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사회장에는 보험왕을 노리는 병우 역의 류승범을 비롯해 생명보험 고객들로 출연하는 박철민, 정선경, 서지혜, 임주환, 윤하가 참석했다. 첫 장편 연출을 맡은 조진모 감독은 “시나리오를 받고 한 생명이라도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제작의도를 밝혔다.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코믹한 면보다 휴먼 드라마의 면모가 더 드러나는 작품이다. 원래 제목이었던 <인생은 아름다워>로 정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기자들이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 보였다.
● 한마디
이 영화 참 수상하다. 제목과 영화가 따로 논다. 코미디인 줄 알고 극장을 들어갔다가 상영관을 잘못 찾지 않았나, 오해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렇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수상한 고객들>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행복으로 귀결되는 영화다. 말 그대로 해피엔딩. 영화의 8할을 차지하는 류승범의 원맨쇼와 더불어 삶의 무게에 짓눌려 죽음의 유혹에 휘둘리는 조연들의 연기가 극의 흡입력을 더한다. 하지만 영화의 빤한 스토리는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다. 마치 9회말 2사 만루에 극적인 만루 홈런으로 역전하는 경기처럼, 영화는 절망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다가 갑자기 감동적인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해피엔딩 강박에 사로 집혔던 것일까? 틀에 박힌 결말은 아쉽다.
(무비스트 김한규 기자)
억대 연봉을 꿈꾸는 보험 컨설턴트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보험 고객들을 만난다. 자살 시도 경력이 있는 이들은 기러기 아빠, 과부, 소녀 가장, 노숙자 등 사회의 약자들이다. <수상한 고객들>은 서로 다른 계급에 속한 인물들을 한 자리에 모아 사회에 만연한 성공 위주의 가치관으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인간적인 따스함을 돌아보게 만드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영화는 소외된 이들에게 시선을 돌렸을지언정 이들의 삶 깊숙이까지 파고들지는 않는다. 영화적 감동을 위해 소외된 이들의 삶과 현실이 소재주의로 소비되는 느낌이 없지 않다. 과연 보험 컨설턴트는 이들의 삶을 바라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현실을 외면한 채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그저 공허하게 다가올 따름이다.
(조이씨네 장병호 기자)
류승범, 성동일, 박철민 등 출연진을 떠올렸을 때 <수상한 고객들>은 분명 코미디다. 이렇게만 생각했다면 오프닝 장면부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도 모른다. 상위 1%를 꿈꾸는 보험맨 병우(류승범)가 하위 1%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이 작품은 코미디를 외피로 둘렀지만, 실상은 자살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제법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살만이 유일한 살 길’처럼 보이는 이들의 삶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절망의 나락에 빠지지만 그래도 ‘희망’은 존재한다. 또 그 희망의 원천은 가족이고, 결국 ‘가족 때문에 내가 있다’는 훈훈한 결말을 내세운다. 물론 웃음 포인트를 중심 이야기의 곁가지에 배치해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손상시키지 않고, 웃음까지 잡으려는 계책을 세웠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계책은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노컷뉴스 황성운 기자)
2011년 4월 1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