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달린다 <마이웨이> 장동건
2011년 12월 22일 목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강제규 감독과 또 한 번 전쟁영화를 찍었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끝내고 다시는 전쟁영화를 안 하겠다고 했는데, 또 찍게 됐다.(웃음) 언론시사회 때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예전보다 더 많은 부담감이 밀려오더라.

<태극기 휘날리며>에 출연했던 것이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많은 도움을 줬을 것 같은데.
-큰 도움은 안 되더라. 매도 한 번 맞을 때나 두 번 맞을 때 아픈 건 똑같지 않나. 이번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보다 규모면에서 커진 작품인데, 현장에서 배우가 실감하는 측면이 많지는 않았다. 큰 스케일에 눌려서 연기에 지장을 받지도 않았다. 다만 오랜만에 전쟁 장면을 찍으니까 무섭더라.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전보다 위력이 강해진 폭탄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다고 들었다.
-동료 배우들 중에 전쟁영화를 찍어본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특히 (김)인권이가 궁금증이 많았다. 자기는 겁이 많다고 하면서 걱정을 하더라. 그래서 전쟁 장면 촬영 때 폭탄의 화력은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촬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얘기해줬다. 촬영이 시작되고, 폭탄이 터지는데, 화력이 <태극기 휘날리며>때보다 훨씬 셌다. 나도 모르게 겁이 났다. 나와 다르게 인권이는 겁 없이 잘 하더라.(웃음)

극중 종대 역의 김인권과는 <아나키스트> 이후 오랜만에 작업한 걸로 알고 있다.
-인권이는 아직도 아역배우 같은 느낌이 든다. 6살 차이 밖에 나지는 않지만 워낙 어렸을 때 만나서 그런지 어리게만 느껴진다. 세 아이의 아버지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나이 들어서 만났는데, <아나키스트>때 나와 관련됐던 일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더라. 너무 고마웠다. 이번 영화 촬영하면서 연기뿐 아니라 스태프들을 챙기는 인권이의 모습을 보고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다.
언론시사회 이후 준식의 캐릭터가 밋밋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든다. 준식이 전쟁을 통해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태극기 휘날리며>의 진태와 차이점이 없다고 말이 나왔을 것이다. 준식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은 전혀 없다. 영화적으로 그런 인물이 꼭 필요했다. 강제규 감독님 전작을 봐도 <은행나무 침대>는 신현준, <쉬리>는 최민식이 눈에 띄었지만, 시간이 흐른 뒤 두 영화를 떠올렸을 때 한석규 선배님이 떠오르더라. 준식도 훗날 그렇게 기억될 것 같다.

준식이란 캐릭터를 처음 접했을 때는 어땠나?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거 같은데.
-처음에는 굉장히 상징적이고 비현실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으로 다가갈까 생각을 많이 했는데, 막상 촬영하면서는 준식이 굳이 현실적인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상징적인 인물로서의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물론 배우 개인의 욕심으로는 감정 폭이 큰 역할이 욕심난다. 이 영화 경우에는 처음 시작할 때 초고 이전에 버전이 있었다. 그때는 지금 종대(김인권)라는 인물이 없었고 준식이 종대의 성격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눈 뒤 나온 결론은 <태극기 휘날리며>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종대라는 인물을 창조하게 됐고, 준식은 본인은 변화가 없지만 주변을 변화시키는 인물로 바뀌게 된 거다.

아무래도 전쟁영화라는 점에 몸이 고된 장면이 많았을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을 꼽자면 무엇인가?
-몽골 전투에서 전투기에 쫓기는 장면을 찍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영화에서는 분량이 길지 않았지만 3일 정도 내리 찍었다. 새만금에서 촬영했는데, 땅바닥이 질퍽해서 더 힘들었다. 탈진도 하고, 발에 쥐도 나고 고생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의외로 마라톤 장면은 한 번에 끝났다.

촬영 전 마라톤 수업 덕을 톡톡히 봤나 보다.
-극중에서는 실제 뛰지 않아도 사점(死點 몸속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가 극단적으로 부족한 상태에 이르러 죽을 고비에 다다른 점)을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그 기분을 알기 위해서 연습을 했다.

또 다른 힘든 점은 언어다. 이번 영화에서 일본어를 많이 구사한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에서 했던 일본어 연기가 도움이 많이 됐을 법도 한데.
-더 어려웠던 것 같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제작 당시에는 영화가 일본 관객에게 소개될 거란 생각을 안 하고 촬영한 거다. 하지만 <마이웨이>는 제작할 때부터 일본 관객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일본 관객에게 정확한 시대 배경과 언어를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공을 더 많이 들였다. 오다기리 조가 “그 정도만 해도 일본사람들이 다 알아듣는다”고 했지만 왠지 열심히 안하면 안 될 것 같더라.

영화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부분은 준식과 타츠오의 우정이다. 준식은 처음부터 타츠오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
-준식 입장에서는 타츠오를 미워하거나 증오할 이유가 없지 않나. 타츠오는 조선인에 의해 할아버지가 죽게 된 상황이 있어서 미워할 수 있지만 말이다. 준식 입장에서는 그냥 라이벌이지 않았을까, 싶다.
처음으로 오다기리 조와 연기를 하게 됐다. 아까 오다기리 조와의 인터뷰에서 연기는 장동건이 자신보다 잘한다고 말했는데.
-연기에서 지고 이기는 게 있나. 오다기리 조가 재미있게 이야기 한 것 같다. 내가 가장 먼저 캐스팅 됐는데, 다른 배우 캐스팅을 놓고 고심하는 감독님에게 타츠오는 오다기리 조가 좋을 것 같다고 제의 했다. <피와 뼈>를 통해 첫 연기를 봤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 때부터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현장에서 연기를 해봤는데, 훈련이 잘 되어 있더라.

