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류승범이다. 그가 없었다면 이 영화가 만들어졌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상한 고객들>은 류승범의 연기가 8할을 차지하는 작품이다. 전직 야구선수 출신인 보험사원 병우는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아등바등 사는 <방자전>의 이몽룡이나 <부당거래>의 주양과 그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병우는 이들과 달리 인간미가 넘친다. 온갖 감언이설로 문제가 된 고객들의 생명보험을 연금으로 바꾸려 하지만, 어느덧 병우는 9회 말에 투입된 구원투수처럼 이들의 삶을 구원해주는 친구가 된다.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병우가 아니다. 실질적으로 영화의 이야기를 담당하는 인물은 그에게 생명보험을 든 고객들이다. 기러기 아빠 오부장, 소녀가장 소연(윤하), ‘틱’장애를 앓고 있는 영탁(임주환), 그리고 남편 없이 홀로 애 넷을 키우는 복순(정선경)까지 이들의 이야기는 영화를 꽉 채운다. 병우는 네 인물들의 인생이야기를 들려주는 대변자 역할인 셈. 감독은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병우라는 인물을 통해 전한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든든한 보험을 믿고 인생의 끈을 놓지 말라는 교훈을 남긴다.
오로지 왁자지껄 웃고 싶어서 영화를 선택할 관객이라면, 그 선택은 유보하길 바란다. 류승범·성동일 콤비의 유머가 간간이 등장하긴 하지만, <수상한 고객들>은 웃음보다는 드라마에 역점을 둔 작품이다. <1번가의 기적>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시나리오를 쓴 유성협 작가는 이번에도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실상을 데러와, 공감대 있는 현실의 무게감을 싣는다. 다만 어떻게 해서든 해피엔딩으로 귀결하려는 노력은 아쉬움을 남긴다.
2011년 4월 16일 토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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