래시가 터지자 ‘짝다리’를 짚는 등 자유로운 포즈를 취했다. 이어 김준구가 앉아있고, 그 뒤에 곽경택 감독이 서 있는 콘셉트로 촬영이 진행됐다. 계속되는 촬영에 힘들어 하던 김준구에게 “힘내라”며 어깨를 주물러 주는 곽경택 감독의 모습이 마치 아버지처럼 보인다.
다른 쪽에선 휴식중인 김준구가 신문에 난 <미운 오리 새끼> 현장 공개 관련 기사를 읽고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 영화에 출연한 소감을 물었더니 아직 얼떨떨하단다. 실제 헌병출신인 김준구에게 군대를 소재로 한 영화 촬영은 수월했는지 궁금했다. 그는 “헌병대를 소재로 한 에피소드가 있어서 반갑기는 했는데, 촬영은 힘들었다”고 밝혔다.
약 3시간동안 이어진 포스터 촬영은 김준구의 단독 샷으로 끝을 맺었다. 지난 1일 크랭크업 했던 <미운 오리 새끼>는 후반작업을 거쳐 오는 5월 개봉할 예정이다.
<미운 오리 새끼>는 <친구>처럼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3박 4일 동안 빵하고 물만 먹고 쓴 작품이 <억수탕>이다. 몸은 고됐지만 마음만은 즐겁더라. <친구>를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생각해 보니 내 기억 속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 낼 때 가장 행복한 걸 깨달았다. 그러다 떠오른 게 단편 <영창이야기>였고, 그 영화를 장편으로 옮기는 작업에 착수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987년도에는 대학교에서 투쟁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하지만 난 참여하지 않았다. 나이가 드니 친구들과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이 들었다. 마음속에 남아있는 부채의식이 영화 제작의 원동력이었다.
오달수를 제외한 거의 모든 배우가 신인이다. 신인배우들과의 작업은 어땠나?
- ‘기적의 오디션’ 제자들과 영화를 만든다고 하니까 주변 사람들이 다 미쳤다고 했다.(웃음) 많은 부담감을 갖고 시작한 게 사실이다. 다들 이번이 첫 영화 작업이라서 살얼음을 걷는 듯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으니까. 하지만 신인들이다보니 기교 없는 신선한 연기가 너무 좋았다. 그 맛에 했지.
Interview – 김준구가 말하는 <미운 오리 새끼>
낙만이란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일단 감독님을 관찰했다. 영화가 감독님의 자전적 이야기라서 감독님의 행동이나 말투를 보고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그리고 예전 군대 시절을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되더라.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낙만이랑 알게 모르게 비슷한 점이 많다.
<미운 오리 새끼>를 관람할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영화는 부모님 세대에게 향수를, 우리 세대에게는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많이들 와서 보셨으면 좋겠다. 또한 신인들이 출연한 이 영화를 보고 배우의 꿈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2012년 4월 17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사진_레몬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