판빙빙과도 연기를 했는데, 너무 짧았다. 관객들로서는 준식과 쉬라이(판빙빙)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도 기대가 클 거다.
-감독님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영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 판빙빙의 분량이 워낙 적어서 편집된 거 아니냐는 질문도 있는데, 실제 시나리오 분량이 그 정도였다. 사실 사랑이야기의 주인공은 타츠오와 준식의 여동생이다. 타츠오가 어렸을 적부터 준식의 여동생을 짝사랑하는 설정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의 초점이 두 남자의 이야기로 좁혀지게 되면서 남녀간의 사랑이 없어졌다.

혹시 영화에 투자를 했나? 판빙빙은 투자 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런가? 나는 안했다.

런닝 개런티를 받는다고 하던데.
-맞다. 하지만 손익분기점이 너무 커서.(웃음)

<퍼펙트 게임>과 한 판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어떤 영화가 우위를 점할 것 같나.
-개인적으로 <퍼펙트 게임>은 굉장히 궁금한 영화다. 실제 그 게임을 기억한다. 출연한 두 배우가 실제 선수들과 흡사해서 궁금증이 더 커졌다. 하지만 <마이웨이>와 같은 날 개봉해서 흥행은…….(웃음)

<워리어스 웨이>도 그렇고 계속해서 대작 영화에만 출연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작품에 대한 욕심은 없나?
-큰 규모의 영화를 계속하다 보니 연기에 대한 결핍 같은 게 생긴다. 예전에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이후 <해안선>을 한 것도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현재 중국에서 허진호 감독님과 <위험한 관계>라는 영화를 찍고 있는데, <마이웨이>보다는 현저히 작은 규모의 영화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을 다룬 작품인데,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다.

대작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배우가 작품을 선택한다는 것보다 작품이 배우를 선택한다고 본다. 규모가 큰 영화들이 들어왔으니까 대작을 선택한 것 같다.

<마이웨이>를 비롯해 <무극>이나 <워리어스 웨이>처럼 합작 영화에 꾸준하게 출연해 왔다. 이런 다양한 경험이 배우로서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어떤 의지가 있어서 혹은 새로운 경험을 해보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합작 영화를 선택한 건 아니다. 그냥 연기를 하고 싶고, 작품이 마음에 들어서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다. 합작 영화는 내가 직접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했다. 두렵기는 했지만 호기심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도움을 많이 줬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체득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배우로서의 역량을 한 층 올려주는 계기가 됐다.

<마이웨이>때 8~9개월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가족들에게 미안함이 있겠다.
-많이 못 봤는데, 다행이도 아빠를 알아보는 것 같다.(웃음) 아내도 잔소리보다는 이해해주는 편이다. 딴 짓하는 게 아니라 영화 촬영 때문이니까. <위험한 관계> 때문에 중국 촬영을 가는데, 미안함이 계속 될 것 같다.

결혼하고 아이를 가진 뒤 가장 크게 변한 건 무엇인가?
-선택의 기준이 많이 바뀌었다. 그게 가치관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선택하거나 무언가를 놓고 고민할 때 그 기준이 결혼 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예를 들면 배우로서 탐나는 역할이 들어와도 ‘아이가 커서 이 영화를 본다면...’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따라온다.(웃음) 선택에 큰 기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는 건 확실하다.
장동건 하면 언제나 신사적이고, 바른 생활 이미지가 붙어 다닌다. 부담스럽지는 않는지.
-실제보다 미화된 부분도 많이 있다. 잘한다 잘한다 하면 더 잘하고 싶은 게, 사람 심리 아닌가. 언제나 그렇게 봐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기도 하지만 부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실망시키는 일을 더더욱 하고 싶지는 않다. 절충을 잘 해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대중들과의 소통이 활발하지 않는 배우 중 하나다. 예능 출연도 안하고 SNS도 하고 있지 않은데.
-SNS를 통해 내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쑥스럽다. 사실 트위터는 한다. 매니저 계정으로.(웃음) 유명한 분들 트위터도 보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보면서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된다. 연예인이다 보니 시시콜콜한 이야기보다 뭔가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 예능에 노출을 꺼리는 것도 TV가 아닌 스크린을 통해 연기를 보여주는 게 배우로서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관객의 몰입을 도와주기 위한 배려라고나 할까.

벌써 데뷔 20년차다. 연기자의 길, 언제까지 걷고 싶나.
-생각 같아서는 평생 하고 싶지. 배우라는 직업이 좋다. 사람이 가장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을 때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배우라는 일보다 더 좋은 일을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이런 생각은 든다. 배우로서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이 있는데, 물리적으로 그 역할을 못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 그 때 영화를 만들고 싶어질 것 같다. 많은 준비와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자연스럽게 되지 않을까 싶다. 감독 장동건으로.

2011년 12월 22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사진제공_ SK플래닛주식회사,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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