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능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건 게스트들의 추억담이다. 당시 유행했던 말과 행동, 그리고 비하인드 스토리는 그 시절로 돌아가는 발판이 된다. <위험한 상견례>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감정을 소재로 한 영화는 그 때의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요소들을 전면 배치한다. 당시 최고의 댄스 가수였던 박남정이 직접 출연하고, ‘해태껌 vs 롯데껌’으로 묘사되는 지역감정 대립을 보여주면서 추억을 곱씹게 한다. 여기에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로 행해지는 격한 싸움들이 재미의 방점을 찍는다. 특히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를 펼치는 조연들의 코믹 연기가 한 몫 단단히 한다.
하지만 그 재미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문제는 감독의 욕심. 전작 <아기와 나> <청담보살>에서 드라마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김진영 감독은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나름의 작전을 펼친다. 송새벽과 이시영에게 멜로를, 조연들에게 코믹함을 맡기는 전락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준과 다홍의 사랑과 이별, 다홍의 엄마 춘자(김수미)의 비밀, 영남과 현준의 아버지 세동(김응수)의 과거사 등 벌려놓은 사연들이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이야기가 제대로 봉합되지 못하고, 러닝타임만 길어져 지루함을 유발한다. 결국 추억의 타임머신에서 얻어낸 깨알 같은 웃음도 속절없이 휘발된다.
2011년 4월 1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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