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달리는 걸 좋아했던 준식(장동건)과 타츠오(오다기리 조)는 조선과 일본을 대표하는 마라톤 선수로 성장한다. 올림픽 출전권이 달린 마라톤 경기에서 접전을 펼친 결과, 준식이 1등을 차지한다. 하지만 경기 관계자는 타츠오를 우승자로 발표한다. 이에 격분한 조선인들은 폭동을 일으키고, 이 사건에 휘말린 준식과 조선 청년들은 일본군에 강제 징집된다. 1년 후, 마라톤을 포기한 채 일본군 대위가 된 타츠오는 준식이 있는 부대로 온다. 소련의 탱크를 부셔버리겠다고 호언장담한 타츠오와 병사들은 오히려 소련군의 기습을 당해 포로가 된다. 서로에 대한 미움과 원망을 지닌 채 전장의 소용돌이에 빠진 준식과 타츠오는 살기위해 소련군을 거쳐 독일군 병사가 된다. 그리고 노르망디에서 연합군에 맞서 마지막 전투를 준비한다.
강제규 감독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전쟁 장면은 탁월한 영상미를 자랑한다. 특유의 핸드헬드로 긴박감을 조성한 뒤, 총알이 빗발치고 폭탄이 터지는 전쟁의 아수라장으로 초대한다. <태극기 휘날리며>로 전쟁 영화의 노하우를 쌓은 감독은 세 번의 전쟁 장면을 각기 다른 콘셉트로 연출한다. 특히 탱크의 위력을 실감나게 표현한 노몬한 전투와 연합군 전투기의 폭격 장면을 그린 노르망디 해전은 스펙터클함을 고조시킨다.
완성도 높은 영상과 달리 이야기는 전작보다 퇴화된 느낌이다. 이 영화의 이야기 동력은 준식과 타츠오의 국적을 넘은 우정이다. 이들은 전쟁이란 어찌할 수 없는 사건 안에서, 용서와 화해를 거듭하며 우정을 쌓아간다. 그러나 이들의 우정을 확인할 만한, 방점을 찍는 순간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이들은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억누른다. 특히 준식은 감정 동요 없이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간다. 그러다보니 준식에 대한 감정이입이 쉽지 않다. 오히려 감흥을 주는 건, 준식의 친구 종대(김인권). 전쟁으로 인해 극과 극으로 치닫는 그의 모습이 두 주인공보다 더 와 닿는다. 결과적으로 강제규 감독의 7년 만의 외출은 절반의 성공으로 그친 듯 하다.
2011년 12월 22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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