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장 안에 갇혀 알만 낳는 잎싹(문소리)은 언제나 자유를 꿈꾸는 암탉이다. 어느 날 폐사한 걸로 오인 받아 양계장을 탈출한 잎싹은 꿈꾸던 자유를 찾지만, 곧바로 족제비 애꾸눈(김상현)에게 공격을 당한다. 그 때 어디선가 나타난 청둥오리 나그네(최민식) 덕분에 목숨을 건진다. 이후 숲속 터줏대감 달수(박철민)의 도움으로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잎싹은 우연히 나그네의 알을 품게 된다. 알에서 부화한 아기 오리 초록(유승호)은 잎싹을 엄마라고 부르며, 행복하게 자란다. 하지만 초록은 점점 자랄수록 자신과 생김새가 다른 잎싹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CG가 아닌 2D 셀 애니메이션의 따뜻한 감성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늪 주변의 자연 풍경, 숲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식물들의 디테일한 표현 등은 셀 애니메이션 영상의 깊은 맛을 살린다. 주요 캐릭터들도 한 몫을 한다. 일찍이 배우 캐스팅을 마친 제작진은 ‘선녹음-후작화-본녹음’ 시스템을 도입, 배우들과 캐릭터의 싱크로율을 높였다. 특히 달수 캐릭터를 연기한 박철민은 특유의 전라도 사투리와 애드리브를 구사하면서 맛깔스런 연기를 뽐낸다.
무엇보다 영화의 장점은 이야기의 힘이다. 그동안 국내 애니메이션의 취약점이라 할 수 있었던 이야기는 이번 영화에서 짜임새 있게 구성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잎싹이가 있다. 잎싹은 “왜 좀 다른 게 어때서? 서로 달라도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는 거야”라는 대사를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보여준다. 또한 양계장에서 벗어나 더 넓은 곳으로 여정을 떠나는 모습은 도전적인 가치관을 드러내면서 ‘이 세상의 주인공은 나’라는 의미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영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국내 애니메이션이 할리우드와 일본 애니메이션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일거다. 하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은 그 고정관념을 깨기 충분한 결말을 준비한다. 판에 박힌 해피엔딩은 지양하는 영화는 참다운 희생의 의미를 전한다. 선과 악의 잣대를 들이밀지 않고, 양육강식의 세계를 그대로 이입했다는 점 또한 결말을 빛나게 한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지점이 분명 있겠지만, 6년 동안 푹 담근 국내 애니메이션의 참맛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11년 7월 26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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